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 종합병원들이 운영을 축소하거나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환자 사망 사고로 주민들이 이용을 꺼리면서 지역 의료 서비스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천적십자병원은 경영·인력난으로 이달 7일부터 병원을 종합병원에서 일반병원으로 전환하고 진료과목을 12개에서 8개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폐지된 진료과목은 비뇨기과·일반외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 4개다.

이에 따라 연수구 내 종합병원은 2곳에서 1곳으로 줄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남은 종합병원인 A병원은 최근 10대 환자가 수액 주사를 맞은 뒤 원인 미상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이용을 꺼리는 상황이다.

연수구에 거주하는 박모(33·여)씨는 "긴급히 병원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아무래도 가까운 응급실을 찾기 마련인데 지역 종합병원이 응급실 운영을 중단해 안심할 수 없다"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특히 더 불안해한다"며 주민 분위기를 전했다.

주민 이모(37·남)씨는 "10대 환자가 주사를 맞은 뒤 숨진 사고가 난 병원은 이미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 소문이 다 퍼져 가기가 꺼려진다"며 "대신 인근 지역 종합병원들을 이용하는데 이들 병원과 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구 증가로 연수구 내 의료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되는데 종합병원 수는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연수구 인구는 2012년 29만여명에서 2017년 34만여명으로 최근 5년간 5만여명이 증가했으며 올해 35만명을 향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연수구의 종합병원 병상 수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470∼500여개를 유지하다가 인천적십자병원(병상 150개)이 종합병원에서 제외된 올해 이달 7일 340여개로 급감했다.

이는 인천지역에서 가장 적은 수치로 올해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한 동구의 종합병원 병상 수 550여개보다도 200여개가 적은 것이다.

동구 인구의 두 배인 12만여명이 거주하는 중구에도 병상은 1천140여개가 있으며 인구 31만여명으로 연수구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계양구에도 병상은 730여개에 달한다.

인천시는 연수구에 종합병원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송도국제도시에 병상 500개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을 유치했다.

그러나 목표 개원 시점이 2023년이어서 주민들이 이용하기까지는 5년 더 기다려야 한다.

송도 1공구에 유치가 추진된 국제병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점과 영리추구에 매몰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10년 넘게 성사가 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연수구에 의료 서비스 공급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실제 주민들의 종합병원 이용 현황을 보면 연수구 내 종합병원에 국한하지 않고 타 지역 종합병원을 활발히 이용하기 때문에 연수구 지역 의료 서비스가 공급 부족 상태에 빠졌다는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최근 인천적십자병원 응급실이 폐쇄되면서 더는 응급환자를 이송할 수 없게 됐지만, 인근 지역인 남동구와 중구에 길병원·인하대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들이 있어 현재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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