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박혜영 기자] '황해', '암살'. '캐리어를 끄는 여자' 등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던 박병은이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통해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맡은 캐릭터마다 독보적인 연기를 선보인 박병은이지만 '악역 전문 배우'의 이미지가 강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가 '로코물'을 어떻게 소화할지 물음표가 가득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끝난 지금 그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소개팅 어플 '결혼 말고 연애'의 CEO '마상구' 역할을 맡아 신개념 직장 상사 캐릭터를 선보였다. '마상구'는 천부적 말솜씨와 자유분방한 회사 분위기로 직원들에게 '꿀직장'을 제공해주는 것은 물론 한 여자에게만 올인하는 '직진 연애'로 연인에게 로맨틱함을 선물하는 등 반전 매력 ‘사랑꾼’으로 시청자를 설레게 했다.

▶ 이런 애드리브는 처음이라

박병은은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애드리브가 많았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낙엽이 우수수지'의 경우 수지를 보며 일어나는 신인데 노래가 생각나서 감독님한테도 이야기를 안 하고 있다가 애드리브를 쳤다. 스태프들이 웃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애드리브에 얽힌 비화를 말했다.

쾌활하고 코믹적인 캐릭터여서 현장에서 편하게 애드리브가 생각났고 한다. 16화에 취한 남세희를 데려다주며 했던 대사도 즉흥적으로 생각했다. "'죽었어요? 죽은 거죠? 오징어야? 왜 이렇게 힘을 못 줘?' 도 애드리브다. '척추 기립근에 힘을 줘야지'라는 대사도 했는데 수위가 너무 높아서 제지당했다"고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마상구는 연애 고수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연애 허당인 인물이다. 반전매력을 가지고 있다. 회사 대표지만 갑질을 하지 않는다. 우수지 앞에서는 강한 척을 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박병은은 "솔직하고 돌려 말하지 않는 점이 매력적이다. '너의 뾰족함이 버거울 때가 있어 근데 나는 네가 너무 좋나 봐. 나라도 찔러서 네 창이 무뎌지는 거라면 그걸로 다행이다'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맡은 역할이라서가 아니라 남자로서 봐도 멋진 남자다"라며 자신이 맡았던 캐릭터 '마상구'를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 파트너 '이솜'과는 처음이라

파트너 '이솜'과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박병은은 "이솜이 낯도 가리고 술도 안 좋아한다. 어떻게 둘의 케미를 잘 이끌어나갈까 고민했다. 촬영 직전 마지막 회식 때 '선배님 저는 오늘 술을 먹겠습니다' 하더니 소주잔을 들이키더라.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며 이솜과 첫 만남을 회상했다.

리딩을 하며 궁금한 점과 걱정되는 점, 더 발전시켰으면 하는 점들을 서로 이야기하며 더 가까워진 둘은 현장에서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다. 박병은은 "예상보다 캐릭터를 잘 소화해줘서 감사하다. 도움이 많이 됐다. 상대 배우와 소통이 어려우면 촬영이 힘들었을 텐데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좋았다"며 이솜과 함께 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우수지'는 '비혼주의자'이다. 실제로 여자친구가 비혼주의라면 박병은은 어떻게 대처할까? 그는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설득하겠다. 물론 만날 때부터 비혼주의인 것을 알고 있었다면 지켜주고 싶다.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굳이 강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 이런 작품은 처음이라

박병은은 '현장의 좋은 분위기가 작품으로 표현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현장이 즐거워 집에 가는 길도 기뻤다는 박병은의 얼굴은 소년 같은 미소를 담고 있었다. 평소 부끄러워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를 잘 못 본다던 박병은은 이번 작품은 촬영이 없는 날에는 무조건 본방을 봤다고 한다.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박준화' 감독의 공이 컸다. 효율적으로 촬영을 하다 보니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배우에 대한 이해도와 친밀도가 높아 '형님 리더십'을 보여줬고 한다.

박병은은 "촬영을 하다 보면 박준화 감독님이 '언제부터 연기를 잘했어?'라고 칭찬하신다. 그러면 '그저께부터요'라고 대답한다"며 능청스럽게 현장 분위기를 소개했다.

시작부터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냐는 질문에 그는 "리딩을 해보면 안다. 캐릭터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열심히 하면 시청자분들이 좋아하겠다고 생각했다. 리딩할 때도 너무 재밌었다"고 답변했다.

▶ 40대는 처음이라

이제 막 40대에 들어선 박병은은 "2~30대 때보다 지금 연기하는 게 더 재밌다. 빨리 다음 작품을 하고 싶어서 설렌다"고 말한다.

박병은은 2~30대에는 예민하게 연기에 집중하다 보니 자신에 대해 혹독하고 날이 서 있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서른 후반~사십 대 초반을 지내며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특히 '이번 생은 처음이야'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박병은은 "현장에서 즐겁게 그리고 나를 괴롭히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것을 깨달았다. 연기에 대한 가치관도 조금 더 변한 것 같다. '앞으로 오는 작품들을 어떻게 연기할까'하는 설렘도 있다.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 '내 연기만 잘해야지'라는 생각보다 다 같이 잘 어울리고 융화되는 법을 고민하게 된다. 시야를 넓히면서 감각을 열어놔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만 혼자 잘해서 되는 건 절대 없다"고 말하며 최근 바뀌게 된 자신의 연기 가치관을 이야기했다.

그래서인지 거창한 목표가 없다. "지금 들어온 작품을 잘하고 싶다. 맡은 작품을 잘하는 게 배우가 가져야 할 목표다"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새로운 작품을 향한 설렘으로 빛났다.

남은 2017년과 2018년은 영화 '안시성'을 촬영하며 보낸다. 낚시와 캠핑을 좋아한다던 그는 최근 '안시성' 촬영지인 '고성'에서 취미가 낚시인 '단골 식당 사장 아들'과 친분을 쌓았다. 쉬는 날에는 조인성 등과 함께 바다낚시를 즐겼다고 하는 그가 요즘 제일 부러운 인물은 '월간낚시'의 표지모델이 된 '유시민 작가'이다. 

촬영지가 바닷가여서 힐링과 촬영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박병은의 얼굴은 그가 말한 것처럼 한결 여유로워지고 편해 보였다. 그렇기 때문일까? 해를 거듭하며 연기가 재밌어진다는 박병은이 보여줄 2018년이 더욱 기대되는 연말이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OBS플러스 박혜영 기자 bark@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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