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지성"…웰메이드 명품 사극 '명당', 역학 3부작 정점 찍다 (종합)

2018-09-11     김지원

[OBS플러스=김지원 기자] 영화 '명당'이 베일을 벗었다. 

11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박희곤 감독을 비롯한 배우 조승우, 지성, 백윤식, 김성균, 유재명, 이원근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명당'의 언론 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사도', '관상', '광해, 왕의 된 남자'의 뒤를 잇는 웰메이드 사극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명당'은 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실제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흥선대원군이 지관의 조언을 받아 남연군의 묘를 이장했다는 실제 역사 기록과 허구의 인물 '박재상'이 만나 탄생한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다. 

이사를 갈 때나 사업을 시작할 때면 항상 '픙수'에 관심을 가지는 우리들에게 풍수지리란 단어는 더는 낯선 것 아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 사상 깊은 곳까지 뿌리내리고 있는 '풍수지리'. 그 중에서도 특히 "땅의 기운을 이용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는 박희곤 감독은 개인을 너머 나라의 운명까지 좌우하려는 인물들의 갈등을 담은 대서사극 '명당'을 탄생시켰다. 

강직하고 올곧은 지관으로서 왕실의 묏자리를 이용해 조선의 권력을 차지하려는 장동 감씨 가문의 계획을 막은 보복으로 가족을 잃게 된 '박재상'은 그로부터 13년 후 몰락한 왕족 흥선에게 왕실의 권위를 뒤흔드는 세도가를 몰아내자를 제안을 받고 그와 뜻을 함께 하기로 한다. 

'박재상' 역을 맡은 명실상부한 최고의 배우 조승우는 '명당'을 통해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풍수에 관한 천재적인 감각으로 풍파를 겪게 되는 '박재상'을 표현혀낸 그의 연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낼 것이다. 

지성은 세도 정치로 혼란스러운 조선 후기, 권력 싸움에서 겨우 목숨만을 부지한 채 살아가고 있는 몰락한 왕조 '흥선'을 연기했다. 어쩔 수 없이 목소리를 죽인 채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흥선'은 극 중 감정 변화의 폭이 가장 큰 인물이다. 지성이 만들어낸 그의 광기 어린 모습에서는 왕족으로서의 자존심, 지인들의 죽음 등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줄곧 속에 감춰왔던 개혁 의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조선 최고의 권력 가문인 장동 김씨 세도가의 수장 '김좌근'은 백윤식이 맡았다. 왕실의 모든 권력을 무너트려 놓고도 가문의 영속과 명예에 대한 욕심을 멈추지 못하는 그는 조선의 비범한 지관들을 모두 모아 그 누구도 갖지 못한 천하제일의 터를 찾고자 한다. 

작은 눈빛의 변화, 말 한 마디로 상대를 압도하는 배우 백윤식은 특유의 묵직한 카리스마로 '관상' 속 김종서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백윤식은 "두 작품에 모두 참여하는 것이 고민이 됐다. 하지만 관상의 김종서와 명당의 김좌근은 서로 전혀 다른 인생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가치관에 중짐을 두고 인물을 풀어나갔다"고 밝혔다.

왕권을 뒤흔드는 조선 최고의 세도과 김좌근의 아들이자 부귀영화에 대한 욕심을 감추고 있는 야망가 '김병기'는 김선균이 맡았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세도가의 실세인 김좌근의 대를 잇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김병기는 가문의 부귀영화를 이어갈 수 있는 터를 찾아 흥선과의 대립을 시작한다.

백윤식과의 부자로서 호흡을 맞추게 된 김선균은 가문의 권력을 이용해 약자를 마구 휘둘러대다가도 아버지인 김좌근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아들이 되는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 권력층 자제의 전형을 만들어냈다. 김선균은 "진짜 아버지에게 혼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철 없이 자란 아이의 분노를 표현하고자 했다"며 촬영 내내 즐거웠다는 소감을 전했다.

유재명이 연기한 '구용식'은 극 중 유일한 코믹 캐릭터다. 뛰어난 수완과 말재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타고난 장사꾼 '구용식'은 오랜 친구인 '박재상'과 함께 풍수를 보는 일로 돈을 번다. 장동 김씨로부터 가족을 잃은 친구 박재상을 13년 간 살뜰히 챙길 만큼 정이 많은 그는 복수를 꿈꾸는 그를 걱정하면서도 늘 박재상의 곁에 머물며 그를 돕는다. 

유재명은 "인물의 코믹적인 면모가 강하다보니 단순한 조력자 혹은 친구로만 비춰질 수 있지만 '구용식' 역시 분명한 신념과 절실함을 가지고 있었다. 나라의 안위보다 당장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할 오늘과 내일이 더 중요한 그는 일반 서민들의 가장 절실하면서도 소박한 희망을 바탕으로 한다"고 전했다. 유재명은 '구용식'으로서 권력층 못지않은 단단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변 인물들과 어긋나지 않는 합을 선보이며 극을 이끈다.

가장 막내 배우인 이원근은 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즉위해 날이 갈수록 더욱 강해지는 세도가 장동 김씨 세력에 권력을 빼앗긴 왕 '헌종'을 맡았다. 이미 실질적인 권력은 모두 김좌근 부자에 의해 읽고만 껍데기 뿐인 왕이지만 두 사람이 아버지 효명세자의 묘지를 탐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지관 박재상, 흥선과 함께 왕권을 지키고자 고군분투 한다. 

절대 권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왕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왕을 만들어낸 이원석은 "굉장히 유약하고 항상 분노와 슬픔에 차 있는 새로운 느낌의 왕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교적 짧은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선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의 이원근은 신하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원종'의 비참함부터 가족과 대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깊은 고뇌까지 풍부하고 섬세하게 그려냈다. 

추석을 앞두고 사극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명당'은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띤다. '명당'이 유달리 큰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특별한 소재를 뛰어 넘는 속에 담긴 묵직한 메세지다. 

가족보다 돈, 자연 자체가 주는 감동보다 땅의 가치. 이처럼 언제부터인가 진짜 소중한 것을 잊은 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명당'은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내려놓아야할 욕심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름만으로도 믿음이 생기는 '믿보배' 배우들의 캐스팅, 그런 배우들의 열연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박희곤 감독의 탁월한 연출. 그리고 추석을 맞아 한 데 모인 가족들에게 소중함까지 되새겨주는 영화 '명당'. 국내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을 웰메이드 명품 사극의 탄생이 기대된다.

한편 '명당'은 19일 개봉된다.

(사진=메가박스 중앙㈜플라이엠)

OBS플러스 김지원 기자 zoz95@o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