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김지원 기자] 전혀 새로운 영화가 등장했다. '물괴'는 국내 최초로 액션 사극과 크리쳐물을 접속시킨 화끈한 시도로 올 추석 극장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괴'는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가 나타나 공포에 휩싸인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극 중 김명민은 물괴를 추적하는 수색대장 '윤겸'역을 맡았다. 임금을 가장 가까이서 모셨던 옛 내금위장 윤겸은 임금에게 실망하고 궁을 떠났다가 물괴를 막아달라는 왕의 부름을 받고 수색대장으로서 물괴의 실체를 찾아 나선다.

전에 없던 파격적인 시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을 법도 하지만, 그럼에도 걱정보다 기대감이 더 높은 이유는 '물괴'의 중심에 다른 누구도 아닌 김명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믿고 보는 배우 '명민좌'의 연기는 어떤 작품이라도 관객들을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설득력을 지닌다. '물괴'에 맞서는 김명민의 단호하고 강인한 눈빛, 신념으로 가득한 목소리와 칼질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궁' 안의 괴물조차 실재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사극에서 더욱 빛을 말하는 김명민의 연기를 따라 '물괴'를 뒤쫓다 보면 어느 순간 조선 시대 경복궁에 와 있는 듯한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 다음은 김명민과의 일문일답

- 도전적인 영화인데 부담은 없었나

매번 비슷한 작품에 안주할 수는 없지 않나. 어떤 비판을 받게 되더라도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들이 계속 시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생겨나야 한국 영화도 발전할 수 있다. 부담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나 혼자만의 도전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도전한 것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많은 사람의 노력에 나도 힘을 조금 보탠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 상당히 고난도 액션을 펼쳤다

나도 영화 보면서 놀랐다. 내가 이렇게 많은 액션을 촬영한 줄은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물괴' 촬영 기간 내내 항상 어딘가 몸이 아팠던 것 같다. 괜히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했었는데 그게 다 무리한 액션 때문이었나보다(웃음). 촬영이 끝난 지 1년이 지나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영화 보면서 그때 굉장히 힘들게 촬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 와이어 액션도 있었나

극 후반에 물괴와 1대 1로 맞붙는 장면에서는 와이어 액션을 많이 했다. 보이지 않는 상대와 계속 날아다니면서 싸워야 했기 때문에. 그런데 정말 힘든 건 와이어 액션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쉴 새 없이 날아다니는 '물괴'의 움직임은 CG가 아니고서야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시선을 잡아주는 '그린맨'의 도움도 없이 정말 혼자 다 해야 했다. 

- 블루스크린 촬영은 처음인가

'조선명탐정' 1편에서 짧게 해보긴 했다. 그런데 '물괴'에서는 스케일도 크고 촬영 대부분을 거의 블루스크린 앞에서만 했기 때문에 느낌이 전혀 달랐다. 사극에서의 액션은 그동안 많이 해봤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물괴'에는 액션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대사가 짧은 건 편했지만 액션이 너무 많으니 몸이 힘들더라. 

- 특히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형제와 싸운다는 것이었다. 혼자 연기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주연 배우 네 명이 함께 합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특히 어려웠다. 각자의 시선이 엇갈리면 장면이 산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로 연기스타일도 다르고 캐릭터도 전혀 달랐지만 네 명이 아니라 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도록 합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 물괴 비주얼 어떻게 상상했나

프리 비주얼이 있긴 했지만 평면적인 컴퓨터 그래픽에 불과했다. 또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물괴' 비주얼도 성장을 거듭했다. 나중에는 어느 정도의 비주얼로 구현될지 상상이 안 되더라. 다만 머릿속으로 최대한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상상하고자 했다. 물괴를 맞닥뜨렸을 때 우리가 느끼는 공포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도록. 다행히 극 중 물괴 비주얼이 굉장히 흉악스럽게 잘 표현됐더라. 외모 점수는 만점이다. 자칫 너무 징그러워 보일 수 있지만 그 점이 우리 영화의 승부수라고 생각한다.

