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김지원 기자] 늘 넘치는 에너지로 브라운관을 밝히던 유라가 상처를 간직한 악역을 연기한다면.

'라디오 로맨스'는 데뷔 이래 '긍정'의 아이콘처럼 못 박혀 있던 유라의 이미지에 색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라디오 로맨스'는 대본이 있어야만 말할 수 있는 대본에 특화된 톱스타가 절대로 대본대로 흘러가지 않는 라디오 DJ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휴먼 로맨스 드라마다. 

처음 악역을 맡아봤다는 유라는 극 중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진태리'로 분했다. 아역출신 배우 '진태리'는 무려 20년간 연예계 생활을 하며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애늙은이다. 사극 찍으면서 산도 타 보고, 수중 촬영하면서 죽다 살아나 보고, 공중에서 와이어도 수도 없이 타 봤지만 이것은 모두 스무 살이 되기 전의 일일 뿐 지금은 어디에서도 불러주지 않는 신세가 됐다.

'태리'와 마찬가지로 그룹 걸스데이로서 약 8년간의 연예계 생활을 거쳐온 유라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태리에게 더욱 몰입했다. 유라는 '태리'의 가슴 아픈 과거사부터 상처받은 속마음, 이를 감추기 위한 자존심 강한 모습까지 소소한 감정 하나하나에 모두 공감하고 느끼며 직접 '태리'가 되어갔다.

평소 보여왔던 자신의 밝은 이미지와 비슷한 캐릭터만 맡아왔다는 유라는 처음으로 '태리'를 통해 전혀 다른 류의 감정들을 느끼면서 "더 많은 감정들을 느껴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처럼 유라는 자신에게 연기 자체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일깨워준 '라디오 로맨스'를 발판 삼아 본격 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발돋움을 시작하고 있었다.

▶ 다음은 유라와의 일문일답

- 방영 초반에 위기가 살짝 있었는데
살짝 주춤하긴 했지만 방송 초반이라 다 같이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유독 날씨가 추워서 촬영하면서도 다들 고생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다. 덕분에 내게 정말 좋은 추억이고 경험이 됐다. 좋은 동료들도 만날 수 있었던 기회였다. 

- 지상파로는 6년만인데 시청률이 아쉽지 않았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요즘 사람들이 TV보다는 핸드폰을 선호하지 않나. 다시보기나 재방송, 어플 등 다 합하면 10%는 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요즘 같은 시기가 아니었다면 8%는 나오지 않았을까 하면서 신경 안 쓰려고 한다.

- '갑질' 캐릭터에 대리만족 됐을 것 같다
첫 등장 씬이 갑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갑질이 아니었다. 분명 '태리'는 후배에게 먼저 인사를 했는데 후배가 무시하고 지나간 것. 그런데도 태리는 침착하게 다시 한 번 말을 걸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뭐래" 였다. '태리'는 그때 화가 난 것이지 절대 갑질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장면이 개인적으로 제일 열심히 준비한 장면이었다. 처음엔 훨씬 더 무섭게 연출하고 싶었는데 살짝 어설픈 듯이 연출이 됐다. 정말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준비하고 했을 만큼 가장 열심히 준비한 장면이었다.

- '진태리'는 어떤 인물인가
굉장히 여리고 짠한 인물이지만 그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강해 보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부분이 묘하게 어설프다. 그런데 작가님은 '태리'를 좀 더 강한 인물로 생각하셨는지 시나리오  초반 '태리'의 대사들은 다소 센 편이었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도 '사실 속은 여리다'는 것을 담아내고자 했던 것 같다. 

- 실제 연예계 생활한 것이 캐릭터 표현에 도움됐을 것 같다
정말 많이 됐다. 어떻게 보면 극 중 상황들이 연기이고 가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정말 현실 같은 상황들이었다. 대표적으로 악플러랑 싸우는 장면은 찍으면서도 뭔가 찝찝했다. 실제 상황이라면 절대 해서도 안 되고 불가능한 상황이니까. 또 내가 실제로 그런 악플을 듣는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 악플을 많이 보는 편인가
꽤 많이 읽는 편이지만 악플을 읽게 되더라도 잘 넘기는 편이다. 일부러 좋은 내용 위주로만 읽기도 한다. 신인 때는 댓글을 일일이 다 읽으면서 '다들 날 싫어하네'라고 속상해하기도 했는데 요즘엔 오히려 악플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나부터도 하나의 드라마를 보면서 '재밌다', '재미없다'로 호불호가 나뉘는데 대중들은 어떻겠나. 이렇게 생각하니 당연하게 느껴지더라.

