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럼 이태원 참사 이후 1년, 우리 사회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떤 걸 잊지 말아야 하는지 차윤경 기자와 한 뼘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질문1】

참으로 아팠던 당시 기억들이 다시 떠오릅니다. 지난 1년 동안 변한 건 무엇이었을까요?

【기자】

먼저 떠난 희생자들의 빈 자리와 남은 유가족들의 삶이겠죠.

이태원 참사 관련 취재를 하며 많이 들은 단어 중 하나가 '트라우마'입니다.

유가족들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임익철/이태원 희생자 고 임종원 씨 아버지: TV 드라마를 보다가도 그냥 울고. 계속 잠도 못 자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완전히 퇴직하고 그냥 둘레길 뭐 이런 데를 그냥 정신없이 다녔어요.]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렸습니다.

[전인숙/세월호 희생자 고 임경빈 군 어머니: 저희가 밤에 잠을 잘 못 자요. TV를 늘 켜놓고 저희는 다른 짓을 많이 해요. 늘 조용하면 이상하고, 그리고 어두운 것도 이상하고 그래요. 불은 불대로 켜놓고, TV는 TV대로 켜놓고….]

【질문2】

세월호 참사가 남긴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대규모,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 사회적 재난이 발생한 거라,

'이제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라며 두려움이 더 커지는 거 같아요?

【기자】

네, 이태원 참사를 뉴스로 간접 경험한 사람들도 통계 밖에 놓인 '참사 생존자'라 보기도 합니다.

'재난 충격의 피라미드' 맨 위에 있는 사람은 물론 현장을 경험한 생존자와 목격자입니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가족도 큰 상처와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현장 대응에 나섰던 의료인과 경찰관, 소방관,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도 트라우마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그날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1천300여 명 중 4분의 1이 죄책감과 무력감, 대인기피증 등을 호소하며 심리상담을 받았습니다.

구조에 나섰던 소방관 중 1천300여 명도 불면증과 악몽, 공황장애 등에 시달리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또 참사 후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는 심리상담을 받은 사람은 7천100여 명인데, 이 중 일반인이 2천여 명입니다.

그만큼 사회 전반에 안전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이 퍼져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트라우마가 단기간에 회복되는 게 아닌데 지원과 전문성 부족, 불신 등으로 상담이 점점 줄어든다는 겁니다.

【질문3】

이런 저런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안전망 구축과 사고 방지를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아 보이는데요?

【기자】

네, 지난 1년 동안에도 또 책임자와 시스템 문제로 비극적인 사건들이 반복됐습니다.

대표적인 게 25명이 숨진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건이었죠.

구명조끼도 없이 하천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던 해병대 채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기도 했습니다.

또 저희가 여러 차례 보도하고 있는 김포골드라인과 9호선의 혼잡도 문제도 여전합니다.

재난대응 시스템과 안전불감증 문제가 1년 동안 많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2차 가해도 여전히 문제입니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향해 "놀다가 그런 거"라며 조롱하는 경우도 있는데,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1주기 기간 동안 댓글창을 닫을 예정입니다.

또 다른 참사를 막으려면 "왜 그곳에 갔느냐"가 아니라 "왜 돌아오지 못했는가"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차윤경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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