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심솔아 기자] 소년스러움은 그의 주무기였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보여줬던 그의 미소는 언제나 싱그러웠지만 이젠 그의 미소가 무서워질지도 모른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 분)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본능적으로 그가 범인임을 직감한 경찰 채이도(김명민 분)가 VIP를 뒤쫓지만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 분)의 비호로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이종석은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을 연기했다. 이름의 '광'이 미칠 광인가 싶을 정도로 그는 싸이코패스 살인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고 그에 대한 죄책감이란 찾아볼 수 없다. 

'착한 사람'을 연기해왔던 이종석의 반란이다. 악역 중의 악역을 택했고 호평이 주를 이룬다. 이종석이 가진 매력에 새로운 매력을 덧씌우며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이종석은 최근 진행된 OBS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겁을 좀 많이 먹었었는데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 잘 몰랐었다. 현장에서도 모니터를 잘 못해서 영화를 보기 전까지 두려움에 떨었다. '관상' 때 반성과 자책을 많이했었다. 이번엔 완성본을 보고나서는 속이 시원했다"며 영화를 본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이종석과의 일문일답

-이번 영화에서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많이 본 것 같다

그것도 그렇고 사투리, 연기 톤도 달랐다. 그래서 기대도 됐지만 걱정됐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그동안 누아르가 마음에는 들었는데 잘 그려지지는 않았다. 연기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나에게로 대입하면 물음표가 생겼었다. 그러던 중 '브이아이피'라는 시나리오를 보게 됐고 김광일은 내가 가진 장점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정말 고민을 많이했는데 감독님이 '대충해, 뭘 준비를 해' 이런 스타일이시다. 내가 하려고 생각했던 것들을 많이 덜어내려고 했었고 감독님의 디렉션을 받아서 연기하려고 했다.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다른 싸이코패스와 다르게 볼 수 있을가 싶었다. 시나리오를 보다보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었다. 그렇게는 하기 싫고 외적으로 다른 모양새를 만들어 놨으니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를 보이면 오히려 달라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앞으로 미소가 무서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하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드라마를 하는데 멜로를 한다. '브이아이피'를 보신분들의 잔상이 남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하다.

-북한 사투리는 자주해서 자신감이 있지 않나

'닥터 이방인'을 해서 자신이 좀 있었다. 시나리오의 대사를 읽는데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리딩 때도 자신있게 했는데 감독님이 아니라고 하시더라. 해외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서울말과 북한말의 중간정도로 하라고 하시더라. 박희순 선배를 벤치마킹 하라고 해서 선배님께 배웠다.

-그동안 연기 변신이 간절했나

계속 모니터를 하다보니까 멀리서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러려고 노력하는데 어느순간 멈췄다고 생각했다. 정체가 되는 것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었다. 

-새로운 걸 하고 싶은 이유는

새롭게 하고 싶다기보다는 이런 장점들을 소진할 수 있을 만큼 소진할거다. 그렇게 되면 더이상 시나리오가 안들어오겠지 않나. 새로운 비전 같은 거다. 내가 가진 것들로 소비해서 소멸할거다. 끝까지 밀어붙였을 때 새로운 것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다작을 하고 작품을 하다보면 사람들이 지겨워하는 시점이 있을거다. 거기서 더 나아가려면 새로운 걸 찾아야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정말 사라져도 된다는건지, 자신감인지 잘 모르겠다

반반이다. 내가 찾아내지 못하면 절박해질거고 절박함에서 엄청난게 나올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치만 싫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나와도 궁금해하지 않을 때는 새로운 무기를 들고나오지 않으면 어쩔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장점과 무기는

작품을 잘 고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하고 작품이 실제로 잘 되기도 하고 운이 좋은 것 같다.

일단 대본이 재미있어야 재미있게 찍는데 대본 볼 때 심하게 대중적 취향이다. 음원차트 1위하는 노래가 좋고 시청률 1등 하는 드라마가 재밌다. 대본을 볼 때도 그런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계획이라기 보다는 씨를 뿌렸으니 수확을 할 시기라서 내가 연기하는 것들을 어떻게 바라볼 지 궁금하다. 촬영은 다 마쳤으니까 그 동안의 연기를 잘하겠다 욕심 해서 연기에만 매달려있었던 것 같아서 이종석에서 연기를 덜어내면 뭘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고민의 결론은 냈나

카페 사장이 될 거다. 옛날부터 이야기했던 거다. 숙원사업이다. 술을 안하다 보니까 카페에서 만날 때가 많은데 사람 없는 한적한 카페를 가야하는데 매 번 애매하다.

-이제 30대가 돼가는데

사실 여유가 있다. 그렇게 서른을 앞두고 입대를 앞둔다고 해서 심경의 변화가 있거나 신변을 정리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특별하게 달라지는 건 없다. 

-이번 작품이 본인에게 어떤 작품이 될 것 같나

진부할 수도 있는데 터닝포인트가 있을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영화계의 입지가 별로였구나' 생각하게 됐다. 영화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왕이면 대표작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OBS플러스 심솔아 기자 thfdk01@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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