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정솔희 기자] 1년 중 300일이 안개가 낀다고 안개산으로 불리는 이곳에 백발소녀 할머니가 살고 있다.

21일 오후 방송되는 OBS 멜로다큐 '가족'에서는 여전히 소녀 같은 장숙랑(92세) 할머니와 사랑스러운 효자 아들 박태현(63세)씨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강원도 삼척시에 자리 잡은 안개산 끝자락에 유일한 집 한 채가 있다. 이곳에 사는 92세 백발소녀 할머니는 열여섯 살에 시집와 지금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다. 장숙랑 할머니는 열여섯 살 꼬마신부에서 어느덧 쪼글쪼글한 할머니가 되버렸다.

하지만 그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다고 해서 한시도 쉬는 법은 없다. 할머니의 하루 중 가장 분주한 아침. 보물 바구니에서 화장품을 꺼내 거울을 보며 꼼꼼히 화장한다. 머리에 기름도 발라야 하고, 예쁜 옷도 골라 입어야 할머니의 하루는 시작된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할머니는 집안일을 찾아다닌다.

할머니는 쉴 새 없이 방을 청소하고 밭으로 나간다. 이렇게 부지런하게 일하는 데에는 아들의 일손을 덜어주기 위한 마음이 크다. 1년 전 정년퇴직을 하고 넷째 아들 박태현 씨는 노모 곁으로 왔다. 점점 쇠약해져 가는 어머니와 여생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인데 아들과 함께 지내는 92세 노인의 일상은 소박하고 따뜻하다.

1년 전 아들이 고향에 돌아오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어머니가 편히 지낼 수 있는 새집을 짓는 일이었다. 오지마을까지 건축 자재를 나르고 인부들 밥도 직접 해주며 4개월을 고생한 끝에 아담한 황토집을 지었다. 가스가 들어오고 현대식 욕실을 만들어 어머니가 편히 지내길 바라는 아들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매일 옛집으로 간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옛집의 마당을 쓸고 대부분 시간을 옛집에서 보낸다. 할머니가 옛집을 찾는 것은 고향 집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처음 시집올 때 해 온 오래된 장롱부터 10남매들을 키우며 쌓은 추억까지 할머니는 옛집을 떠날 수 없다. 안개산에서 내려갔으면 벌써 죽었을 거라는 할머니, 오늘도 백발소녀는 안개산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아들이 고향에 온 뒤로 할머니는 귀찮아도 하루 세끼를 챙겨 먹게 됐다. 아들 역시 일이 힘들어 쉬고 싶은 날에도 어머니를 위한 밥상을 꼭 준비한다. 도시에서 회사생활만 하던 아들에게 농사일이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게다가 처음 해보는 집안일까지 배워야 할 것 투성이다.

할머니는 그런 아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구부정한 허리로 손수 옷을 빨아 입고 설거지까지 한다. 게다가 아들의 새참까지 직접 만들어 줘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답답한 아들은 오늘도 잔소리를 쏟아낸다. 편히 쉴 만도 한데 부지런함이 몸에 밴 할머니는 잠시도 쉬는 법이 없다.

때로는 투닥거리는 날도 있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모자. 평생 받은 사랑을 환갑의 나이가 돼서야 갚게 되었다는 태현 씨의 지극한 효심과 자식 사랑에 평생을 살아온 백발 소녀 장숙랑 할머니의 따뜻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OBS 멜로다큐 '가족'은 매주 화요일 오후 11시 15분에 방송된다.

(사진=OBS)

OBS플러스 정솔희 기자 hwasung654@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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