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정솔희 기자] 경상남도 함양 지리산에는 조용한 마을을 뒤집어 놓은 유쾌한 부부가 있다.

23일 오후 방송되는 OBS 멜로다큐 '가족'에서는 집안일부터 맡일, 민박집 운영까지 못하는게 없는 슈퍼우먼 서복연(71) 씨와 춤추는 오미자 농부 양부일(74) 씨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두 사람은 평생을 대구에서 살아오다 14년 전, 산에 살고 싶다는 남편 고집에 세동마을에 정착했다. 그러나 아는 이도 마땅히 할 일도 없어 외롭게 세월을 보내야 했던 복연 씨. 저를 두고 대구로 출퇴근을 하는 남편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는데.

그런데 7년 전 지리산 둘레길이 생기면서 복연 씨의 산골 생활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복연씨는 집이 둘레길 끄트머리 길가에 있다 보니 산을 오가는 등산객들과 자연스럽게 말을 트게 됐다. 그는 돈도 받지 않고 마실 것 먹을 것을 나눠주며 사람 만나는 즐거움에 푹 빠졌었다. 모처럼 활력을 찾은 아내 모습에 부일 씨는 민박집을 차려줬다.
 
그리고 어느덧 7년, 복연 씨는 여전히 민박집을 운영하고 작년부터는 마을 펜션의 운영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숙박 손님들 챙기랴 오며가며 들르는 등산객 상대하랴 늘 분주한 복연 씨. 그런데 좀 쉴만하면 휴식을 방해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남편 부일 씨다.

부일 씨는 6년 전 은퇴한 후 오미자를 키우기 시작했다. 산 중턱의 밭에 올라 트로트를 틀어놓고 춤추며 오미자를 돌보고 그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게 그의 일과라고. 문제는 그가 아내 없이는 밭에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바쁜 아내를 굳이 끌고 올라가 잡초 뽑기며 퇴비 주기를 시킨다. 그러면서 본인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오미자와 대화하며 여유만만이다. 어디 그뿐인가, 집에서도 바쁜 아내를 돕기는커녕 잔소리 일색에 반찬투정까지! 이 철부지 같은 남편 때문에 복연 씨네 집은 바람 잘 날 없다.

하지만 복연 씨는 남편이 밉지 않다. 말은 밉게 해도 누구보다 저를 위해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실 복연 씨는 지난 해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경과가 좋아 일상생활에 무리는 없지만 펜션 일까지 하기엔 벅찬 상황.

그런데 사람 좋아하는 복연 씨는 일을 놓을 생각을 않는다. 그래서 부일 씨는 매일같이 아내를 위해 지은 황토방에 직접 해온 땔감으로 군불을 때고 발마사지도 잊지 않는다. 산에서 어렵게 캐온 장뇌삼도 모두 아내의 몫이다. 이 아내를 데리고 밭을 오르는 것도 운동을 시키기 위한 것이라는데.

한편 OBS 멜로다큐 '가족'은 매주 화요일 오후 11시 15분에 방송된다.

(사진=OBS)

OBS플러스 정솔희 기자 hwasung654@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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