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모두 배달원 부담?'…엄연한 불법

2019-11-22     정주한

【앵커】
특고직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산재보험 피해 취재한 정주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정 기자, 배달대행플랫폼, 배달대행업체, 라이더, 이런 용어들이 낯설기도 하고 헷갈리기도 하는데요.

【기자】
네, 저도 취재하면서 정리가 필요하다 생각했는데요.

우선, '배달대행플랫폼'과 '배달대행업체' 모두 말 그대로 배달을 대신 해주는 업체를 뜻합니다.

조금 다른 점은 '배달플랫폼'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주문중개업체들이 배달원, 즉 라이더들을 위탁계약해서 운영하는 곳이고,

'배달대행업체'는 각 지역마다 있는 동네 소규모 배달대행업체를 뜻하는데, 배달플랫폼과 이 소규모 업체들이 계약을 맺고 라이더들에게 일감을 주는 경우가 있는 겁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보자면, 요즘 많이들 쓰는 주문대행앱인 '배달의민족'으로 치킨을 시키면 배달플랫폼인 '바로고' 소속 라이더가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는 형태인 겁니다.

이 배달원은 '바로고'의 직영 업체에 소속된 직원일수도 있고, '바로고'와 계약을 맺은 소규모배달업체 소속 직원일 수도 있는 거죠.

【앵커】
네, 좀 복잡하긴 하네요.

앞서 정보윤 기자 리포트에서도 지적한 이 '소규모 배달대행업체'들, 왜 산재보험 가입을 꺼리는 겁니까?

가입을 한다 해도 보험료 분담에 있어서 불법이 일어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라이더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즉 '특고직'으로 분류가 되는데요.

이들이 '산업재해보상보험', 즉 '산재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업체와 5:5로, 반반씩 보험료를 부담하게 돼 있습니다.

한 달에 1만 5천630원 가량 되는데 이 비용이 부담되는 겁니다.

또 배달 중에 사고라도 나게 되면 보험료가 오르게 되고요.

그렇지만 이 분담률을 지키지 않고 배달원들에게 보험료를 모두 내게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지적입니다. 들어보시죠.

[이주영 / 노무법인 종로 대표 노무사: 라이더한테 전가하는 행위 자체가 횡령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업주가 다 납부를 해야 되는 부분까지 부담을 하게 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합니다.]

앞서 기사에서도 보셨지만 실제 저희 OBS 취재진이 수도권 소규모 배달대행업체 30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취재한 결과,

대부분의 업체들이 '본인이 원하면 산재보험을 들어준다'는 식의 답변을 하면서도 보험료를 모두 배달원이 부담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는데요.

[수도권 모 소규모 배달대행업체: 최소로, 최소로 할 수 있는 산재 보험을 들거든요? 하루에 1천 원 씩. ( 여기는 제가 다 내야 되는 구조인 거예요?) 네.]

전문가들은 이런 부분을 근로복지공단 등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최근 주문대행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배달대행업체나 라이더들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은데요.

오토바이 사고도 해마다 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만 170건이었던 이륜차 사고건수가 2014년 1만 1천 건을 넘고, 2016년과 2018년엔 각각 1만 3천 건, 1만 5천 건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모두 배달플랫폼이나 배달대행업체 소속 오토바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 영향이구나라고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자료로 고용노동부 통계가 있는데요.

최근 3년치 배달대행업과 관련이 있는 '퀵서비스 회사 산재 현황'을 살펴보면, 2016년에 사고로 인한 산재 신청이 270여 건이던 게 2017년엔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올 상반기는 무려 600건에 달했습니다.

고용부는 이 결과를 주문배달앱 사용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산재 발생 최다 순위 역시 '바로고'나 'TNB' 등 유명 배달플랫폼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런 만큼 라이더들에 대한 산재보험 가입은 꼭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배달원들이 입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어떤 대책들이 필요할까요?

【기자】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들은 '제도 개선'과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특히 소규모 배달대행업체만 산재보험료를 부담할 게 아니라 이들과 계약을 맺고 이익을 얻어가는 배달플랫폼들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들어보시죠.

[박정훈 /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이 산업을 영위하는 책임자들, 이윤을 얻는 분들이 산재비를 전액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지금은 산재가입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사업주에게 과태료 5만 원만 부과 되는데 이 부분을 손질하고,

산재보험에 가입하더라도 특고직 직원과 5:5 분담률을 지키지 않는 업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만큼 이 부분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앵커】

라이더들의 산재보험 피해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취재 중이라고 들었는데, 후속 기사도 기대하겠습니다.

정주한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