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김숙경 기자]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옛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처음 그를 본 순간 카리스마와 포스에 압도되는 듯 했다. 하지만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마치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마냥 편안해져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이어갔다.

확실히 그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매력을 가진 배우다. 강인한 인상과 까칠함으로 무장됐을 것만 같지만 의외의 매력을 가진 박성웅 말이다.

# '신세계',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

요즘 영화로 언론과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지만 그를 좋아하는 팬 가운데 '늦깎이 배우'로 알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무려 17년의 베테랑 배우인데도 말이다.

지난 1997년 영화 '넘버 3'로 데뷔한 박성웅은 그동안 영화 '반칙왕', '미스터 소크라테스,' '해바라기', '무방비도시', '백야행' 등에 출연했고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제빵왕 김탁구'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자신의 이름 석자 '박성웅'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데는 10년 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박성웅은 오랜 무명생활을 잘 견뎌내며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무명 생활을 10년 정도 했어요. 다들 그렇게 하지 않나요?  제가 그런 장점은 있는 것 같아요. 힘이 들면 들수록 더 하고 싶어하는게 있거든요. 어차피 밑바닥에서 출발했으니까 뒤는 없잖아요. 앞으로 전진만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고 희망적인 부분도 한 몫 했죠"

"영화 '반칙왕'에 (김)수로 형하고 함께 출연했는데 그때 당시 수로형이 저한테 '10년 만 해라. 다른 일도 10년 해서 못할 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태왕사신기'가 딱 10년 째 접어든 해였어요"

박성웅에게 있어 '태왕사신기'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이기도 하고 연기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신세계'도 그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태왕사신기'는 연기적으로나 배우적으로, 또 아내를 만나게 해 준 작품이에요.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작품이죠. '태왕사신기'의 주무치라는 역할을 통해 주목도 많이 받고 같이 하자는 요청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신세계'는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 박유천, 연기해 보고 싶은 후배

데뷔 후 박성웅의 작품을 살펴보면 악역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영화 '무영검'에서는 악당 승려 마불 역할로, '미스터 소크라테스'에서는 김래원을 지독하게 괴롭히는 야비한 조직폭력배 한두로 출연했다. 영화 데뷔작 '넘버3'에서도 조직폭력배였고 이번에도 악역이다. 그래서일까. 그에게 붙은 수식어는 바로 악역 전문배우.

"악역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요. 오히려 더 재밌어요. 왜냐하면 현실에서 안되는 걸 할 수 있으니까 짜릿한 것 같아요. 나쁜 걸 해보니까 잘 살아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더 들기도 하고요. 제가 센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까. 김탁구 때 맡은 조진구도 악역으로 생각하시더라고요. 조진구라는 바람개비 문신 역할을 했었는데 나중에 탁구를 살려주는 조력자, 키다리 아저씨 그런 역할이었는데 악역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악역 연기를 주로 맡았던 박성웅이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을까.

"제 전공인 멜로 쪽으로 가야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센 것만 이렇게 많이 하고 하다 보니까 제가 사실 코미디도 자신 있거든요. 이렇게 생긴 사람이 웃기면 더 웃기거든요. 또 휴먼 이런 거. 다양한 장르를 다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써는 그게 다 욕심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멜로를 해보고 싶은 배우가 있느냐고. "(송)지효하고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 '계백'때 처음 지효를 봤는데 이번 영화에서 다시 만나 더 친해졌어요. 그 효과로 이번에 같은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고요"

송지효와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박성웅. 그런 그가 호흡을 맞춰 보고 싶은 또 다른 후배 배우로 박유천을 꼽았다.

"박유천씨 이번에 보니까 연기에 물이 올랐더라고요. 드라마 '성균관스캔들'때부터 연기를 했는데 사실 그때는 가수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연기가 안정적이고 얼굴에 '배우'라고 써있더라고요. 버디 무비나 형사물에서 같이 연기해보고 싶어요"

# 신세계는 내 인생의 '신세계'

영화 '신세계'를 통해 다시 한 번 멋진 날개짓을 하고 있는 배우 박성웅. 그는 "'영화 '신세계'는 내 인생의 신세계"라고 정의했다.

누구보다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매 작품마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박성웅.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거침없는 대답과는 달리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진솔한 배우로 남고 싶어요. 매사에 연기를 임하는데 있어서 거짓이 없는 배우, 거짓 연기를 하지 않는 배우,  제가 제 연기로 했을때 창피하지 않고 떳떳하게 연기를 하는 그리고 주변분들이 뭐라고해도 흔들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 화가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하나하나 긁어내고 씻는 모습을 봤다. 새로운 작품을 하기 위해 자신이 그렸던 작품들을 없애는 것이었다. 배우 박성웅도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박성웅. 계속 그의 연기를 보고 싶고, 또 어떤 변신을 하고 돌아올지 궁금하게 만드는 그는 '천상배우'였다.

<끝>

(사진=박세완 기자)

OBS플러스 김숙경 기자 ssen@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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