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사상자 3명이 발생한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 붕괴 사고를 법원이 인재(人災)로 인정하고 공사 관계자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사고를 나무 탑의 블록을 하나씩 빼는 '젠가(Jenga) 게임'에 비유하며 각 관계자가 모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김춘호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책임감리업체·하청업체 관계자, 설계사 등 7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시공업체 현장대리인 위모(53)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감리단 직원 김모(49)씨와 박모씨(59)는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설계사 오모(53)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청업체 현장대리인 이모(39)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사고는 2013년 7월 30일 낮 1시 8분께 발생했다. 강서구 방화동 방화대교 남단에서 방화동을 잇는 접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교각 구간 길이 47m, 높이 10.9m, 198t 무게의 철골과 122t 무게 콘크리트 상판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일하던 중국 교포 최모(당시 52세)씨와 허모(당시 50세)씨가 매몰돼 숨지고, 김모(62)씨가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과 4개월간 공동 조사를 벌여 설계도를 무시한 시공을 한 탓에 교량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려 사고가 난 것으로 그해 12월 결론을 내렸다.

접속도로 공사는 2008년 완료됐지만, 사고는 교통량 증가가 예상되면서 설계변경을 거쳐 교량의 폭을 더 넓히는 2차 확장 공사 때 발생했다.

조사결과 1차 공사에서 상부 콘크리트 슬래브가 교량 외측으로 약 55㎜ 밀려 설치되는 등 설계도와 달리 시공됐다.

설계변경을 할 때는 이러한 시공 오차를 고려해 재측량을 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또 2차 시공 때는 변경된 설계가 아닌 현장 상황에 맞춰 자의적으로 시공됐다. '연쇄적 부실'이 사고의 원인이 된 셈이다.

이듬해 7월 재판에 넘겨진 공사 관계자들은 15차례에 걸친 공판에서 과실이 다른 관련자들에게 있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하도급 담당은 시공 담당에게, 시공·감리 담당은 설계변경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설계변경자는 1차 공사가 설계도면대로 시공됐다는 말을 믿었으며 추가 측량을 위한 예산을 받지 못했다며 남의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법원은 각 관계자의 행위를 탑처럼 쌓인 나무 블록을 하나씩 빼는 젠가 게임에 비유했다.

사고가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닌 공사 관련자 모두의 과실로 발생했다며 피고인 전체의 유죄를 인정했다.

김 판사는 "젠가에서는 마지막으로 나무 블록을 빼다가 탑을 무너뜨리는 사람에게 책임을 지게 하지만, 실제로는 나무 블록을 빼는 참가자의 행위 하나하나가 탑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다만 "시공사가 가장 과실이 크고, 책임감리가 그 다음이다. 설계사의 책임도 절대 가볍지 않고 하도급업자가 상대적으로 가장 가볍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들이나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형 집행을 유예한 사유를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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