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핑계로 권한 강화…독재자 황금시대

2020-04-02     송은미

【앵커】

코로나19가 인류의 건강은 물론 민주주의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권위주의 통치자들이 방역을 핑계로 권력을 확대하는가 하면 감시마저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헝가리 의회가 '코로나19 방지법'을 찬성 137, 반대 53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명칭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내용은 정부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안겨주는 법입니다.

국가비상사태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로 국가비상사태에서는 정부가 법률을 마음대로 만들거나 기존 법률의 효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만 시행한다는 시간제한도 없고,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을 문제 삼는 기자에게는 최고 5년 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마테 사보 / 헝가리 인권옹호연맹 프로그램 책임자 : 이 법안이 통과하면 오르반 정권은 헌법으로 보장된 의회 감시에서 벗어나 (권력의) 백지수표를 쥐게 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각국 독재자들은 자신의 권한을 확대할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코로나19를 추적하기 위해서라며 얼굴 인식 프로그램과 감시 카메라를 활용하는 확진자 추적 시스템 구축에 나섰습니다.

얼굴 인식 체계 구축은 시민들과 인권단체의 반대로 올해 초 중단된 사업이었는데, 코로나19 방역을 핑계로 부활한 겁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자신의 부패 혐의 재판이 연기돼, 한동안 더 권력을 누릴 수 있게 됐습니다.

[대니 다니엘리 / 시위자 : 이스라엘의 민주주의가 위험합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이스라엘의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고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올해 예산에 대한 전권을 쥐여줬고, 요르단과 태국은 언론 검열을 강화했습니다.

봉쇄와 통행금지가 일상이 되고 정부가 더 큰 권한을 갖는 것이 용인된 상황, 코로나19가 물러간 뒤 민주주의는 회복될 수 있을지, 또 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월드뉴스 홍원기입니다.

<구성 : 송은미 / 영상편집 : 용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