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유엔이 범죄척결 과정에서의 인권유린을 지적하자 유엔을 탈퇴하겠다고 반발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가 필리핀의 악명높은 범죄율을 잠재울지....
월드 비하인드입니다.

【리포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유엔을 탈퇴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유엔이 필리핀의 불법적인 마약 용의자 처벌에 대해 지적하자 필리핀에 간섭하지 말라고 반발한 겁니다.

【싱크】로드리고 두테르테 / 필리핀 대통령
"우리는 유엔에서 나갈 수도 있습니다. 당신들이 무례하게 나온다면 유엔에서 탈퇴할 겁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8주 동안 마약 용의자 6백여 명이 경찰의 단속 현장에서 사살됐고 8천여 명이 체포됐습니다.

경찰의 공격적인 단속에 겁을 먹고 자수한 마약 용의자는 55만 명을 훌쩍 넘습니다.

하지만 용의자들이 재판도 없이 현장에서 처형되면서 인권이 침해되고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마리사 레시도 / 살해당한 마약사용자 아내
"(남편이 처형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죠. 남편은 그런 일을 당할 정도로 나쁜 사람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두테르테를 향한 필리핀 국민들의 지지 앞에서 이런 우려는 무색해집니다. 현재 두테르테의 지지율은 무려 91%.

필리핀은 높은 범죄율로 악명이 높습니다. 필리핀 국민들은 먹고 사는 일 이전에 생명을 부지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집니다.

그런데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범죄율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지난달 1일부터 한 달간 전국에서 발생한 범죄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9.8% 줄어들었고, 특히 살인이나 강간 같은 중대 범죄는 31%나 급감했습니다.

필리핀 국민들 입장에서는 뿌리 깊은 범죄문제가 드디어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긴 겁니다.

【인터뷰】필리핀 시민
"마약 중독자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두테르테 대통령은 잘 해내고 있고 정말 훌륭한 통치자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레일라 데 리마 / 상원의원(前 법무장관)
"필리핀의 사법제도는 망가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방법들이 시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초법적 방식이 언제까지 인기를 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권유린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고, 시스템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두테르테 역시 이같은 점을 의식한 듯 부패와의 싸움에도 나섰습니다.

두테르테는 지난 10일 세제 개혁과 탈세 단속 등을 통해 정경 유착과 기업인들의 부패를 척결할 것을 밝혔으며, 22일에는 부패한 관료들을 해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범죄와 부패를 뿌리 뽑는 징벌자이자, 민주주의와 인권을 짓밟고 있는 독재자 두테르테.

그의 거침없는 행보가 어디를 향할지 세계는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월드 비하인드입니다.

<영상편집 용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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