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바람바람' 이엘] 당당함과 솔직함이 빛나는 배우

[OBS플러스=박혜영 기자] 배우 이엘은 영화 '내부자들'부터 드라마 '도깨비', '화유기'까지 출연작마다 화제를 모으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다졌다. 작품마다 색다른 얼굴을 선보이며 탄탄한 연기를 인정받은 그는 '바람바람바람'의 '제니' 를 통해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영화 '바람바람바람'은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이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매제 '봉수'(신하균) 그리고 SNS와 사랑에 빠진 '봉수'의 아내 '미영'(송지효) 앞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제니'(이엘)이 나타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꼬이게 되는 상황을 그린 어른들을 위한 '어른 코미디'다. 

배우들이 입을 모아 영화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손꼽는 '제니'는 겉으로 드러나는 치명적인 매력보다 내면의 당당함과 솔직함이 더욱 빛나는 캐릭터다. "'제니'가 가진 아픔과 상처를 표현하기 위해 오히려 많이 비워내고 담백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는 이엘의 말처럼 화장을 덜어내고 내추럴한 캐릭터로 탄생한 '제니'는 그녀만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 다음은 이엘과의 일문일답

- '바람바람바람'에 어떻게 합류했나

내부자들 촬영 중에 원작을 보라는 제의를 받고 원작을 보게 됐다.. 원작과 지금 작품의 결은 다르지만 원작도 재밌는 코미디여서 이병헌 감독의 시나리오를 기다리게 됐다. 이병헌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좋았는데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 이병헌 감독 영화의 특징이 '말맛'에 있다

처음에는 감독님의 대사 스피드나 툭툭 뱉는 말투를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다행히도 촬영 초반에 감독님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작품도 많이 보고 어떤 걸 원하시는지 많이 봤다. 그래서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다. 애드립을 굳이 끼워 넣지 않아도 시나리오 속 대사와 상황에서 오는 재미가 컸다.

- 원작이랑 각색된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원작의 '제니'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더 어필하는 캐릭터다. 제가 연기한 '제니'는 절제하는 캐릭터다. '제니'가 가지고 있는 아픔이나 상처, 사람에 대한 호기심, 사람들 관계 사이의 모습을 표현하려 할수록 '제니'를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오히려 많이 비워내고 담백하고 깨끗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눈으로 보이는 매력이나 느낌보다는 이 사람의 인간미를 더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 원작과 각색 작품을 비교했을 때 어떤 게 조금 더 '성인들의 코미디'에 맞는다고 생각하나

저희 영화가 조금 더 성인들의 코미디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19금' 소재에 집중했다기보단 성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감정에 맞췄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외로운 인물들, 어른이지만 덜 성숙한 네 명이 나와 벌어지는 헤프닝이다. 그들이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그런 면에서 더 성인들의 어른들의 코미디에 잘 맞는 것 같다.

- 대사 표현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오히려 고민을 많이 안 했다. 감독님이 워낙 적절하고 세련되게 정확한 그림을 가지고 계셨다. 감독님을 믿고 갔다. '제니'의 솔직하고 당당함을 드러내는 대사들이 많다. 

감독님의 디렉션을 따라갔다. 감독님이 표현을 많이 안 해주시지만 몇 마디 말씀으로 정확하게 설명해주신다. 감독님의 디렉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어렵지 않았다. 

여태까지 화려하게 드러내는 연기를 해왔다면 '제니'는 절제된 표정과 대사 안에서 감정을 보여드리려고 노력을 했다. 거기서 오는 재미가 있었다.

- '제니'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니'는 솔직하고 당당하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왜 날 안 쳐다보느냐' 직접 물어본다. 미영과의 관계까지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을 봤을 때 이 친구의 매력은 감정을 표현하는 솔직함인 것 같다.

- '제니'가 어떤 마음으로 '봉수'의 집까지 들어갔을까

'제니'가 '석근'과의 만남을 유지하고 '봉수'와의 만남을 시작하고 '미영'과의 관계까지 발전하는 것으로 봤을 때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 고픈 캐릭터인 거지 남녀 간의 관계를 원했던 게 아닌 것 같다. 

'제니'의 모든 행동이 이 캐릭터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인 것 같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 같다. 인간관계 속에서 치유 받고 행복해지고 싶어한다.

'제니'는 순간순간의 감정이 솔직한 사람이다. '제니'의 모든 행동과 말에 이유를 붙이다 보니 저도 어려워지고 복잡해졌다.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하다. 크게 결론짓고 싶어하는 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 마지막 호텔 레스토랑 장면을 의도치 않게 만들게 된 데까지도 정확한 목적이나 의도가 없는 것 같다. 

다행히도 관객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특히 여성 관객분들이 '제니'의 캐릭터를 많이 이해해주시더라. '제니'의 아픔과 상처 '제니'의 마지막 대사 등 의도해서 보여드리려고 만든 장면들을 굉장히 잘 이해해주셨다. '제니'의 어려운 감정선을 잘 이해해주셔서 저도 놀랐다.

- 배우 '이엘'은 인간관계 안에서 쉽게 상처를 받는 편인가

저도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편이다 보니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기대가 많이 큰 편이다. 물론 상처도 받아본 적도 있다. 제가 생각한 만큼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적도 많았다. 사람이 살아가며 새롭게 얻어지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제 의도와 달리 잃게 되는 관계도 있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바람을 피우면 삶의 활력과 자극제가 된다는 말에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관계 안에서 개선점을 찾아야지 밖에서 찾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인 것 같다. 

제가 결혼을 결심할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은 한 번 정도는 용서하고 기회를 줘볼 수는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같은 짓을 두 번 하면 안 된다. 용서라는 단어를 썼을 때는 사랑이 전제되는 것 같다. 선택에 대한 책임도 있을 것 같다.

- 이 영화를 어떤 사람이 봤으면 좋겠나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대부분의 성인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니더라도 '같이 고민하고 있구나' 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이 영화에는 요맘때의 제주의 모습이 담겼다. 제주의 예쁜 봄 풍경들이 영화 곳곳에 있다. 가볍게 봄에 제주 여행을 한다는 느낌으로 보러와 주셔도 산뜻한 기분으로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사진=NEW)

OBS플러스 박혜영 기자 bark@o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