- 대역 쓴 장면 있었나

어느 영화든 대역을 안 쓸 수는 없지만 착호갑사와 절벽 앞에서 싸우는 장면은 나와 김인권이 직접 소화한 장면이다. 연습도 많이 하고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우리 얼굴이 많이 잡히지 않아서 아쉬웠다. 대역이 아니라고 일일이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 사용한 무기들이 독특하던데

리허설 때는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작대기로 연습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소품 팀이 실제로 쓰이는 농기구를 주더라. 그런데 낫이나 괭이가 생각보다 엄청 무겁다. 게다가 그 무거운 농기구들을 돌리고 휘둘러야 하니 정말 힘들었다. 지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액션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체력 관리에 신경 써야 했다. 무기가 너무 가벼우면 장면 자체의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무거우면 같은 동작을 해도 그 무게감이 전혀 달라진다. 장단점이 다 있는 것 같다. 

- 평소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

기구 운동보다는 맨몸 운동을 좋아한다. 일이 없던 무명시절에는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운동을 하루에 7시간씩 하곤 했다. 운동이 그 시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버팀목이었고 덕분에 체격도 굉장히 좋았지만 나중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배우 생활을 하다 보면 다부진 몸이 어울리지 않는 역할도 있지 않나. 몇 번의 경험으로 배우로서 롤에 맞지 않는 몸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떤 역할이든 소화할 수 있도록 평범한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요즘에는 등산이나 조깅 등 유산소 위주의 운동을 자주 하는 편이다. 

- 주연 배우들의 팀워크가 돋보였다

주연 배우 네 명이 모두 열정적인 타입이라 그 열정부터 호흡까지 모든 것이 다 좋았다. 김인권 배우와의 호흡은 예전부터 팬이었기 때문에 말할 것도 없었고 혜리는 여배우인데도 불구하고 비주얼에 전혀 신경을 안 쓴다. 현장에서도 진짜 '명'처럼 아무 바닥에나 털썩 주저앉아 있곤 했다. 분장이 어떻게 됐는지 흔한 거울조차 보는 일이 없었다. 배우에게는 역할에 맞는 자세를 가지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데 혜리는 이미 그 자세를 갖추고 있다. 또 최우식은 정말 순수하다.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타입이다. 

- '조선명탐정'과 이미지가 다소 겹친다

아무래도 같은 사람이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처음엔 '조선명탐정' 분위기의 대사들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그 부분은 감독님과 상의 하에 빼기로 했다. '조선명탐정'에서는 유머러스한 느낌이 강했다면 '물괴'에서는 신하로서의 충직함과 나라를 구한다는 사명감 등이 강조된다. 그래서 지나친 농담은 극의 몰입도를 흐릴 것 같았다. 도입부에서는 은둔생활을 위해 약간의 허당기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흐를수록 유머러스한 대사는 모두 김인권이 맡았다. 하지만 이런 성격적 차이가 있다고 해도 '조선명탐정'의 잔상을 크게 가지고 있는 일부 관객들은 비슷하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 '물괴'-'괴물' 비교되는 것 어떻게 생각하나

제목부터 소재까지 비슷하니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괴물'은 국내 크리쳐물의 원조이자 우리나라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대단한 영화인데 그런 영화와 함께 언급된다는 건 상당히 좋은 일이라고 본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에 적힌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또 일반적인 크리쳐 무비가 아닌 액션이 매우 강조된 사극이라는 점에서 차별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시나리오 선택 기준은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가 재밌어야 한다. 어떤 배우든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가 재미없는 것을 하고 싶어 하겠나. 그다음에는 캐릭터가 극에 잘 녹아나는지를 본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한 편의 책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읽어 본다. 그리고 재밌다, 괜찮다 생각이 들면 하겠다고 한다. 

- 개봉 예정작 중 사극이 많이 보이던데

같은 사극처럼 보이면서도 다 다른 특성이 있다. 추석을 앞두고 개봉 예정작이 굉장히 많은 상황이지만 장르도 소재도 스케일도 제각각이다. 특정 장르가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이 시도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관객들이 모든 작품을 다 봐줬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극장을 찾아서 많은 작품을 봐줘야만 또 다른 작품들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추석을 맞아 가족들과 다 함께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최근 고민하는 것이 있다면

고민은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하는 타입이다.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주어지기 전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상황에 부닥쳐있는데 뒤늦게 고민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갈 생각을 하려고 한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겠지만 '난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말은 실제로 후배 배우들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 생활을 하는 동생들에게도 굉장히 자주 하는 말이다. 

(사진=롯데 엔터테인먼트)

OBS플러스 김지원 기자 zoz95@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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