- '라디오 로맨스'와 관련해서 기억 나는 댓글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태리의 애잔함을 표현한 장면에서 '공감 간다'는 내용의 댓글이 있었다. 내가 표현한 캐릭터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공감을 해주신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반면에 태리의 분노를 표현한 장면에서 '화를 내도 무섭지 않다'는 댓글이 달려서 좀 아쉽기도 했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정확하게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 연기가 어렵지는 않은지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 연기인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작품 하면서 깨달은 게 많다. 역할과 감정에 집중하는 법, 상대 배우들과 호흡하는 법 등. 특히 눈물연기의 경우 옛날에는 눈물이 정말 안 나와서 곤란할 때도 많았는데 이번 작품 촬영할 때는 내 분량이 아닌데도 계속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만큼 '라디오 로맨스' 하면서 캐릭터에 감정 이입도 많이 됐고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정말 배운 게 많다.

-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사실 '힙한 선생' 때는 캐릭터 성격 탓도 있었지만 별 고민 없이 편안하게 촬영했었다. 근데 이번에는 극 초반부터 굉장히 계산적으로 캐릭터를 분석했다. '태리'의 과거에 대해서도 디테일하게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겠지',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으니 매니저에게 의지를 많이 했을 거야' 등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고민하게 되더라.

또 한 가지 대사에도 '태리'의 캐릭터나 감정을 보다 확실하게 담기 위해 수십 가지 버전을 준비하고 연습했다. 내가 생각하는 '태리'는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짠한 면이 있고 속도 여린 캐릭터라 그 중간 점을 찾고자 많이 고민했다.

- '준우'의 프로포즈 설렜나
'준우'는 '태리'를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 가장 많이 챙겨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여자로 봐준다는데 '태리'로선 당연히 설렐 수밖에 없었을 거다. 호칭은 '아저씨'지만 사실 나이 차이도 크지 않다. 어느 누구라도 그렇게 잘 챙겨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 극 중 '준우'와 로맨스가 짧아서 아쉽진 않았나
안 그래도 '짧아서 너무 아쉽다'는 얘기를 하준과 많이 했다. 작품에서는 두 사람의 로맨스보다는 가족처럼 살아온 관계 자체에 중점을 둔 것 같다. 그래서 극 중 마지막 키스신도 '기왕 이렇게 된 거 정말 현실 커플처럼 해보자' 하고 리얼하게 보이도록 연구를 좀 했다. 너무 달달한 키스신은 현실성이 좀 떨어질 것 같아서 티격태격 싸우고 화해하는 장면을 넣었다. 

- 본인이었다면 '지수호'와 '김준우' 중 누구를 선택할 것 같나
개인적으로는 '김준우'를 선택하고 싶다. 극 중 '수호'는 아무래도 첫 연애다 보니까 굉장히 어설픈 부분이 많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난 좀 더 어른스럽고 능숙한 '김준우'가 좋다.

- 연기는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인가
찾아만 주신다면 계속하고 싶다. 이번 작품에서 큰 흥미를 느낀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역할과 작품을 하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찾아주신다면 정말 열심히 해볼 것이다.

-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액션 종류의 몸 쓰는 역할이 좋다. 사실 국내에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여자 배우가 많은 편은 아닌데 내가 그중 하나가 되고 싶다. 액션 말고도 사극도 좋아한다. 사극을 한다면 공주 역할보다는 여자 호위무사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바지를 입고, 칼을 쓰며, 말을 타는 강한 역할이 멋있어 보이더라.

-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느꼈던 것들을 바탕으로 또 다음 작품을 위해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다.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기 때문에 그 역할들을 다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라디오 로맨스'는 내게 연기의 매력을 느끼게 해줬다. 또 다른 작품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다.

(사진=메이져세븐컴퍼니)

OBS플러스 김지원 기자 zoz95@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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