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초 허가받은 슈퍼 항생제 복제약마저 출시되지 않고 있다.

1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증으로 신고된 사람은 6천420명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CRE 감염증 환자 수(5천307명) 대비 21% 늘어난 수치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말에는 지난해 전체 CRE 감염증 환자 규모(1만1천954명)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RE는 대표적인 슈퍼박테리아로, 가장 마지막에 사용하는 항생제라는 카바페넴 계열을 포함한 거의 모든 항생제가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질병관리본부는 2017년 6월부터 CRE 감염증을 제3군 감염병으로 지정해 전수 감시하고 있다.

현재 실시간 보고되는 CRE 외에도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적지 않다는 의료계 연구 결과도 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연구팀은 2017년 한해에만 약 9천여명이 6종의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됐고, 이들 중 3천920명이 90일 이내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슈퍼박테리아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는 사실상 전무하다.

2014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개발된 항생제 신약 중 국내에서 허가받은 제품은 MSD의 '저박사',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 2개뿐이다. 그나마 2개 제품 모두 건강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실제 환자에 쓰이지 않고 있다.

저박사는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 적정성이 논의됐으나 비용 효과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급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벡스트로는 이미 지난해 12월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서 삭제됐다. 당시 동아에스티는 약가 문제로 시벡스트로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올해 2월 건일제약이 슈퍼 항생제 '큐비신'(성분명 답토마이신)의 복제약 '답토마이신주' 허가를 받으며 기대를 모았으나 여전히 출시되지 않고 있다.

건일제약 관계자는 "큐비신 복제약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적정한 약가가 나오지 않아 출시하더라도 비급여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에서도 항생제 내성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관계 부처 합동으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을 발표한 이래 항생제 적정 사용, 내성균 확산 방지, 감시체계 강화, 항생제 인식 개선 등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질병관리본부가 다음 5개년 계획 마련을 위한 전문가 포럼을 운영한다. 그간의 국내 항생제 내성 관리 현황과 효과를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2차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1~2026)' 청사진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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