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세 차례 고개 숙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기흥 / 대한체육회장(2019년 1월 15일) : 성폭력가해자 영구제명 및 국내외 취업을 완전히 차단하도록 하겠습니다. 메달을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메달을 포기하더라도 관행에 맞서겠다던 이 회장. 

그런데 이 사과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작년 1월 영상입니다.  

그리고 폭언과 폭행 속에 스러진 고 최숙현 선수의 죽음 앞에 이 회장은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이기흥 / 대한체육회장 (7월 6일) : 저희는 팀닥터라는게 없습니다, 물리치료사나 트레이너는 있습니다만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저희 다 등록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분에 대해서는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도종환 /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 : 이자리 나오신 분들은 책임있는 분들은 주요정보가 전혀 없으면 어떻게 오늘 회의를 진행합니까. 앞으로 무슨 조사를 할수있습니까.]

대한체육회장이 잘 알지 못하는 가해자들. 정리해보겠습니다. 

2016년 2월. 
수영연맹 전·현직 임원이 대표 선수 선발을 둘러싼 금품 거래와 공금 횡령으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 

다음 달 이 회장은 대한수영연맹 회장직에서 사임합니다. 

그렇게 수장 없이 표류하던 수영계에 몰카 사건이 터집니다.

진천선수촌 여자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영상을 촬영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큰 충격을 주었는데요. 

그 책임론을 뚫고 이 회장은 첫 통합 체육회 수장으로 선출됐고. 몰카 사건의 미온적 대처로 뭇매를 맞습니다. 

그리고 2019년 1월. 

"코치로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 심석희 선수의 고백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습니다. 

그런데 이 회장. 심 선수에게 조재범 전 코치 복귀를 언급해 논란이 됐고 당시 전명규 전 교수는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전명규 / 전 한국체대 교수 (2019년 1월 21일) : 제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마는 그런 유사한 이야기를 해서 제가 석희에게 회장님이 보고를 잘못 받으신 것 같다. 너 저기 신경 쓰지 말고 시합에 전념하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보고를 잘못 받았던 탓일까. 

심석희 선수의 폭로는 포문이었습니다.

신유용 전 유도선수의 성폭력 피해 폭로.

성추행 사건으로 직위 해제된 여자축구단 감독.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최지나 선수의 성추행 피해 고백. 

양궁계는 동성 간 성 추문에 휩싸였습니다.

밀실이 된 한국 체육계. 

그 밀실 안에서 고통의 아우성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에 답이 있을까요.

"하기 싫지? 도망가고 싶고. 대라"

"자기야, 난 솔직히 준호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성적 지상주의. 

합숙 위주 도제식 훈련방식. 

솜방망이 처벌 뒤 현장 복귀 반복. 그리고

[김재원 / 미래통합당 의원 (2018년 10월 23일 문체위 국정감사) : 서류를 조작해서 또 징계를 받고 있는데 이분을 더 요직으로 보냈어요. 회장님 오른팔이라면서요?

[한선규 / 미래통합당 의원 (2018년 10월 23일 문체위 국정감사) : (선수촌) 부촌장을 말이야. 자승의 동생을 가져다 앉혀요? 이게 체육회입니까?

"엄마 사랑해" 
스스로 생을 포기하면서 마지막 메시지를 적던 스물둘 최 선수의 심경. 

감히 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사과는 있었지만 달라지지 않았고 대책도 있었지만 무소용이었던 대한체육회. 

국제올림픽위원회 스포츠 자율성 원칙에 따라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조직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그런데 이 회장에게 묻고 싶은 것이 또 있습니다.

지난달 마지막 날. 체육계 인사들과 함께한 라운딩 어떠셨습니까. 

어떤 생각으로 스윙하셨습니까.

최숙현 선수 소식. 보고 못 받으셨던 겁니까.  

대한체육회는 해당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지난달 27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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