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독특한 연예뉴스 김태중 기자] 유명우 선수가 장정구와 독도 매치가 무산된 이유를 밝혔다.

80년대를 풍미한 스타 복서 장정구와 '전설의 주먹'들이 펼치는 남자들의 진한 토크 '장정구의 챰피온'에서 '소나기 펀치'의 사나이 유명우 선수를 만났다.

유명우 선수는 1985년 미국의 조이 올리보를 꺾고 WBA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혹독한 훈련과 방어전을 반복하기란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그는 "옛날 선배님들 보면 보통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정말 고생 많이 했다. 그래도 소위 말해 깡이 있어 너무 잘하는데 못 먹고 크다 보니 후반에 체력이 떨어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정구 선배님도 그런 기억이 있을 거다. 방어전을 오래 하다 보니 나이는 먹고 감당하기 너무 힘들다. 시합은 잡혀있어 운동은 해야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기는 싫고 그런 거 있지 않나. 힘들게 체중 감량하고 못 먹고 자고 시합 펑크는 못내고 그래서 간절하게 교통사고라도 나서 어쩔 수 없이 시합을 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장정구는 "교통사고 나면 뭐라 하지도 못하고 조용히 쉴 수 있다. 나도 가다가 차가 와서 박아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있다"라고 공감했다.

그렇게 무려 17차 방어전까지 치렀던 유명우 선수는 1992년 18차 방어전에서 일본의 이오카 히로키 선수로부터 첫 패배의 아픔을 안았다.

유명우는 "충분히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오래 방어전을 하다 보니 나태한 면이 있었던 거 같다. 같이 파이팅하면 하기 편한데 키 큰 선수가 도망 다니니 체력이 안 따라줘서 못 잡겠더라. 체력적으로 아쉽게 지고 와서 1년 만에 재대결했다"라고 밝혔다.

1년 만에 챔피언 벨트를 되찾은 그는 곧 벨트를 반납하고 본인이 꿈꾸던 '명예로운 은퇴'를 이뤄냈다. 통산 전적 39전 38승 1패 14KO였다.

유명우는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 게 선수로서 은퇴 후 굉장히 큰 보람이었던 거 같다. 복싱은 감량도 있고 준비하는 과정이 어렵긴 해도 링 위에 올라가면 상대가 한 명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만 이기면 된다. 근데 사회는 경쟁자가 많지 않나. 복싱이 제일 쉬웠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유명우 선수가 특히 오래도록 기억하는 이벤트가 있다고. 바로 2017년 독도에서 개회 예정이었던 장정구 선수와의 레전드 매치.

장정구는 "시합이 아니고 둘이 '독도는 우리 땅이다'해서 형식상 이벤트로 하는 건데 뉴스, 신문, 일본 잡지에도 나갔다. 일본에 있는 우리나라 교포한테 '독도에서 경기하는 오빠들 때문에 오아시 난감하게 됐다'고 전화가 왔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명우는 "당시 오아시가 일본 복싱협회장이었다. 그때 앞으로 한일 프로 복싱은 못 하게 될 수도 있고 장정구 선배님하고 저하고 입국금지 시키라는 말도 나왓다. 서로 불편한 상황이 될 것 같아 없던 걸로 했다. 선배님하고 나하고 (경기)하고 싶다는 말은 한 번도 안 했는데 주위에서 싸움을 시키려고 안달이 났다. 아직까지 팬들이 관심이 많다는 거에 고마움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더 이상 현역으로 활약하진 않아도 복싱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큰 유명우 선수.

그는 "지금은 국내 선수층이 얇은 대신 팬들 수준은 더 높아졌다. 일반인들도 전문가 수준이다. 시시한 경기는 채널 돌려버린다. 좋은 경기력 아니면 인기를 얻을 수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배로서 책임이 크다. 사실 복싱이 많이 침체된 거는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항상 좋을 줄만 알고 미래를 준비 못했기 때문이다. 복싱이 개인 종목이지만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다시 세계챔피언도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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