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방한 기간 동안 세월호 유가족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만났던 교황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편지와 묵주를 선물했습니다. 교황은 우리 사회가 보듬지 못한 사회적 약자이자 갈등의 희생자들을 특별히 챙겼습니다.
김창문 기자입니다.

【리포트】
교황이 자필로 서명한 한글 편지.

직접 찾아 뵙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실종자 이름을 모두 나열한 교황은 기도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낭독】
"주님, 실종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황지현, 허다윤, 단원고등학교 교사 고창석, 양승진, 일반승객 권재근, 이영숙, 그리고 일곱 살배기 권혁규 어린이가 하루 빨리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주옵소서."

지난 17일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 씨의 세례식 이후 묵주와 함께 수원교구에 건네진 이 편지는, 팽목항에 남아있는 실종자 가족들 손에 전달됩니다.

4박 5일 동안 교황은 하루도 빠짐없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습니다.

【싱크】프란치스코/교황(지난 14일, 서울공항)
"유족들의 아픔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에 가슴이 아픕니다."

【싱크】김영오/세월호 유가족(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대중 행사마다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고, 유가족들이 도보순례할 때 사용했던 나무 십자가를 교황청으로 가져가겠다고 했습니다.

교황의 이같은 행보는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정치권에 경종을 울립니다.

위안부 할머니를 비롯해 쌍용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과 밀양 주민들, 용산참사 희생자 등...

사회적 갈등의 희생자가 됐지만, 한국사회가 제대로 보듬지 못한 이들도 교황은 서슴없이 껴안았습니다.

【싱크】김기태/천주교 인천교구 전례위원장(신부)
"한국 사회에 정말 답답하고 풀리지 않는 여러 갈등 상황들이 많잖아요. 소박한 행보를 통해 풀어나가는 교황님의 모습이 신선하게…."

교황이 머물렀던 한국에서의 '100시간'은 이념과 세대, 종교, 지역을 뛰어넘어, 한국 사회가 챙기지 못한 가치를 일깨웠습니다.

OBS뉴스 김창문입니다.

<영상취재 : 정형민/영상편집 :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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