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정솔희 기자] 남을 울리는 것, 웃기는 것 중 더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눈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은 전자가 더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 하게 하지만 실제로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와 타이밍을 요한다. 그래서 천부적인 코미디 감각을 가진 배우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다. 그런 배우가 가슴 설레는 멜로까지 가능하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조정석은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그 두 가지 모두 가능한 배우라는 것을 입증했다.

# "첫 남자 주인공, 그냥 감격스러웠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4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대한민국 보통 커플 영민(조정석 분)과 미영(신민아 분)이 그려나가는 현실적이고 리얼한 로맨틱 코미디다. 특히 조정석이 신민아와 함께 첫 주연으로 나선 영화로 그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 영화기도 하다.

"언론시사회때 영화를 처음 봤다. 무대 인사 들어가기 전에 굉장히 떨리더라. 무대 인사나 공연도 한 두번 해본 것도 아닌데 정말 떨렸다. 관객분들이 재밌게 봐주시는데 울컥하는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단독 남자 주인공을 한 작품이기도 하고 굉장히 열심히 만든 작품이라 보람도 느끼면서 그런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그냥 감격스러웠다"

극중 주인공이라는 역할은 자칫 배우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로맨틱 코미디로써 배우간의 호흡이 중요한 영화지만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조정석이 맡은 영민의 역할은 로맨틱과 코미디 두 가지를 함께 만들어가는 키포인트를 쥔 인물이다. 조정석은 그러한 역할에 대한 부담 대신 작품에 대한 믿음으로 이 영화를 선택했다.

"남자 주인공이라는 부담감은 없었다. 선택할 때는 오로지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어서 내가 낚아챈 거나 다름없다.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촬영하면서 부담감이 생겼다. 책임감있는 위치고 이 작품을 어떻게 잘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하지만 그런것들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100% 내가 가진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부담감은 버리고 상대 배우와의 호흡, 대화 등에 집중했다"

# "신민아와의 케미 걱정 없었다"

사실 영화 속 영민은 여성들의 입장에서 밉상을 넘어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특히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미영과 말다툼을 하다 주제를 벗어나 자꾸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점이다. 조정석은 이러한 부분이 바로 남자와 여자의 싸움이 벌어지는 이유라고 생각해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라고  밝혔다.

"일부러 그렇게 더 했다. 남자와 여자가 대화가 안 되는 순간이 바로 서로 자꾸 다른 얘기를 할 때다. 하나의 방향으로 얘기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 영화 속에서 미영과 처음 싸울 때도 그렇다. 남녀간의 싸움이라는 건 별게 아닌 것 같다. 자꾸 딴 얘기를 하니까 순간 짜증이 나는 것 같다"

조정석은 이러한 짜증 유발자 영민을 신민아 못지 않게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감싸며 어느 순간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신민아와의 케미를 의심했던 사람들을 민망하게 할 정도로 진짜 커플같은 달달한 하모니를 만든 것도 조정석의 힘이 컸다.

"솔직히 영민이 욕을 먹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용납이 안되는 부분이 많아서 연기하기 힘들었다(웃음). 어찌됐건 관객들이 영민이를 너무 미워하게 되면 감정선을 따라오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해서 밉상이지만 밉상이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결론은 '영민 답게' 하는 거였다. 영민의 충동적인 행동들을 밉지 않게 보이기 위해 위트감있는 하나의 유머로써 표현했다"

"처음에 (신)민아와 내가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이 나왔었다. 그런 얘기를 듣고 민아가 속상했다고 하더라. 물론 나도 속상했지만 케미라는 건 호흡을 맞춰가면 당연히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연기적인 호흡이 잘 맞았기 때문에 별 걱정 안했다. 분명히 예쁘게 잘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남자와 여자가 각각 영민과 미영을 통해 느끼는 공감대가 가장 큰 힘이다. 조정석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많은 것들을 공감했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었다고. 그는 영민과 미영의 마음을 공감하면서 과연 어떤 영화가 만들어질까 궁금해졌다.

"내가 영민을 연기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림이 그려졌다. 우리 영화는 정말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영화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영민과 미영이라는 신혼 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지만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주옥같은 장면들이 많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데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소원해졌을 때 우리 영화를 본다면 치유될 것 같다. 뜨겁거나 차갑거나 밋밋한 사랑을 하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 코미디를 아는 남자, 조정석

조정석은 영화 '건축한개론'에서 납뜩이 역을 맡아 단숨에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배우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납뜩이는 범상치 않은 이름 답게 어마무시한 파급력을 자랑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터뜨렸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속 영민의 깨알 웃음 역시 조정석의 코미디 감각이 빛나는 순간순간이었다.

"코미디는 타이밍 싸움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창의적이면서 새로운 호흡들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지만 신민아와의 호흡이 좋았던 게 웃음을 살릴 수 있었던 포인트였다. 원맨쇼가 아니라 상황적인 코미디가 많아서 신민아와 주고 받는, 두 사람의 공기가 그런 웃음을 잘 만들어갔다. 배우들간의 호흡이 좋아서 코미디가 잘 살았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것도 있다(웃음)"

특히 조정석은 본인이 가진 코미디 이미지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본인은 결코 재밌는 사람이 아니라고 손을 내젓기도 했다. 앞서 '건축학개론', '관상' 등에서 남다른 연기 호흡으로 관객들을 울리고 웃겼던 그가 욕심내는 작품은 무엇일까.

"내가 재미를 느껴야한다. 내가 재밌다는 건 정말 열의를 갖고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보통 '재밌다'라고 표현하면 코미디 영화를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정극에서도 '재밌다, 미칠 것 같다'라고 느끼는 시나리오가 있다. 그런 것들이 내 마음을 움직인다. 그런데 누가 봐도 재밌다고 하는 걸 나는 재미 없게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재미없다는 걸 나는 재밌게 본다(웃음)"
 
그동안 조정석은 뮤지컬배우로서 무대에 서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와 브라운관 역시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데뷔와 동시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중이 기대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조정석은 그저 뭘하든 열심히 하는 자신을 재능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해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며 겸손한 답을 내놓았다. 앞으로도 무엇이든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며 도전 정신을 드러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악역을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면 반드시 할거다. 언제나 변신을 꿈꾼다. 배우는 변화무쌍해야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노력해야할 거라고도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가져야먄 도전할 수 있고 모험할 수 있다. 변화 없이 안주하게 된다면 재미 없을 것 같다. 배우로서 욕을 먹더라도 도전하고 싶다. 뭔지 모르겠지만 계속 무언가 할 생각이다(웃음)"

조정석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기분 좋은 작품' 혹은 '건강한 영화'라고 말했다. 첫 주연작으로써의 기쁨을 전하는 표현이자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담긴 표현이다. 그의 말처럼 조정석 역시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웃음을 전달하는 건강한 배우다. 이 작품을 통해 한 발자국 더욱 성장한 그를 기대해본다.

(사진=영화인, 씨네그루)

OBS플러스 정솔희 기자 hwasung654@obs.co.kr

  • OBS 뉴스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32-670-5555
  • ▶ 이메일 jebo@obs.co.kr
  • ▶ 카카오톡 @OBS제보
저작권자 © OBS경인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