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팔아 생필품을 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배급 식량은 바닥이 났고 치솟는 물가 탓에 식료품 살 돈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이써머리 김상경 뉴스캐스터입니다.

【리포트】

베네수엘라에서 콜롬비아 라파라다로 향하는 다리 위.

베네수엘라에서 건너온 여성들을 향해 중개상들이 "머리카락을 산다"며 호객합니다.

【인터뷰】호르헤 카이라자 / 콜롬비아인 중개상
"돈이 필요한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팔거든요. 식료품을 구하려는 것이죠. 어제도 서른 명 정도가 팔았습니다."

중개상들에 따르면 하루에 베네수엘라 여성 200명 정도가 콜롬비아로 넘어와 머리카락을 팔고 갑니다.

덕분에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접경 마을에선 요즘 미용실이 성업 중입니다.

머리카락은 길이와 머릿결, 색깔 등 상태에 따라 한 줌에 10~20달러, 1만2천~2만4천 원 정도 쳐줍니다.

등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짧게 자르면 100달러, 12만 원어치 정도 됩니다.

이 돈으로 식료품과 기저귀, 약품 등을 구입해 베네수엘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인터뷰】마이라 페레즈 / 베네수엘라인
"생필품을 구하려 머리카락을 팔죠. 그런데 바가지 쓴 것 같아요. 머리 안쪽을 거의 대머리처럼 해놨어요."

베네수엘라 여성들의 머리카락 장사는 최근 몇 주 새 나타난 현상.

석유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경제 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식량 배급을 받으려고 한참을 기다려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이 허다하고 인플레이션 탓에 파는 음식은 지나치게 비쌉니다.

쌀 한 봉지 가격이 월수입의 10분의 1에 달할 정도고, 식량난에 시달리는 국민들은 먹거리를 구하려고 쓰레기를 뒤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렇다 보니 다른 쪽 접경국가 브라질도 밀려드는 베네수엘라인들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떼로 몰려와 식료품을 싹쓸이해 가기 때문입니다.

아예 접경 마을 상권이 베네수엘라인들이 많이 찾는 생필품 가게로 대거 업태 변경을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써머리 김상경입니다.

<영상편집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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