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국 지하도상가의 40%를 차지하는 인천지하도상가는 불법인 전대와 양도 양수가 가능합니다.
상위법에 위배되는 인천시 조례 때문인데요.
인천시가 법에 맞게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둔 조례 개정을 추진했지만,
인천시의회가 상인 반발을 의식해 유예 기간을 대폭 늘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한성 기자입니다.

【기자】

[이용범 / 인천시의회 의장(지난 13일): 이의가 없으므로 본건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인천시의회가 '지하도상가 관리운영조례' 개정 수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지하도상가 점포를 전대나 양도·양수를 금지하되 처벌하지 않는 유예 기간을 5년으로 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또, 상가의 임차권 보호 기간도 조례 시행일부터 10년간으로 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인천시 재산인 지하도상가는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전대하거나 임차권을 양도·양수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행정안전부 등은 불법 재임차 등의 근거가 돼 온 인천시의 현행 조례 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습니다.

인천시는 최근 전대와 양도·양수를 금지하되, 행안부와 협의해 혼란을 줄이고자 부칙에 유예 기간을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시의회는 상인들의 반발에 유예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임차권 보호 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문제는 인천시가 재의 요구나 소송 절차를 밟은 경우 임차인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권경호 / 인천시 건설행정팀장: 재의라든가 제소 절차를 밟게 되면 내년 2월과 4월, 8월에 계약이 끝나는 상가들에 대해서는 전혀 보호대책을 수립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분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법령대로 갈 수밖에 없는….]

일각에선 내년 계약이 만료되는 인현지하도상가 등을 시작으로 인천시가 행정대집행에 나서면서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OBS뉴스 최한성입니다.

【앵커】
취재기자와 함께 조금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한성 기자! 인천 지하도상가 문제,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데요.
얼마나 심각합니까?

【기자】
현재 인천시에는 15개 지하도상가, 3천579개의 점포가 있습니다.
이 중 운영을 위탁한 점포는 3천319개인데요.

전체 위탁점포의 87%가 전대, 그러니까 임차인이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인천시의 자산을 임대업자와 상인이 임의로 거래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 법이 금지하고 있는 전대와 양도 양수를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가 허용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가능했던 거죠?

【기자】
관련 조례가 처음 제정된 건 2002년입니다.
'기득권을 인정해달라'는 지하도상가 기존 임차인들의 요구를 받고 인천시는 조례에 전대와 양수도를 허용하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당시 인천시는 지하도상가 유지·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자, 이 비용을 민간에 떠넘길수 있는 방안을 고려한 것입니다.

[박원용 / 부평역지하상가 기획실장: 타 시도와는 다르게 임차인들이 돈을 들여서 기부채납을 하고 공사했던 부분, 그것을 유상으로 사용했던 부분에 있어서는 시에 책임이 있습니다. 만약에 처음부터 그게 없었다면 이 문제가 없었던 거죠.]

【앵커】
인천시의 잘못된 공유재산 관리가 지하도상가 문제를 낳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부작용이 상당하다고요?

【기자】
감사원은 지난 7월 관련한 감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불법 전대와 임차권 양도·양수로 연간 459억7천514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이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상가마다 다르기는 한데요.
일부는 전대를 통해 임대료의 10배 수익을 올리고, 양도 양수과정에서 수억원의 권리금이 붙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앵커】
불법이란 지적을 받은 점포 관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점포를 빌려 임대업을 해온 분들은 하루아침에 점포를 빼앗길 처지가 되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상인의 얘기 들어보시죠.

[인천 지하도상가 상인: 법에 위반되기는요. 여기서 몇 십년동안 나라에서 도로세니 뭐니 다 받아간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냥 여기서 해먹은 것도 아니잖아요.]

상가를 위탁 운영해온 각 지하도상가 측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앵커】
문제가 있다면 관계기관이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무려 17년 동안 불법이 이어져왔다는 건해당 기관들이 수수방관했다는 건가?

【기자】
아닙니다.
2007년 행정자치부,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올해 감사원도 부당이득이나 막대한 재임대 수익, 임차권 양수도 시 권리금 수수를 언급하며 모두 불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의 근원지인 인천시가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상황은 한층 악화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인천시의회는 왜 불법인데도 불구하고 상가나 점포 임대업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죠?

【기자】
시의원들은 인천시가 만든 개정 조례안을 대폭 후퇴시켰는데요,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늘렸다는 것입니다.

[박정숙 / 인천시의원: 이런 문제를 대책없이 '안 된다, 행안부 방침이다' 이렇게 가는 거잖아요.]

[정창규 / 인천시의원: 이것(인천시의 조례 개정안)을 밀어붙이면 또다른 폐해가 발생할 거고….]

그러나 일각에선 시의원들이 대형 지하상가 상인들의 표를 의식해 불법을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앵커】
시의회의 문턱을 넘은 조례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요?

【기자】
그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인천시가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의 동의를 받아 만든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가 크게 후퇴시킨 꼴이기 때문에 시나 행안부가 재의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인천시는 책임자에 대한 징계나 지방교부세 삭감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권경호 / 인천시 건설행정팀장: 어떻게 하든 페널티를 안 받고 한 푼이라도 국비를 더 많이 확보해서 인천시정에 집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페널티 부분은 가능하면 안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의회가 상가 임대업자나 상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다시 의결할 경우 대법원 제소 과정을 거쳐 개정안이 최종 폐기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시의회의 개정안이 폐기되면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떤 전망이 나오고 있죠?

【기자】
내년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지역 내 지하도상가는 인현지하상가 등 모두 3곳입니다.

개정안이 폐기되면 점포 600여 곳은 법에 따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반입찰을 통해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계약기간 만료 이후에도 기존 임차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버티기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인천시는 최후의 경우 행정대집행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제집행이 현실화되면 재산의 상당 부분을 점포 마련에 쓴 분들이 강력반발하면서 물리적인 충돌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앵커】
불법적인 관행을 되돌리고 상인들의 재산권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최한성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영상취재: 한정신·강광민, 영상편집: 조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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