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기 전에 여성인권 운동과 민주화 투쟁의 큰 별이었습니다.
성평등과 민주주의, 평화로 상징되는 고인의 생애를 차윤경 기자가 되돌아봤습니다.

【기자】

1922년 서울의 유복한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난 이희호 여사는 당시로선 드문 '신여성'이었습니다.

이화여전과 서울대를 거쳐 미국 스칼릿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귀국 후엔 이화여대에서 강의하고 대한여자청년단YWCA 총무 등으로 활동하는 등 1세대 여성운동의 주축이었습니다.

1962년 마흔 한 살이던 이 여사는 두 살 연하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두 아들이 딸렸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리 낙선한 '정치 낭인'과의 결혼에 주변 반대가 많았지만 큰 꿈을 이룰 거 같단 믿음에서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동행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때까지 47년간 이어졌습니다.

여정은 가시밭길이었습니다.

결혼 뒤 열흘 만에 남편은 '반혁명'이란 죄목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갔고,

납치사건과 옥살이, 사형선고 등 그야말로 생사를 넘나드는 시련이 계속됐습니다.

그때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에게 "더 강한 투쟁을 하시라"는 편지를 쓰고 석방 투쟁을 하는 등 가장 강력한 지지자였습니다.

1997년 김 전 대통령 취임 이후 행보도 역대 영부인들과 달랐습니다.

영부인 단독 해외 순방을 개척하고, 최초로 유엔 아동특별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으며, 남녀차별금지법 제정 등도 주도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여성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삶.

이 여사는 이제 함께 걸었던 영원한 동지의 곁에 있습니다.

OBS 뉴스 차윤경입니다.

<영상편집 : 이현정>

  • OBS 뉴스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32-670-5555
  • ▶ 이메일 jebo@obs.co.kr
  • ▶ 카카오톡 @OBS제보
저작권자 © OBS경인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