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박혜영 기자] 이제는 '신스틸러'라는 표현만으로 담을 수 없는 배우. '잘 되는 영화에는 그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고의 화제작에 출연하며 관객들에게 전천후 배우로 자리매김한 배성우가 이번에는 안시성 성주 양만춘의 옆을 지키는 부관 '추수지'로 돌아왔다.

'안시성'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렸다.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최초로 고구려를 배경으로 했다. 고구려에 대한 사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안시성의 장군 '양만춘' 외의 캐릭터는 허구의 인물이다. 주인공의 오른팔 역할이기 때문에 충분히 전형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음에도 '배성우'답게 새롭고 흥미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영화의 개봉을 앞둔 지금까지도 '어떻게 연기했으면 더 좋았을까' 고민하는 배성우의 모습을 보며 그가 왜 충무로에서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때로는 장난기 가득한 이야기를 늘어놓다가도 '연기'를 이야기할 때만은 진지함이 돋보이는 배우 배성우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다음은 배성우와의 일문일답

- 주인공의 조력자 캐릭터다. 전형적인 느낌이 안 들었는데

지금도 더 전형적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저에게 제의하셨을 때 덜 전형적인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셨던 것 같다. 싸움을 잘하는 장수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를 썼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아직도 들기도 한다. 

결국 제가 하게 됐고 그럼 어떤 방법을 쓰는 게 좋을까 생각했다. 인성이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조금 더 일상에 가깝고 배우 본인의 톤과 성격, 목소리 등에서 조금 더 자연스러움을 추구해 캐릭터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설득력 있는 역할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 첫 시나리오와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시나리오는 조금 더 전형적인 캐릭터였다. 전쟁 장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다. 드라마보다는 전쟁 장면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 드라마 대사는 전형적이고 신선하지 않은 느낌의 대사가 있었다. 대본에서 많이 벗어나는 대사는 아니지만 조금 더 우리 말로 편하게 쓸 수 있는 말로 바꾸고 재미를 주려고 한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대본 리딩 중 남주혁에게 인사할 때 '수지예요'라고 대사를 치기도 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평소에는 가벼운 느낌이 들더라도 싸움에 들어가서는 지킬 것은 지키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다. 드라마적인 부분이 뾰족뾰족 튀어나와 있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 팀워크가 좋아 보인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힘들어서 친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지방에서 계속 촬영을 하다 보니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먹게 되더라.

- 이번 현장에서 조인성 배우는 어땠나

부담감도 많았고 그만큼의 책임감도 발휘했다. 혼자서 끌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 작품이라 노력을 많이 한 게 보였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전형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영리하게 풀어가 보자'라고 이야기한 부분이 있었다. 주연 배우로 현장을 끌어야 하는 게 있었다. 

- 액션 장면에 만족하나

잘 나온 것 같다. 제 연기는 부족한 것 같다. 저를 가르쳐주신 분들은 더 멋지게 액션을 하셨다. 오래 연습해 오신 분들과는 당연히 차이가 있다. 더 욕심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창이라 더 효과적이다. 대역을 썼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한다. 대역을 하나도 안 썼다. 재밌기도 하고 창 액션이 멋지다고 많이 느꼈다. 다루기 힘들지만 효과도 크다. 보이기에도 시원해 보인다. 배울 때도 재밌었고 촬영할 때도 재밌었다.

- 육체적으로 힘들었나

날씨가 제일 힘들었다. 너무 덥고 너무 추웠다. 강원도 고성에서 촬영할 때 바람이 보일 정도였다. 강원도 사람들도 놀랐다. 전투가 지속되어야하니 먼지를 만들어서 뿌렸다. 전투에 따라 먼지 색이 다르다. 가까이서 찍는 것들은 진짜 먼지를 뿌렸다. 

- 촬영 중 부상은 없었나

소소한 상처는 있었다. 액션 연기를 할 때는 어쩔 수 없다. 심각하게 다친 적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갑옷이 너무 무거워서 부담됐다. 

- 최근에 활발히 일하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연기할 때 훨씬 더 즐겁다. 한 작품 내에서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연극 할 때는 주인공을 많이 해봤다. 단선적으로 가면 지루해질 수밖에 없으니 입체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카메라 앞에서도 그런 고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연기하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 지난 인터뷰에서 전성기 임박이라고 했는데

계속 임박이면 좋겠다. 꺼지지 않고.

- 텐트폴 영화의 주연진이다. 신뢰받는 증거인 것 같은데

감사하다. 화면에 어느 정도 매력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 있으면 좋겠다. 배우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배우처럼 주변에 많이 의지해야 하는 예술이 없는 것 같다. 연기는 단독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작품에 들어가 다른 배우, 스텝과 어우러져서 그 안에서 보이는 일이다. 저도 계속 고민하고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선택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선택에 대한 고민이 무거워지고 있다.

- 선택의 기준이 생겼나

작품이 완성도 있고 재미있고 그 안에 역할이 매력 있고 어떻게 나랑 잘 어우러질 수 있나를 고민한다. 무리가 되더라도 조금 영리하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고 싶다. 재미로만 100% 가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재미가 덜하다. 의도를 들켜버린다. '내가 왜 이 영화를 봐야 하는가, 이 영화가 이래서 재밌구나'가 명확해지면 그 재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 배우라면 '자기 복제'의 고민에 빠지기도 하는데

항상 걱정이 많이 된다. 영리하게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 안에서 자기 복제를 원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을 것 같다. 그걸 영리하게 잘 사용했을 때 관객들이 보는 쾌감이 있을 것 같다. 

- 안시성은 그 부분을 잘 조율한 것 같다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잘 계산된 상태에서 영리하게 사용하면 작품적으로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답이 없는 것 같다.

- 안시성이 성공할 것 같나

그랬으면 좋겠다. 모든 작품이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지만 기왕이면 저희 작품이 제일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사진=NEW)

OBS플러스 박혜영 기자 bark@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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