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정솔희 기자] 영화 '써니'의 하춘화는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쎈 여자캐릭터였다. 여성으로서의 상냥한 매력보다는 남성 영화 속 흔히 등장하는 의리캐릭터라고도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독특하고 낯선 캐릭터를 제 옷을 입은 것마냥 스크린 속에 등장한 배우에 주목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배우 강소라의 이름은 그렇게 시작됐다.

# "'닥터 이방인' 종영, 이제야 실감 중"

강소라는 '써니' 이후 꾸준히 작품활동을 놓지 않고 배우로서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갔다. 서서히 하춘화를 벗어가며 점차 성숙한 여성미를 보여주던 강소라가 '닥터 이방인'의 오수현을 만났을 때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주목했다. 하춘화의 생생한 느낌을 넘어서는 세련되면서도 표현에 있어 가감없는 캐릭터는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배우 강소라에게 딱 맞는 배역이었다.

"이제 조금 '닥터 이방인'이 종영했다는 실감이 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그동안 너무 일이 바쁘다보니 실감 못했다. '닥터 이방인'이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다고 하는데 체감한 게 없다. 팔로워가 많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연락이 많이 오지도 않는다(웃음). 아직도 나만 중국을 짝사랑하는 느낌이다. 팬분들과 만나는걸 좋아하니까 중국에서 소규모라도 팬미팅을 해보고 싶다"

'닥터 이방인'은 초반부터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해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남다른 흥행력을 입증한 이종석과 '주군의 태양', '시티헌터' 등을 연출하며 탄탄한 지지층을 쌓아온 진혁피디가 의기투합한 것만으로도 기대치는 상당했다. 그만큼 힘있는 도입부를 보여줬지만 뒤로 갈수록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는 드라마기도 했다. 특히 오수현은 멜로가 부각되면서 힘을 잃었고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배우기 이전에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입장으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초반 헝가리신이 너무 잘 나와서 가뜩이나 기대치가 컸던 터라 더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초반이 너무 좋아서 그랬던거지 아쉬운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수현 역시 내가 생각한 부분과 다르긴 했지만 그게 틀린거라고 말할 순 없다. 연기하면서 많이 내려놨다. 너무 내 시선에만 가두지 말자고 생각했다. 오수현이 어떤 행동을 한다고 나의 잣대로만 판단할 순 없다. 오수현 입장에서는 스스로 객관적인 판단을 못할 것 같다. 사랑하다 보면 이기적이게 되지 않나. 오수현 성격이 이기적이기도 하다(웃음)"

오수현은 태어났을 때부터 온전한 내 것이란걸 가져본적이 없다. 대학병원 이사장 딸이라는 위치와 그만한 부를 가지고 있지만 가족들 속에 섞일 수 없는 특수한 신분은 오수현을 콤플렉스 덩어리로 만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완벽하지만 속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안쓰러운 여인이다. 그런 오수현을 강하게 뒤흔든 사람은 송재희(진세연 분)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외치는 박훈(이종석 분)이다.

"박훈이 송재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얘기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수현의 입장에서 나는 태어나서 가진 게 하나도 없다. 내가 노력해야만 사랑을 얻을 수 있는데 송재희는 박훈이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마음을 받는다. 당연한 사랑을 받지 못한 오수현은 질투도 나면서 정말 부러운 거다. 왜 나한텐 없지? 그래서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것 같다"

'닥터 이방인'의 진혁피디는 배우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연출가다. 그만큼 배우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연출이기도 하다. 그런 명성이 자자한 진혁피디와의 작업은 어땠를까. 강소라는 진혁피디의 장점으로 효율성을 가장 먼저 꼽았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이 장면을 어떻게 연출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그런데 진혁피디님은 정말 효율적으로 커트를 사용한다. 어떤 커트를 써야할지 확고함이 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체력을 아낄 수 있어 편하다. 사실 같은 연기를 반복하다 보면 배우도 지치고 신선함이 안 사는데 그런걸 배려해주신다. 게다가 진보살님이라고 부를 만큼 화내는 걸 본 적 없다. 사람이 잠도 못자고 예민해지면 화도 내기 마련인데 마인드 콘트롤을 잘하시는 것 같다. 나라면 난리가 났을거다(웃음)"

# "또래 여배우들 활약, 그냥 무조건 좋다"

20대 여배우 기근이라는 말이 있다. 원톱 주연으로 나설 수 있는 남성 배우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 비해 여배우들은 활약도, 스타도 부족했다. 이러한 가운데 강소라를 필두로 고아라, 박신혜, 백진희 등 90년생 여배우들의 활약은 대중에게나 연예계에서나 환영할만한 일이다.

