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이다혜 기자] 배우 유아인이 2011년 '완득이'(감독 이한)에 이어 '깡철이'(감독 안권태)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1년 전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완득이'와는 달리 조금 더 어른스러워지고 성숙해진 '강철'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깡철이'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 순이(김해숙 분)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강철(유아인 분)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냈다. 강철은 힘든 생활고에도 지친 내색 하나 없이 엄마만을 위해 일했고 힘든 참치, 오징어 하역 일은 기본 집안일까지 능숙하게 해냈다.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모든 촬영은 부산에서 진행됐다. 몇 개월 동안의 부산 생활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부산에서의 촬영 재미있었고 그곳에 생동감을 많이 살리고 싶었어요. 참치와 오징어를 하역하는 장면도 좋았고 부산의 어두운 뒷골목이 좋더라고요. 시장가서 바쁜 와중에 촬영하고 오징어 냉동 창고에 들어가 체험 삶의 현장을 촬영한 기분이에요(웃음). '강철이가 저렇게 살아가고 있구나'의 느낌이 잘 묻어난 것 같아요"

'깡철이'속 유아인은 절제된 감정연기는 물론 담백한 부산 사투리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했다. 병에 걸린 엄마를 향한 아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쏟아냈고 그의 영화를 본 사람들은 "엄마가 생각나는 영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감정연기요? 쉽지 않았어요. 최소한의 상태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카타르시스가 정말 크거든요. 필요한 양 만큼만, 감정신은 편집이 중요했어요.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감정을 표현하는게 어려운 것 같았어요."

그렇다면 대구 출신인 그에게 부산 사투리는 어땠을까. '깡철이'에 출연했던 김해숙, 정유미, 김정태 등은 실제 부산 출신이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만큼 유아인은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사투리를 배우기도 했을 뿐더러 부산 남자만의 매력을 표현하고자 심혈을 기울였다고.

"부산 남자를 표현하는 사투리를 통해 담백함을 많이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투리를 어색하지 않게 구현할 수 있으면서 여자들이 무서워하지 않는 부산 남자를 만들어 내고 싶었고 허세 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웃음)"

"덜 하는 게 부담스러움을 만들고 연기 욕심이 생기면서 내 연기의 기교가 늘어나고 과시적인 연기를 하기도 했어요. 한 가지 연기를 해도 열두 가지 표정을 내는 게 중요했고, 못 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을 만들어 내는 부분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부산 남자의 기준이 영화 '친구'잖아요. 부산친구들 보면 거칠기도 하고 세기도 해요. 내 나름대로의 허용치를 정해놓고 사투리 연기를 했어요"

배우 '유아인'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자유분방함'이다. '깡철이' 속 유아인은 엄마 앞에선 순한 양이지만, 그를 억압하는 세력 앞에서는 '깡'이 다분한 모습을 보인다. 작품 속에서 보여줬던 거칠고 반항아 적인 모습 때문에 두려울 게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소심하고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가끔 SNS을 통해 자신의 솔직한 의견도 남겨 누리꾼들에게 적이 되기도 하고, 옹호를 받기도 하지만 그는 이것 또한 자신의 방어이자 보호라고 말했다.

"저 진짜 용감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대단하고 용감한 아이도 아니고 소심하고 생각도 많아요. A형이거든요(웃음).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즐거웠으면 좋겠거든요. 모두가 개성이 또렷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똑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잖아요"

"또 돈이 좀 많았으면 좋겠고 내가 더 예쁜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은 게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가면 제가 싸워야죠. 이것 또한 저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 하거든요"

자유분방해 보이는 유아인의 일상은 평범한 20대 남자였다. 촬영이 없을 땐 여행도 가고 친구들과 술도 마시면서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나름의 자취경력으로(?) 홀로 음식도 해 먹기도 하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 조촐하게 요리를 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요리하는 거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다 해먹는 편이에요. 왜냐면 제가 하는 게 다 맛있거든요(웃음). 음식을 배달 시켜도 제가 다시 해서 먹고, 어머니가 해 준 음식도 제 입맛에 맞춰 요리를 다시 하기도 해요"

20대를 보내고 있는 인간 유아인은 평범하고 소탈했지만 배우 유아인은 뜨거웠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충무로 러브콜 1순위'가 된 그는 아직 해보고 싶은 연기가 더 많다.

"20대 배우한테 기대하는 것은 뭐가 있을까요? 예쁘고 멋지게 하이틴을 공략하는 부분도 필요하지만 20대에 표현할 수 있는 건 뜨거운 청춘이잖아요. 장르적으로 들어가 카테고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지금 한국영화에서 20대 남자에게 바라는 건 순정만화 속 주인공, 운동, 액션 이런 것들인 것 같아요. 저는 지금부터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들어가서 액션 연기도 하고, 멜로 연기도 하고 싶어요"

(사진=권희정 기자)

OBS플러스 이다혜 기자 daah@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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