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 설경구, 자신의 스펙트럼을 증명하다

2017-09-21     심솔아

[OBS플러스=심솔아 기자] '불한당' 이후로 새로운 삶을 살고있는 설경구가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자신의 스펙트럼을 증명해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 병수(설경구 분)가 우연히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 남자 태주 (김남길 분)에게서 자신의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살인자임을 직감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설경구는 이번 영화에서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알츠하이머에 걸리며 자신의 기억을 잃어가는 병수 역으로 열연했다.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그의 연기는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빨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설경구는 최근 진행된 OBS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받고 도저히 못참겠어서 바로 원작을 사서 읽었다. 소설은 병수 외에는 별로 존재감이 없었다. 영화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고 고민이 많았다"며 '살인자의 기억법'과 처음 만났던 그 때를 전했다.

다음은 설경구와의 일문일답

-이번 영화는 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됐나

영화화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신연 감독님의 영화를 재미있게 봤어서 관심이 많았다. 시나리오를 받고 읽자마자 소설책도 읽었다. '캐릭터 그대로 오지 않았을까'해서 방해가 될까봐 안 읽으려고 했는데 정말 궁금했다.

-영화를 본 소감은

감독님이 잘하신 것 같은데 나는 나만 보느라 전체를 못봤다. 배급관이 기자관보다 반응이 늦게 온다고 하던데 반응이 무거웠다. 

-분장한 모습을 보니 어떤 기분이었나

그렇게 늙기 싫다.(웃음) 기름기 좀 있고 살 찐 건 싫지만 그 모습도 있기는 있을거다. 오히려 '나의 독재자' 때가 내 얼굴이 아닐까 생각했다. 상상하기 싫어서 그런지 연관을 별로 안시켰던 것 같다.

일단 기름기가 빠져야하는게 맞아서 웨이트를 전혀안하고 땀만 뺐다. 목이 쭈글해지더라. 테스트촬영했는데 확실히 늙은 것 같다고 해서 머리 가발하고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위해 외모 변화를 추구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나

성과가 없으면 미치겠다. 그런데 몸은 정직해서 그대로 나타난다. 안 그러면 못한다.

-김남길과의 액션신은 생각보다 더 험하더라

엔딩을 4일정도 촬영했다. 감독님이 무술감독 출신이라 겁이 많더라. 오히려 안전장치를 더 해놨었다. 살 빼고 줄넘기를 해서 그런지 체력적으로 큰 부담은 없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현이(김설현)가 오면 좋아했다. 남길이는 워낙 유쾌하고 장난치는 분위기라 좋았다. 내 분량이 많다보니 나만 있을 때도 있었는데 그럼 무거웠다. 감독님도 고민이 많았고 농담할 현장은 아니었다.

-가장 고민이었던 건 어떤 부분이었나

일반적이지 않은 상태가 고민이었다. 이 사람이 치매가 아니어도 편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늘어진 사람도 아니었다. 그래서 수위를 조절하기 어려웠다.

내 나이 연기를 하는 건 아니라서 어려웠다. 영화적인 캐릭터다보니까 일상적으로 접근할 캐릭터는 아니었다. 소설과 다르게 뭔가 더 선명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이것도 어려워할까봐 걱정도 됐다. 

-배우로서 다시 돌아온것 중 하나가 이번 작품인 것 같은데

초반에 좋은 작품으로 달렸고 지친 부분도 사실 있었고 유혹이 오기도 했고 쉽게가기도 했다. 그게 거의 10년이었다. 전부터 쌓여있다가 이렇게는 아웃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겠구나 싶기도 했다. 그러던 찰나에 와줬던 작품이라 감사하다.

-연기적 고민이 해결이 됐나

계속 고민을 해야하는 부분인 것 같다. 재미는 내 생각이고 고민을 안한건 고민안한 것 처럼 나온다. 고민이 많았던거라고해서 고민이 있었던것처럼 나오지도 않는다. 끝없는 숙제인 것 같다. 

-'불한당' 이후로 바뀐 인기가 화제다

팬카페가 3만명이었다가 다들 떨어져나갔었는데 칸 다녀오고 나서 갑자기 소식이 들리면서 그런 문화가 생겼는데 화력이 어마어마 하더라. 감사할 따름이다.

배우는 은퇴라는게 없다. 2~3년 전쯤에 선생님들이 배우들을 불러서 식사하셨는데 어른들이 작품이야기를 하면서 캐릭터 이야기를 하시는데 늙지 않으셨더라. 그런 걸 보면서 '저게 배우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새로운 걸 찾아서 해야겠다. 기회가 오면 감사하고 새로운 걸 추구하고 눈이 늙지 않고 싶다. 새로운 걸 하겠다는 집념이 눈을 늙지 않게 하는 것 같다. 

(사진=쇼박스)

OBS플러스 심솔아 기자 thfdk01@o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