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정솔희 기자] 충청북도 옥천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부부가 있다.

23일 오후 방송되는 OBS 멜로다큐 '가족'에서는 도전정신 강한 아내 구정순(69)씨와 소심하고 모든 일에 꼼꼼한 남편 이병로(74)씨 부부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실개천이 맑게 흐르는 옥천의 소담스러운 마을에 티격태격 다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이 있다. 밭에 일 한 번 나가려면 머리 빗고, 화장실 가고, 이 닦고, 준비하는 데 한 나절이 걸리는 남편 이병로 할아버지가 답답한 아내 구정순 할머니의 실랑이 때문이다.

털털한 성격의 아내는 대충대충 하고 나가면 좋으련만 매사 완벽하고 꼼꼼해야 하는 남편의 사전에 절대 대충 대충이란 없다. 터덜터덜 고추밭으로 혼자 향하다 경운기라도 마주치면 할머니의 한숨은 더욱 깊어진다. 세상에서 자기 몸이 제일 귀한 할아버지는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바퀴가 달린 것은 절대 타지 않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농사지으며 경운기 한 번 본 적 없고, 오토바이며 자동차는 늘 남이 태워주는 것만 타 보았다. 얼마 전 아들이 운동 삼아 타라며 가져다 준 자전거도 장식품이 된 지 오래다. 대체 바퀴 달린 물건 타고 쌩쌩 달리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지 할머니는 오늘도 한숨으로 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이런 미운 일곱 살 남편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건, 젊은 날 땀 흘려 고생해 준 덕에 두 식구 먹을거리 정도만 농사지으면 살 수 있다는 고마움과 3년 전, 뇌농양으로 쓰러져 한동안 투병 생활을 해야 했던 안쓰러움 때문이다.

할머니는 병수발하며 마음 앓이 하던 때를 떠올리면 그래도 저만치 건강히 곁에 있어주는 게 참 고맙다고. 할아버지가 아플 때 제일 잘 먹던 것이 할머니의 올뱅이(다슬기)국, 그래서 요즘도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아플 때나 기운이 쇠했다 싶으면 올뱅이 국을 내어놓는다.

사실 남편과 매일을 티격태격하면서도 금세 풀어지는 건 남편의 경제권이 한 몫 했다. 할머니는 젊어서부터 털털한 성격 탓에 뭐든 흘리고 다니기 일쑤에 숫자 계산도 영 소질이 없다. 반면 할아버지는 돈 챙기는 일만큼은 그렇게 꼼꼼할 수가 없다.

이어 할아버지의 모든 옷에는 옷핀이 꽂혀있는데, 오랜 연구 끝에 완성한 돈을 안 흘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다. 오매불망 할아버지의 옷핀 열리는 날이 할머니가 가장 신나는 날이다.

그런데 할머니가 불안해 그냥 돈을 주는 법이 없고 시장을 꼭 따라나선다. 털털하고 성격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내가 시장에서만큼은 180도 달라진다. 옷 하나 사기 위해 꼼꼼히 온 시장을 다 뒤져야 직성이 풀리는 아내다. 짐꾼이 된 남편은 이럴 때만 대충하고 가자는 말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돈 넣을 주머니 하나 없는 옷을 사는 아내의 옷 취향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반백년을 이어 온 부부의 사랑싸움은 딸이 오나, 손자가 오나 변함없이 이어진다. 오늘도 부부의 소란스러운 사랑 때문에 온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한편 OBS 멜로다큐 '가족'은 23일 오후 11시 5분에 방송된다.

(사진=OBS)

OBS플러스 정솔희 기자 hwasung654@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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