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박혜영 기자] 영화 '미옥'은 배우 김혜수를 전면에 내세워 '여성 느와르'를 표방한 영화다. 파격적인 반삭의 백금발과 긴 트랜치코트, 10kg에 달하는 장총까지 등장한 포스터만으로도 '여성 느와르'를 향한 기대는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 아쉬움…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시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여성 느와르'라는 거창한 포장을 벗겨보니 '여성에 대한 폭력',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결국 '모성애'로 종결되는듯한 결말은 가장 큰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영화'를 향한 시도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유의미하다. 비록 영화 '미옥'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을지라도 김혜수는 또 다른 시도를 계속해서 준비하고 있다.

김혜수는 영화 '미옥'에서 범죄조직을 재개 유력 기업으로 키워내고 은퇴를 눈앞에 둔 조직의 언더보스 '나현정' 역할을 맡았다. 자신이 맡은 마지막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자 한 그의 '욕망'이 위기에 처하게 되고 이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다. 

시사회에서 처음 작품의 완성본을 본 김혜수는 조심스럽게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야기의 중심에 여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면적으로 여성 느와르와 강렬한 캐릭터를 예고하고 강요한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시도가 나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시도 가능성이 있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여성영화에 대한 시도는 지금까지 우리끼리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이고 관객들도 기다리고 있었다. 현실적인 벽이 있지만 남성의 장르에서 여성이 개입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도 굉장히 유의미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생각을 밝혔다.

# 김혜수의 눈으로 본 '미옥'은?

극의 타이틀롤인 '미옥'보다 그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조직의 행동대장 '상훈'(이선균)의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비판도 존재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이 영화는 미옥이란 인물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이었다. 단순히 분량이 빠져서가 아니라 감정이 충분히 쌓이지 않아 논란이 생기는 것 같다. 내밀하게 쌓여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김혜수가 해석하고 설명하는 '미옥'은 '모성애'라는 단어로 포장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미옥'을 '욕망을 쫓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모성이라는 장치가 강조된 데 대해 김혜수는 "사실 난 그렇게 준비하고 연기하지 않았다. 이 여자의 욕망은 다 버리고 떠나는 것,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모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모성하고 다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모성으로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 해석하지 않았다. 욕망이 있는 인물이고 아이가 내 욕망 안에 들어왔다. 그런 이야기를 내밀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여성이라고 여성의 이야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저는 실제 여성이고 감독님은 남성인데서 오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소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 여성 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여성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여성'을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피도 눈물도 없이'부터 '용순', '악녀'까지 여러 영화들이 힘겹게 만들어지고 있고 조금씩이나마 나아가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을 이야기하는 시도가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김혜수는 "여성을 제대로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런 시도가 이어져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도에서 끝난다. 정말 제대로 된 의식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담아낼 수 없다"며 영화계가 당면한 앞으로의 과제를 설명했다.

김혜수도 처음부터 영화계에 남성 위주의 '벽'이 존재한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김혜수는 기존에 영화계에 존재했던 '벽'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했다.

그는 "늘 그랬기 때문에 어릴 때는 사실 몰랐다. 다만 이전에는 주인공에 집중하고 다른 모든 배역들은 주인공을 위해 존재했지만 지금은 고르게 영략을 드러내고 의미나 가치를 쉐어한다. 그런 부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고 말했다.

이어 "여성과 남성을 나누는게 불편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남녀가 정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신경을 쓰고 싶다. 끊임없는 시도들이 있고 이 시도들이 확장되면 업계에서 자연스럽게 평범하고 마땅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진중하게 이야기했다.

김혜수와 함께 일을 해본 관계자들은 '김혜수와 함께하는 현장은 행복하다'고 말하곤 한다. 특히 상대 배역을 맡았던 배우들은 김혜수가 '본인이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100%의 감정을 주며 도와주는 선배'라고 입을 모아 칭찬한다.

이에 대해 김혜수는 "우리끼리의 연대의식이 있다. 연기는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다. 그것이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상대를 위해 연기하는 건 당연하다"

'후배건 선배건 상관없이 제 연기만 한다는 것은 연기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뚜렷한 연기관이 느껴진다.

이처럼 강단있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벽'을 허물려고 노력하는 배우 김혜수. 그는 자신 앞에 놓여진 벽을 끊임없이 넘으며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강영호 작가)  

OBS플러스 박혜영 기자 bark@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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