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K-POP 등 한류열풍과 다문화가족, 외국인 노동자 증가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한국어 전도사' 역할을 하는게 한국어 교사인데요.
마구 발급되고, 정부 관리가 소홀해 자격증은 있으나마나한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이승환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대학 부설교육원에서 2년 가까이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A씨.

고교 시절 품은 꿈을 위해 대학원까지 진학해 2급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월급과 석달 마다 파리 목숨인 처지에 늘 한숨만 나옵니다.

[A씨/ 00대학교: 3개월씩 (채용)연장을 해야 되는데 만약에 3개월 했는데 학생 수가 적어지거나 하면 재계약이 안 되면 그 시수(강사료)를 못받으니까.]

한 시간 수업에 3만원 안팎의 강의료로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건, 여건이 좋다는 상위 대학교도 마찬가지.

10년 넘는 한국어 교육 베테랑인데도 신분은 여전히 계약직입니다.

[김미연 / 서울대 언어교육원: 그냥 저희가 학교 내의 어떤 교원도 아니고 교직원도 아니니까 행정직을 하시는 자체직원하고 같은 걸로 분류를 해버린 거죠.]

올 5월 기준, 자격증 보유자는 4만 5천 명에 달하지만 4% 만 대학 어학당 강사로 활동합니다.

150만원 이상을 들여 수업과 필기, 면접시험까지 거쳐 자격증을 따도 취업은 바늘구멍.

인터넷에선 여전히 유망직종이라며 현혹하고,발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2005년 시행 이후 자격증 적체는 심해졌지만, 문체부는 이제야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일단 저희 자격증이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해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거든요?]

발급만 하고 뒷일은 책임지지 않는 정부의 안일한 자격증 관리로 한국어교원자격증은 유명무실해져가고 있습니다.

OBS 뉴스 이승환입니다.

【앵커】
한국어교원 자격증 문제를 취재기자와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이 분들 정말 황망하고 화 나고, 막막하실거 같아요.
2급 자격증도 굉장히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기자】
고시까진 아니더라도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공부를 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한국어교원 자격증은 1급부터 3급까지 세 개로 나뉘는데, 1급은 바로 딸 수 없고 2,3급을 먼저 취득한 뒤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2급은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해야 하고, 3급도 국립국어원에서 인증하는 교육기관에서 120시간 수업을 들은 뒤 일년에 딱 한번 있는 시험에 붙어야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한국어 교사가 되기도 어렵지만 됐다고 하더라도 처우가 열악하다던데, 어느 정도 인가요?

【기자】
98개 대학교 부설 어학당 한국어 교사들의 연봉을 살펴봤는데요.

최고 연봉 평균이 2545만 원 최저 연봉 평균은 1245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급으로 치면 최저 평균 103만원 정도 받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게다가 학교랑 비슷해 담임제도가 있고, 체육대회 등 다양한 행사까지 열립니다.

이렇다보니 한국어교원들은 수업 준비부터 상담, 행사 준비까지 맡아야 하지만 수당은 전혀 없습니다.

【앵커】
상황이 이 지경인데, 관할당국인 문체부 입장은 뭡니까.

【기자】
뭘해야 할 지 정확히 모르는게 문체부 입장인 것 같습니다.

취재가 들어가자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놨습니다.

공개한 일부 내용 말씀드리자면, 자격증 취득방법을 간소화하고 실습을 강화해 실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열악한 실태와 너무 많은 자격증 취득자가 '미생'처럼 아직 날개조차 펴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알아보고 있다고만 말했습니다.

이달 말 용역이 끝나면 그걸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쯤 정책이 수립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간 문제제기가 있었는데도 아직도 매년 6천 명 이상에게 새로 자격증을 발급하니까, 악순환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자격증만 따게 해놓고, 재교육은 아예 없다시피 하니까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그러면 결국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만 낭패를 보지 않을까요?

【기자】
네 맞습니다. 결국 배우는 사람만 피해를 본다는 건데요.

이 제도는 2005년 한류열풍과 외국인 유입이 많아졌을 때 만들어졌지만 인원 적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1급 자격증을 가진 한국어 교사의 지적도 같습니다. 들어보시죠.

[최수근 / 연세대 한국어학당: 재교육이라고 할까요. 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를 않아요. 그런 걸 장려하고 있지도 않고요. 그냥 자격증 한 번 발급해주면 그 뒤로는 나몰라라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앵커】
이 기자도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해당 자격증을 앞으로 따려는 분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기자】
네, 저는 3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요. 사실 저도 이런 현실을 모르고, 부푼 꿈을 안고 거금을 들여 공부하고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런데 대학교 부설 어학당 등 웬만한 곳에선 2급 이상 자격증을 요구하고 있어서, 3급 자격증으로 갈 수 있는 직장은 사실상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주민센터에서 결혼이주민여성 대상으로 한국어 가르치는 봉사활동 했는데요.

보람있고 뿌듯한 경험이었지만 이 일을 생계로 생각하고 도전하려는 분들은 이런 현실을 꼭 알고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문체부에서 개선된 내용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관련 내용 새로 나오면 꼭 전해주시죠. 지금까지 OBS 보도국 사회부 이승환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영상취재: 조성진 / 영상편집: 조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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