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더2] '그놈'에 치우친 대책…피해자 뒷전

2020-11-19     우승원

【앵커】
허술한 것은 재범방지책뿐이 아닙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후 지원은 '피해자가 신청해야 한다'는 단서조항 아래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보호망이 이처럼 부실하다보니, 피해자는 가해자의 출소만으로도 2차 피해를 겪게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어서 우승원 기자입니다.

【기자】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이 합동으로 작성한 조두순 재범방지·관리방안 자료입니다.

종이 반쪽 분량 피해자 보호책은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보호장치를 지급하고, 전담팀을 통한 신변 보호,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직접 요청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피해자 측은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오지 않게 해 달라고 꾸준히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출소한 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할 수 있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피해자 가족들은 최근 연고가 없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수정 /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결국 책임을 져야 하는 가해자는 전자발찌를 차고 마구 돌아다니고 피해자는 그 사람을 피해서, 스스로 또 다른 형벌의 시작이죠. 사회적인 관계를 다 등지고 어디 가서 숨어지내야 하는데….]

【스탠딩】
출소한 성범죄자는 주거권을 보장받으며 여전히 우리 곁에 살고 있습니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여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등학교 중 반경 1km 내에 성범죄자가 사는 학교는 절반이 넘습니다. 

서울의 경우 90%에 육박합니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곳에 성범죄자가 이사를 가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범죄자 출소후 언제든지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겪는다고 호소합니다.

[장형윤 / 경기남부해바라기거점센터장: 사회가 가해자로부터 나를 보호해주지 못했고 이런 끔찍한 폭력을 경험할 수밖에 없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괜찮을 거야'라고 안심시켜준다고 안심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범죄자에 대한 관리방안뿐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사후 지원과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OBS뉴스 우승원입니다.

<영상취재: 이홍렬 최백진 김영길 / 영상편집: 민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