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을 가지고 연기하는 대한민국에 몇 안 되는 원로배우가 있다. 그는 스스로 수더분한 시골 아저씨라 말하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여느 할아버지가 그렇듯 '손주 바보'다. 주인공은 바로 어떤 작품에서든 '대체 불가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 박근형이다. 

묵직한 영화 '동백'으로 돌아온 박근형. '동백'은 근대역사 속 비극 사건 중 '여순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 '순철'로 열연한 박근형에게는 좀 더 특별하다고. 

박근형은 "제가 초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 그 사일일 거다. 어른들한테 여수, 순천에서 반란 사건이 났다. 군대가 봉기해서 지금 난리가 났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살던 정읍이 지리산 자락에 있는데 대결이 벌어지고 게릴라전을 하는 바람에 낮밤이 바뀌었다. 그때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겪었다. 그래서 그 상황을 제가 알고 있어서 연기하는 데 좀 편했다"라고 덧붙였다. 

얼마 전 여순사건 특별법 통과로 다시 한번 재조명되고 있는 영화 '동백'. 관전 포인트가 궁금한데. 

박근형은 "그때의 시대상을 눈여겨보시고 가난에 처해 힘겹게 생활하는 것도 나오고 소시민들이 어떻게 견뎌 왔는지 어떻게 화해가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도 참 재미있는 볼거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의 연기도 역사라 할 수 있을 만큼 어느덧 60년 넘는 배우 경력을 자랑한다. 사실 처음부터 배우가 꿈은 아니었다고. 

박근형은 "아버님이 불편하셔서 의사가 되려고 의사 공부를 했는데 꽤나 잘했다. 근데 저희 집이 극장 가까이에서 여관을 해서 연예인들이 많이 왔다 갔다. 그걸 노상 눈으로 보니까 잠재의식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연극 활동을 시작하면서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라고 전했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꾸준히 한 길만을 걸어온 박근형은. 때문에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박근형은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을 거라고 느낀다. 그래서 모는 걸 조심한다. 일에 집중할 때 선배 모습이라든가 또 내가 좋아하는 일에 정진하는 모습 등 정말 신경 써서 생활하고 있다. 너무 엄격하게 보여서 좀 싫은 소리도 들을 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버릇없거나 연기 못하는 후배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하는 그는 이서진이 가장 무서워하는 선배로 손꼽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 외적으로 봤을 때는 모든 것이 평범하다는 박근형. 

그는 "제가 시골 출신이라 동네 아저씨나 마찬가지다. 여러분들이 상상하시는 그런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뿐이지 자존심이 강하고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수더분한 아저씨다"라고 전했다. 

사실 박근형 가족은 3대가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 브로커인 '오과장'으로 열연했던 윤상현이 바로 박근형의 막내아들이다. 손주 박승재도 신인 연기자로 얼마 전 종영된 '펜트하우스' 시즌3에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박근형은 아들 윤상현이 연기자다고 된다고 했을 때 호적에서 파 번리다고 할 만큼 반대가 심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이 저도 젊었을 때 엄청나게 고생했다. 그래서 그 가난이 싫었다. 연기라는 것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엄청난 고생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좀 더 안정적인 일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극구 반대했다. 근데 아내의 '당신도 좋아서 하지 않았느냐' 이 한마디에 굴복했다"라고 밝혔다.

반면 손자가 하겠다고 했을 때는 두 손 들고 환영했다고. 

박근형은 "손주의 기초화 작업을 탄탄하게 해주는 밑바탕을 할아버지인 내가 해줄 수가 있으니까 기분이 좋았다. 근데 그 기초를 벗어나서 자기 과제로 들어와서 창조를 하기 시작하면 자기 몫이니까 이제 제 권한은 닫힐 거다"라고 말했다. 

배우로 살면서 스스로의 몸을 자신이 아닌 대중들의 것이라 생각한다는 박근형. 그는 대중들에게 어떤 연기자로 불리고 싶을까. 

박근형은 "기억에 남고 싶은 배우이고 싶다. 시대가 달라져도 박근형이라는 배우의 연기를 보고 감동받고 인정받는 배우로 남고 싶다. 원로 배우라고 해서 자리에 우뚝 앉아서 할 일 없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앞으로 나가야 우리 후배들이 더 좋은 걸 많이 가지고 나올 수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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