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박혜영 기자] 수애는 변화무쌍한 배우다. 데뷔 초에 얻었던 '눈물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벗어버리고 때로는 여전사로 때로는 운동선수로 변하며 작품마다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던 수애가 다시 한 번 변신을 꾀했다.

'상류사회'에서 수애는 야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래미술관 부관장 '오수연' 역을 맡았다. 야심 찬 재개관전을 기획해 관장 자리에 오르려던 그녀 앞에 새로운 난관이 나타난다.  '오수연'은 눈앞에 놓인 장밋빛 미래를 붙잡기 위해 촉망 받는 정치 신인이자 남편인 '장태준'과 함께 민국당과 미래그룹에게 새로운 거래를 제안한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분들이 '수애라는 배우가 한 단계 성장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라는 자신의 말처럼 능력과 야망으로 가득 찬 미술관 부관장 역할을 '수애답게' 소화해냈다. '님은 먼 곳에', '국가대표 2'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며 대체불가 여배우로 자리매김한 수애가 2년 만에 돌아온 신작 '상류사회'를 통해 그간 본 적 없는 새로운 변신을 선보였다.

▶ 다음은 수애와의 일문일답

- 작품이 잘 나왔다고 생각하나

저에게는 도전이었지만 그 도전이 관객들에게 낯섦으로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너무 낯설면 외면한다. 낯선 면 안에 친숙함과 긴장감을 드리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그것을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은 제 몫이지만 평가는 관객들의 몫이다. 열심히 했다는 것은 자부할 수 있다. 과정도 중요하고 결과도 중요하다. 충분히 만족한다.

- 역할 자체가 욕망과 감정을 잘 드러낸 것 같다. 연기할 때 중점은 둔 부분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당당함이 '수연'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았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욕망을 표출한다. 보통 사람은 욕망을 쉽사리 드러낼 수 없는데 '수연'은 그것을 다 드러내는 게 당당해 보이고 멋있어 보였다. 2등이 1등이 되고 싶어하는 이야기다. 충분한 타당성과 이유를 알고 싶었다. 제가 가장 중점을 둔 게 그녀의 당당함을 전달하고자 했던 부분인 것 같다. 

누구에게나 이기적인 모습이 있다. '수연'은 처음부터 '나 이기적이야' 라고 시작한다. 그것을 관객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마지막 순간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며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 '오수연'이라는 인물을 드러내기 위해 특별한 설정을 한 게 있나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전문직이고 낯선 분야다. 큐레이터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찾아가서 자문했다. 감독님께서 전문성, 당당함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의상을 터틀넥으로 설정을 했다. 목선이 보이면 여리여리해 보일 것 같았다. 겨울이지만 얇은 의상이 예민함을 보여주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둔탁해 보일 수 있는 지점들을 경계했다.

- 하이힐과 걸음걸이가 당당함을 표출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자세인 것 같다. 항상 당당한 모습이다. 하이힐을 소화하는 게 저한테 무리수가 있었다. 평소에는 하이힐을 잘 안 신는다.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는 벗고 있다가 촬영이 들어가면 신었다. 얼굴만 나오더라도 꼭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자세나 당당함, 텐션의 차이가 있다. 의상이 사람을 만드는 것 같다.

- '오수연'이라는 역할 처음 준비할 때 어떤 것부터 시작하셨나

시나리오를 보면 구체적으로 정돈한다. 그 시점에 가장 많은 연상이 되고 캐릭터가 구축된다. 감독님과 함께 더 많은 살이 붙여지긴 하지만 처음 읽었을 때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이미지도 제일 많이 떠오른다. 그것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 위해 그것에만 집중했다. 머릿속에 자리 잡은 캐릭터를 감독님과 상의하며 구축했다. 제가 느꼈던 바를 전하고 감독님이 생각하는 캐릭터와 맞춰갔다.

- '오수연'이라는 캐릭터는 욕망을 저돌적으로 찾아가는 스타일이다. 수애와 닮은 점이 있나

신인 때부터 외유내강형을 추구했다. 저의 롤모델이자 제가 추구하는 여성상이기도 하다. 제가 닮고 싶은 모습이 있는 캐릭터가 외유내강에 가까웠다. '오수연'의 경우는 제가 멋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었다. 민낯을 드러내는 순간에도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다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제가 닮고 싶어하는 지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오히려 떳떳하고 당당해 보였다.

- 특별히 어려웠던 감정 연기가 있나

'태준'의 내연녀를 찾아가는 장면이 힘들었다. 저 스스로와의 충돌인 것 같다. 저는 여자가 아니라 '태준'에게 달려갈 것 같다. '은지'에게 달려가는 것은 '오수연'의 입장이다. 그 상황이 이해가 됐지만 저였다면 아마 '태준'에게 갔을 것 같다. 그런 지점이 촬영하며 충돌이 됐다. 촬영하면서도 감독님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 노출씬이 있었다. 대화하며 편하게 찍었다는데

즐겁고 편하게 촬영했지만 긴장감이 안돌 수는 없다. 배려가 느껴졌다. 배려라는 현장 분위기가 감돌고 있어서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마음이 전달됐다.

