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거부한 말기암 환자들

2019-03-20     고영규

【앵커】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식은 바뀌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얼마나 준비가 돼 있을까요?
생명을 유지하는 치료 대신 품위 있는 죽음을 택한 이들을 고영규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직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86살 장연숙 할머니.

항암치료와 심폐소생술과 같은 연명치료를 하지않기로 결정한 뒤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장연숙 / 말기암 환자: 여기는 병원이다 생각이 안들고 내 가정이다 그 생각이 들고 좋아요. (마음이 편하세요?) 예, 마음이 편해요.]

남은 날이 많지 않다는 걸 알지만 고통스런 치료보다는 편안하고 행복한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장연숙 / 말기암 환자: 후회는 안했어요. (항암치료) 안받고 일찍 가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지, 조금 더 오래 살겠다고 항암치료 받고 조금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어머니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아들은 존엄한 죽음이 마지막 선물이라며 위안을 삼습니다.

[한상진 / 장연숙 할머니 아들: 마지막 가는 길을 이렇게 고통없이 아픔없이 그리고 인간의 대우를 받잖아요.]

이른바 '웰다잉'을 택한 사람들.

마지막으로 기댈 호스피스는 문턱이 높습니다.

전국에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84곳, 병상 수는 1천3백여 곳에 불과합니다.

매년 7~8만 명이 암으로 숨지는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렇다 보니 2017년 기준 호스피스 이용자들은 보통 사망 한 달 전에 등록하고 4명 중 1명은 채 일주일도 머물지 못했습니다.

[신경균 / 수원기독의원 원장: 남은 기간을 어떻게 정말 품격있는 그런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나, 그것을 도와드리는 게 저희 호스피스예요.]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설 지원과 함께 왕진제를 활용한 가정형 호스피스가 확대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OBS뉴스 고영규입니다.

<영상취재: 채종윤 / 영상편집: 양규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