"또래 여배우들이 활약하는 걸 보면 그냥 무조건 좋다. 그런데 한 작품에서 만나기가 힘드니 좀 아쉽기도 하다. 남자들은 커뮤니티가 많은 것 같은데 여자들은 없다. 같은 직업이고 비슷한 나이니 많은 걸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세명만 친해서 모으면 금방 모일 것 같은데 아쉽다"

"생각보다 여배우 역할이 그렇게 많지 않다. 영화 쪽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비단 20대 역할에 한정된 얘기는 아니다. 남자 배우들 중심에 여배우 한두분 정도 나오고 비중도 그렇게 크지 않다. 여배우들도 폭넓게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충분히 도전할 수 있고, 믿어주셨으면 좋겠다"

'써니'에 함께 출연했던 여배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심은경은 영화 '수상한 그녀'로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을 만들었고, 천우희는 '한공주'로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것은 물론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워낙 각별한 사이기도한 그녀들의 활약을 보는 강소라는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닥터 이방인' 촬영이 갑자기 잡히는 바람에 예매를 해놓고 '한공주'를 못봤다. 너무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수상한 그녀'는 시사회도 갔다. 이제 드라마도 끝났으니 조만간 만나야겠다. (천)우희 언니에게 '멋지다, 그동안 너무 숨어있었다, 앞으로 가열차게 달려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희 언니한테 충분히 밝은 에너지도 많다. 그런 부분이 어필되는 작품도 보고 싶다"

배우는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이미지와 자기 자신의 이미지 사이에서 갈등도 있고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 강소라 역시 대중이 바라는 가장 최적의 모습은 바로 '써니'의 하춘화다. 그래서 '써니' 이후 예능이나 드라마 '드림하이2'에 출연했던 강소라의 선택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 역시 많았다. 왜 그와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를 하지않고 다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답은 아쉽게도 그런 작품이 없었다.

"그땐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판단이 안섰다. 확실히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하기 힘든 것에 대한 구분도 안갔다. 하루 아침에 세상에 바뀌어버리니 다른 사람의 의견에 많이 따랐다. 사실 갑자기 성인 역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학생 역할도 자주 없으니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았다. 게다가 '써니'의 하춘화같은 캐릭터를 몇개월 기다렸는데도 없었다. 시간이 아까워서 빨리 다음 작품을 택하게 됐다"

"'우결' 같은 경우는 워낙 털털한 이미지가 부각됐는데 여성스러운 면이나 순한 면들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대중들과 친화력있게 리얼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때문에 출연하게 됐다. 사실 나는 생각보다 그렇게 텉털하지 않다(웃음)"

# "팬들의 대가 없는 사랑, 너무 고맙다"

강소라는 처음부터 배우를 꿈꾸지 않았다. 정말 우연찮은 기회에 영화 오디션을 봤고, 오디션에 합격했고, 영화는 개봉을 빨리 해야해서 촬영하게 됐고, 영화를 찍다보니 소속사가 필요해서 배우로 계약하게 됐다. 강소라는 어느 순간 배우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부담도 없었다. 그저 즐기면서 재밌게 일하면 되는구나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바뀐건 드라마 '드림하이2'를 만나면서다.

"첫 주연이어서 부담됐다. 주연으로서의 책임감과 내가 해야될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동안 내가 너무 즐기기만했구나라고 느꼈다. 프로로서 내가 보여줘야할 역할이 있는데 너무 막연하게 즐기면 된다고 생각해서 내 몫을 해내지 못했다. 그땐 내 스스로 마음가짐이 안됐었다. '드림하이2'는 내게 여러모로 많은 걸 알게 해준 작품이다. 배역의 위치라든가 시청자들과의 약속, 책임감을 준 작품이다"

사실 '드림하이2'는 시청률면에서나 작품성면에서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드림하이'의 명성을 이었고, 강소라가 '써니' 이후 처음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작품이라 기대감이 컸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그렇지만 강소라에게는 작품 자체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다.

"다른 배우들과 감독님께 미안한 작품이다. 충분히 해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캐릭터에 이입도도 낮고 그만큼 준비도 안됐던 것 같다.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다. 그래도 끝까지 의리있게 지켜봐준 분들께 감사하다. 해성이(강소라 분)만 생각하면 미안하다. 방법도 서투르고 잘 몰랐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강소라는 팬들과 유독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팬들 역시 '강배우'라고 부르며 충성도 역시 매우 높기로 자자하다. 강소라는 팬들의 그런 호칭이 너무 민망하다며 어디 숨고 싶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팬들이 애정 어린 표현에 어쩔 수 없다며 강배우라고 불리고 있다.

"서로 스스럼없이 대하는 편이다. 사실 이 직업을 갖고 나서 보통 사람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을 겪는다. 얼굴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한테서 서포트 받고, 응원 받는게 정말 감사하고 좋다. 대가 없이 주는 사랑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편하게 대하고 그런게 좋은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다음 팬미팅때에는 그동안 많이 받았던 것들을 돌려주는 의미로 고가의 애장품을 내놓을 생각이다. 다 드릴 순 없겠지만 주로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나의 애장품을 내놓겠다(웃음)"

강소라에게 '닥터 이방인'은 첫 의학드라마라 의미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나 자신의 모습과는 달랐던 오수현이란 인물에 대한 애착이 '닥터 이방인'을 더욱 의미있는 드라마로 만들었다. 애착이 큰 만큼 아쉬움 역시 크지만 강소라가 한 단계 성장해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닥터 이방인' 이후 강소라를 더 빨리 만나고 싶은 이유는 그가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기대감을 주는 배우기 때문이다.

(사진=윌엔터테인먼트)

OBS플러스 정솔희 기자 hwasung654@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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