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묵주는 교황님께서 주신 겁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갖고 있을 물건입니다. 묵주를 볼 때마다 교황님 생각을 할 거에요. 그러면서 '해결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면 꼭 이뤄질 것 같아요."

18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서울 명동성당 미사가 끝난 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7) 할머니는 성당 안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교황에게 받은 묵주를 직접 들어보이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손수 묵주를 꺼내 잠시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응시하며 마음의 깊은 상처와 치유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할머니의 목소리도 조금 떨렸다. 이용수 할머니 역시 가톨릭 신자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묵주에 대해 '축복받으셨다'는 주변 신자들의 축하가 이어지자 "평화를 상징하는 묵주입니다. 교황님이 평화를 주시고, 문제를 해결해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미사는 4박5일 일정으로 방한한 교황의 마지막 공식 행사였다.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새터민과 납북자 가족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이 참석했다.

파란색 한복을 입고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는 "교화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라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악수를 하면서 내 사진과 '일본 천황도 사죄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드렸다. 귀한 분을 이렇게 만나뵌 것이 굉장히 큰 뜻이 있는 것 같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교황께서 오셔서 한도 풀어주신 것 같고 평화를 말씀하시면서 미래 후손들에게 희망도 주신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의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할 수 없지 않나. 일본 아베 총리가 평화적 해결에 나서도록 교황님께서 해주시면 좋겠다. 그것밖에 바라는 것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끝으로 "우리 나이가 너무 많다. 얼마나 더 살지 모른다. 교황님께서 오셔서 희망을 주셔서 (문제 해결을) 기대해본다"라며 "이렇게 오래산 보람이 있다"라고 미소지었다.

또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을 펼치는 한옥순(67) 할머니는 "그분의 메시지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 닿았다. 원전을 더 지으면 평화가 오지 않는다. 교황님 말씀에 따라 평화가 올 때까지 싸우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옥순 할머니는 이어 "여러 경로로 교황님께 '죽음의 송전탑에서 구해달라'는 메시지를 스페인어로 전했다"라며 "교황님이 오신 만큼 우리나라도 평화로워지겠다는 희망과 느낌을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미사에는 '고려인 이주 150주년 국제오토랠리' 참가를 위해 방한한 고려인들도 대표단을 꾸려 참가했다. 참가단은 16일 북한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으로 넘어왔다.

대표단의 한 명인 김 뱌체슬라브 니콜라예지치 씨는 "미사에 참석해 감격스러웠다. 미사에서 교황님께서 통일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이 특히 감명깊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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