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스터 홈즈', 우리가 몰랐던 인간 셜록 홈즈에 대하여

2016-05-27     정솔희

[OBS플러스=정솔희 기자]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탐정, 그렇기에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고 오랜 시간을 홀로 지독한 외로움을 벗이라고 생각해야했던 인간. 영화 '미스터 홈즈'는 이러한 노년의 셜록 홈즈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셜록 홈즈는 사냥 모자를 쓰고 입에는 파이프 담배를 문채 빈틈없는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탐정이다. 그런 셜록 홈즈가 아흔 셋의 노인이 된다면? 여전히 그의 머리는 비상하고 눈빛은 날카롭지만 거동은 불편하고 기억은 점점 잊혀져간다. 이런 가운데 셜록 홈즈는 자신을 은퇴로 내몰았던 마지막 사건을 무려 30년만에 다시 기억하려 애쓴다.

이렇게 기억과의 힘겨운 싸움을 펼치는 셜록 홈즈에게 소년 로저가 다가온다. 약의 도움으로도 기억하지 못했던 그 사건은 로저와의 대화를 통해서, 즉 인간 대 인간으로 애정을 갖고 시간을 공유하는 가운데서 피어난다.

로저는 셜록 홈즈가 언젠가 흘려보냈던 시간의 한 조각같다. 그는 소년이기에 아직 어리고, 호기심이 넘치며,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도 쉽게 뱉을 수 있고, 후회하고, 사과할 수 있다. 노년의 셜록 홈즈는 그런 로저의 모습을 통해 가슴에 묻어뒀던 마지막 사건, 그리고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새롭게 발견한다.

그는 외로움과 함께였기에 많은 식견을 얻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사실 그도 누군가와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한 명의 인간이다. 언제나 당당하고 거침없던 셜록 홈즈가 "나라고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어"라며 무릎을 꿇는 순간, 관객들은 연민과 동정 대신 인간 셜록 홈즈에 대해 알지 못했던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이런 노년의 셜록 홈즈가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단연 명배우 이안 맥켈런의 힘이다. 이안 멕켈런은 걸음걸이 하나만으로도 노년의 셜록 홈즈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스크린에 그의 얼굴만이 가득한 순간, 그가 왜 이토록 오랫동안 존경받고 사랑받는 배우인지 충분히 느끼게 만든다. 이안 맥켈런이기에 대중들의 우상 셜록 홈즈의 노년을 이토록 애틋하고 우아하게 그려낼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는 단연 연기 인생 최고의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생생(生生)한 셜록 홈즈를 완성했다.

극중 셜록 홈즈는 말한다. "소설은 가치가 없어(Fiction is worthless)",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탐정답게 "사실(Fact)"이다. 그는 소설과 달리 키가 큰 중절모를 쓰고 시가를 피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소설은 소설일 뿐, 실재가 아니다. '미스터 홈즈'는 우리가 알고 있던 셜록 홈즈가 과연 전부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노년의 셜록 홈즈는 우리가 꿈꾸고 존경했던 우상의 마지막을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에 외면하고 싶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스터 홈즈'는 사건 해결만 중요했던 탐정에서 사건의 본질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짜 탐정으로 거듭나는 셜록 홈즈를 그리며 관객들의 가슴 한 켠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미스터 홈즈'는 삭막하고 외로운 삶을 견디는 지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영화가 아닐까.

한편 '미스터 홈즈'는 지난 26일 개봉 후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사진=프레인글로벌)

OBS플러스 정솔희 기자 hwasung654@o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