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프놈펜행 티켓을 끊어놓고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을 1월 10일.

그런데 그녀는 비행기를 타지 못했습니다.
영하 18도 혹한의 밤, 홀로 남은 숙소에서 숨졌기 때문입니다.

[대충 살라며 베개와 이불을 주고 헌 냄비랑 이것저것을 줬어요.]
[추운 게 가장 큰 문제예요.]

비닐하우스 안 샌드위치 패널 가건물에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외면했던 대한민국의 민낯입니다.

속헹 씨가 살던 곳이라고 달랐을까.

동료들은 동사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농장주는 그럴 리 없다 반박한 가운데 국과수는 간경화 때문이라는 부검 결과를 내놨습니다.

열대 몬순 나라에서 온, 그것도 지병이 있던 그녀에게 이 나라의 겨울밤은 얼마나 춥고 길었을까.

[이용득/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동부로 하여금 기숙사 운영에 대한 관리 감독할 책임을 강화했습니다.]

법이 개정되어도 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만 호소해온 고용노동부.

이제야 비닐하우스 안 조립식 패널 숙소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올해부터 새로 짓는 숙소에만 적용돼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런데 고용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경기도가 전수조사에 나섰는데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자료 협조를 거부하면서, 경기도는 각 시군 이장들을 통해 숙소 탐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짚어볼 사안은 1년 전부터 건강 이상을 느낀 속헹 씨가 매달 12만여 원의 건보료를 내면서도 치료를 받지 못했던 이유입니다.

"비싼 건보료를 내고 나면 자기부담금이 없어서 아파도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하지 못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지질, 간 기능 등의 문제 발생 시 본국으로 강제 귀국시키는 고용부의 정책이 속행 씨가 병원을 찾을 수 없었던 이유는 아니었을까.

[만약에 여러분들이 우리나라 가서 그렇게 살면 어떤 느낌인지 한번 입장 생각해줬으면….]

[월급을 잘 받았으면 좋겠고 정해진 일을 하면 좋겠고….]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이직이 사용자의 의사에 달린 현행 고용허가제 폐지입니다.

자신의 운명이 고용주 손에 달린 셈이니 비닐하우스에서 살아도, 병원에 못 가도 저항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들에게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면 우리 일터도 변하지 않겠습니까.

[잘생긴 아들 어디 가나?]
[돈은 잘 받았지?]
[한국 사람들이 잘해줘요.]

올해도 5만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취업 비자 받아 우리나라에 들어옵니다.

[한국 사람끼리 얘기하잖아.]
[한국에서 일하고 한국에서 밥 먹고 살고 있으면 다 한국 사람입니다.]

일한 만큼 대가 받고 살만한 곳에서 먹고 자고 아프면 병원도 갈 수 있게.

이 당연함이 더는 요구되지 않는 나라.

[밤 깊은 카페의 여인. 붐바라밥바. 가녀린 어깨 위로 슬픔이 연기처럼 피어오를 때 사랑을 느끼면서….]

우리의 노래를 같이 부르는, 우리가 꺼리는 일터에서 땀 흘리는 이들에게 왜 이 나라의 화두인 공정은 바랄 수도 없는 일인지.

이 분노의 감정마저 부끄럽습니다.

앵커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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