- 현장 분위기 좋았다고 들었다. 배우들끼리 친해진 계기가 있나

저도 해일 선배도 현장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삼청동에서 술자리를 많이 가졌다. 대화를 하다 보니 결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소통이 편했다. 저희 둘의 호흡이 좋다 보니 여럿이 어울릴 수 있어 현장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다. 현장에서가 아닌 뒤풀이에서 전해지는 기운이 또 다르다. 긴장감이 느슨함으로 변하는 자리다.

- 박해일한테 직접 제안한 이유가 있는지

박해일이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인사치레 말고는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자칫하면 부담을 드릴 수 있는 말이었다. '상류사회 아니어도 작품으로 뵙고 싶다'라고 말했다. 신인 때부터 박해일 배우와 연기하고 싶었는데 이제라도 만나보고 싶었다.

- 박해일, 이진욱 두 남자와 호흡을 맞췄다. 어떤 차이가 있나 

진욱 씨하고는 촬영 횟수가 많지 않았다. 감독님 이진욱이 꼭 '지호' 역할을 소화했으면 하는 이유를 말해주셨다. '수연'과 '지호' 사이의 사가 없다. '둘의 분위기만으로도 긴장감이 돌았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다. 과거의 남자와의 긴장감 '태준'과는 욕망을 보여준다. 

내 편인 사람은 '태준' 같다. 감독님께서는 '파트너십 동지'라고 생각하셨는데 내 생각에는 '수연'의 헤어질 수 없는 내 편이 '태준'인 것 같다. '지호'의 경우 한 때 학창시절에 예술을 하는 모습에 반해 사랑했을 거로 생각했다. '수연'이 쫓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감독님이 설명해주시길 '수연'은 아이도 남편도 필요한 인물이다. '수연'의 입장에서 이혼하게 되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자가 못됐을 수도 있다. 거기에 아이도 있어야 한다. 그 설정이 신뢰나 사랑 없이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수연'과 '태준' 둘 사이에 신뢰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 윤제문과 함께 촬영하는 장면이 재밌었을 것 같다

'수연'은 그 과정에서도 이 사람을 골탕 먹이려고 한다. 그것도 '수연'만의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선배 또한 워낙 배려를 해주셔서 제가 오히려 강하게 하시라고 말했다. 우리 작품에서 소통과 배려가 가장 중요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단어를 많이 쓰는 것 같다.

- 라미란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그렇게 유쾌한 분인지 몰랐다. 현장에서 언니처럼 대해주셨다. 일식집에서 12시 넘게 촬영했다. 언니만의 공간이 있었는데 쉬는 시간마다 가서 방해하고 수다를 떨었다. 에너지가 남다르시다. 저하고는 조금 다른 에너지인데 그게 너무 재밌었고 즐거웠다.

- 변혁 감독과의 촬영은 어땠나

감독님과 브런치로 맺어진 사이다. 매력적인 작품의 지점과 제가 만들 수 있는 지점이 달랐지만 감독님을 만나고 확신이 들었다. '수연'에 대한 애정과 배우 수애에 대한 애정이 높으셨다. 감독님을 만나며 더 확신이 들었다. 작품 자체가 도전이었지만 저를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었을 때 만들어지고 표현되는 게 다른 것 같다. 제가 몰랐던 것들과 더 깊숙이 있는 것들을 함께 끄집어낼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더 확신이 들었다.

- 감독님과 이야기할 때 많은 차이점이 있었나

그녀가 가지고 있는 욕망이 정확하고 명확했기 때문에 큰 차이점은 없었던 것 같다.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은 있었다. 아이에 대한 의견이 차이가 있었다. 감독님은 '수연'이 완벽을 추구하는 인물이어서 아이까지 갖고 싶다고 생각하셨다. 제가 생각하기엔 모성애인 것 같다. 지금 선뜻 이야기할 수 없지만 엄마가 되는 여지를 남겨두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녀가 가려는 길이 명확했기 때문에 다른 영화보다 의견 충돌은 덜했다. 캐릭터에 대한 접근은 쉬웠지만 자잘한 것들을 만들어가는 게 어려웠다.

-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나

그런 갈증은 늘 있다.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거창하긴 하지만 늘 그런 도전을 하는 것 같다. 탈북자, 국가대표, 의사 등 늘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데뷔 초에는 잘 운다고 '눈물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그 장르에 갇히고 싶지 않아서 '9회 말 2아웃'을 했다. 여리여리한 모습에 국한되고 싶지 않아 '아테나'를 찍었고 동료 배우들과 어우러지고 싶어서 '국가대표2'를 찍었다. 매 작품이 도전이다. 선택 되는 입장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달라질 수 있다면 도전할 것 같다. 운 좋게 다양한 장르를 많이 해봤다.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 작품 선택할 때 기준이 있나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제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이다. 이 역할을 얼마만큼 잘 소화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너무 멋지고 훌륭한 시나리오라도 제가 소화 못할까 봐 주저하기도 한다. 얼마나 이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지를 고민한다.

-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배우로 남고 싶다. 공백이 있어도 '수애가 다음엔 무슨 작품을 할까?' 하는 기대감이 남아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박시우 기자)

OBS플러스 박혜영 기자 bark@o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