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 이예지 기자] '클라우드 아틀라스' 배두나, 실제로 만나보니 - 여리여리하게 보이는 배두나, 그러나 실제로 만난 그는 절대로 여리여리하지 않았다. 외국 영화만 벌써 두 편째, 출연한 영화만 15편에 그녀가 모은 관객수만해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그러니 어찌 단단해지지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한시간 가량 마주앉은 배두나에게서 느낀 첫 번째 인상은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었다. 한시간이라는 시간 중 절반을 눈을 마주치지 못했으니, 눈을 보고 말해야 하는 기자로서는 이보다 안타까운 일이 있을 수 없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배두나는 30여분이 지나자 비로소 자신의 속내를 술술 풀어냈다. 이제 막 데뷔 13년차에 접어든 관록의 배우지만 아직까지도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려운 소녀감성의 소유자라는 설명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녀의 낯가림때문에 못내 아쉬웠다. 이제 막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녀와 조금더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터. 다음에 만났을땐 조금 더 친해져있기를 바라며,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돌아온 배두나의 헐리우드 진출기를 들여다봤다.

# "헐리우드 진출에 대한 부담감이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감독 라나와 앤디 워쇼스키 남매의 작품이다. 게다가 톰 행크스, 할리 베리, 짐 스케터스 휴 그랜트까지 이름만 들어도 '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 대스타들이 모였으니 과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대작이다.

이렇듯 관객들의 영화 선택 욕구를 자극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우리나라 배우 배두나가 참여했다. '헐리우드에 한류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꽤나 비중있는 역할을 맡아 헐리우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헐리우드 진출이요? 하하. 저는 진출이라기 보다는 일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부담.. 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냥 '헐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배두나'라고 말해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주목할만한 것은 배두나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출연이 전적으로 워쇼스키 남매의 제안으로 성사됐다는 것.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감독에게 제안이 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배두나는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남매이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었단다.

"외국 영화라서 선택한다고요? 에이. 아니에요. 어떤 작품이라도 감독님이 좋고, 또 그 작품이 좋으면 선택하는거죠. 이번에도 워쇼스키 감독님이 먼저 관심을 가져주신거에요"

# "헐리우드에 진출해보니 어떻냐고요?"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함께 '공기인형'을 촬영하면서 다른 나라의 새로운 문화를 접했던 배두나다. 또 일본과 영국 런덜을 오가며 찍었던 사진으로 책까지 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새로운 세계를 받아드리는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터. 하지만 직접 헐리우드에 입성해보니 그 바닥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영상통화를 통해 워쇼스키 남매와 미팅을 하고, 그로부터 얼마후 그들이 있는 시카고를 찾았다. 그것도 소속사 식구들을 대동하지 않은 혼자서 말이다. 낯선 환경에서 만난 워쇼스키 남매는 배두나를 동생처럼 대했고,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와 환경에서도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단다.

"언어도 잘 안통하고,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근데 처음 만난 워쇼스키 남매가 정말 언니, 오빠 같았어요. 저한테 던진 첫 마디가 "밥은 먹었니?"였을 거에요. 일적으로 만난 사이가 아닌 느낌이었죠"

"헐리우드요? 진출 해보니까요? 하하" 호쾌한 웃음을 던진다. 헐리우드에서 활동해보니 어떻더냐는 기자의 질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배두나. 그래서 대체 뭘 배워왔느냐고 재차 물었다.

"일본 영화를 찍을때도 새롭게 경험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새로운 곳에 가서 경험하고 피부로 느끼는 것들이 많죠. 일을 하면서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같은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능력?같은게 생긴 것 같아요"

# "스타 감독님들과 작업하는 이유요?"

돌이켜보면 배두나는 실로 대단한 배우다. 봉준호 감독의 입봉작 '플란다스의 개'로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했고, 그 이후로 '괴물'을 통해 또 한 번 만났다. 그리고 '복수는 나의 것'을 통해 박찬욱 감독과 만나 그녀의 새로운 이면을 오롯이 드러내는가 하면 김지운 감독,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리고 이번에 워쇼스키 남매 감독까지, 국내를 막론하고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일명 스타 감독들과 만났다.

봉준호부터 워쇼스키 남매 감독까지. 신인 연기자들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겠지만 배두나에게는 그다지 어려워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타 감독들이 배두나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 좋은 작품이 또 다른 좋은 감독님들을 소개시켜주는 것 같아요.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신 감독님들이 연락을 많이 주셨어요. 그동안 해왔던 전작들이 지금의 작품을 불러다주는 느낌이랄까요"

배두나는 배우에게는 한 작품 한 작품이 모두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관객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 그걸로 끝일 수 있겠지만 배우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그래서 그는 작품 선택의 기준이 까다롭다고 했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감독님이에요. 저는 감독님한테 의지를 많이 하는 사람이거든요. 감독이 저한테 다 맡겨버리는게 아니라 저를 이용해서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배두나는 작품을 할 때마다 '아, 이 감독님은 나를 무슨 색으로 칠해주실까'하는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하단다. "박찬욱 감독님이 저를 두고 '고정관념이 없는 배우'라고 말씀하셨더라고요. 음.. 저는 감독님들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어요. 하하"

(사진=박세완 기자)

OBS플러스 이예지 기자 eyejida@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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