[OBS플러스=해운대(부산) 정솔희 기자] 부산국제영화제의 서막이 올랐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설경구, 한효주의 사회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 개막식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지난해 성년을 맞이한 기쁨을 충분히 만끽하기도 전에 제21회 부국제에게 닥친 현실은 더욱 혹독했다. 영화 '다이빙 벨' 상영으로 불거진 부산시와의 불필요한 갈등은 영화인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부국제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최다 관객, 최다 관객과의 대화(GV), 최다 무대인사 등 내실을 다지며 새로운 내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부국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개최 가능 여부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부국제는 운영비 삭감을 비롯해 영화인들의 보이콧으로 인해 '반쪽 영화제'라는 불명예를 안고 개최를 감행했다.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개막식 전날이자 전야제가 개최되는 지난 5일 태풍 차바의 북상으로 부산 일대가 물바다가 된 것. 특히 주요 행사가 이뤄지는 해운대 비프빌리지 현장은 영화 '해운대'를 실사판으로 옮겨놓은 것처럼 처참히 망가져 부국제가 무사히 개최될 수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부국제 측은 야외행사를 비프빌리지에서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으로 변경, 공지하기까지 신속하고 결단력있는 행동으로 영화제 개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부국제는 이러한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영화제를 지키고자하는 이들의 마음을 모아 희망의 씨앗을 품었다. 올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흥행작 '터널', '부산행' 등은 만날 수 없게 됐지만 영화제 자체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고자 한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69개국 301편의 영화를 초청할 수 있었다.

올해 부국제 공식 포스터는 산속 바위 틈 사이에서 뿌리를 깊게 내리고 홀로 선 소나무를 기본 콘셉트로 눈길을 끌었다.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린 소나무처럼 어떠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더욱 강인해지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

단단해진 의지는 부국제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어왔다. 지난 20년간 '세계 영화제 어디에도 없는 무의미한 이벤트'라고 지적받아왔던 개막선언과 개막축하 폭죽을 과감히 없앤 것. 첫 민간 이사장 체제로 탈바꿈한 부국제는 그동안 해왔던 관료적인 순서를 없애며 이를 통해 해외 영화제와 함께 발맞춰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부국제는 태풍의 갑작스러운 영향으로 날씨마저 외면한게 아니냐는 비아냥을 감내해야했다. 하지만 태풍 후 이들에게 닥친 것은 포기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한다는 강한 의지였다.

제21회 부국제는 6일 개막작 '춘몽'을 시작으로 오는 15일 폐막작 '검은 바람'까지 관객들이 사랑하는, 그리고 영화인이 사랑하는 진정한 축제로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이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OBS플러스 정솔희 기자 hwasung654@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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