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베트남 전쟁은 50년 전에 끝났지만 그때 뿌려진 불발탄과 지뢰는 끝나지 않은 전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폭탄 제거를 도우며 불행했던 과거 위에 새로운 미래를 틔우고 있습니다.

【리포터】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은 7백만 톤이 넘는 폭탄을 투하했습니다.

이 가운데 80만 톤은 터지지 않고 베트남 땅 곳곳에 파고들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발탄은, 농부들의 삶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입니다.

응구옌 역시 10살 때 밭을 갈다 지뢰가 터지는 바람에 눈과 한쪽 손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후추 농사 덕분에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응구옌 응기아 / 지뢰 생존자 : 그전까지는 장애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근근이 입에 풀칠하고 살았어요. 고단했던 삶이 후추농장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혼자라면 엄두도 못 냈을 일, 여기에는 조력자가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루츠 오브 피스', 우리말로 '평화의 뿌리'라는 시민 단체입니다.

불발탄과 지뢰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 후추나 포도처럼 부가 가치가 높은 농작물 재배법을 알려주고 판로까지 개척해 줬습니다.

[헤이디 쿤 / 비영리단체 루츠오브피스 설립자 : 지뢰밭이 포도농장으로 바뀌고 수확물이 수출길에 오르면서 다시 활기를 찾은 공동체를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이들의 도움으로 베트남 농가 약 1백만 명이 1억 5천만 달러 상당의 과일과 견과류를 수출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도 희석됐습니다.

[응구옌 반 티엡 / 지뢰 생존자 : 과거는 과거입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어요.]

과거사를 외면하는 대신 정면으로 마주하고 도움의 손을 맞잡은 사람들, 덕분에 절망과 공포가 도사리고 있던 지뢰밭에 희망과 신뢰가 싹트고 있습니다.

월드뉴스 박아름입니다.

<구성 : 송은미 / 영상편집 : 용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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