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시리아 북부 완충지대 구축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가 시리아 북부 국경을 따라 구축할 '안전지대'(안보지대)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논의했다"고 15일(현지시간) 앙카라 터키의회에서 열린 여당 '정의개발당'(AKP) 의원총회에서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두 정상이 시리아 북부 안전지대에 관해 협상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지대 계획은 자신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 때 제기한 안건이라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부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격퇴) 국제동맹군, 특히 미국이 병참·지원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안전지대를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시리아 작전에 필요한 서방의 지원도 요구했다.

그는 터키가 구축할 안전지대가 난민 이동도 차단할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서방을 설득했다.

앞서 13일(미국동부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터키가 쿠르드를 치면, (미국이) 터키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시리아 북부에 20마일(약 32㎞) 폭으로 '안전지대'를 창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가 "꽤 긍정적이었다"면서, "어젯밤 우리는 역사적인 상호 이해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이 전화 통화에서 도출한 '역사적' 양해 또는 합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시리아에서 철군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제 파괴'라는 강경한 표현을 동원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선 "마음이 상했다"며 완곡히 비판했을 뿐, 미국을 향한 직접 비난은 삼갔다.

안전지대는 일반적으로 적대적 세력 사이에 비무장 완충지대를 운영해 무력 도발 또는 충돌을 막는 장치로 인식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안전지대가 어떤 형태가 될지는 미국과 터키의 협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연설 후 취재진을 만나 안전지대 폭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20마일보다 더 시리아 쪽으로 들어갈 가능성을 거론했다.

안전지대를 구축하고도 '테러조직을 예외로 둔다'는 단서조항이 달린다면 터키가 쿠르드 민병대를 '테러 소탕'이라는 명분으로 군사작전을 펼치는 것을 막지 못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이 이날 야샤르 귈레르 터키 합참의장을 만나 시리아 철군 등을 터키 측과 협의한다고 공개했다.

지난 2014년 터키는 미국에 시리아 국경 안전지대 구상을 제시했으나 당시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쿠르드 민병대를 앞세워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집중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안전지대 제안에 "터키가 안전지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을 피해 터키의 국익에 부합하게 안전지대를 구축·운영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대통령 연설에 이어 터키 대통령실 이브라힘 칼른 대변인은 국경 안전지대를 사실상 터키군 점령지역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더 분명히 나타냈다.

칼른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터키가 터키군과 정보요원을 배치해 시리아 북부 안전지대를 통제할 것이며 그 과정에 지역 주민을 참여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을 결정한 후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 즉 '인민수비대'(YPG)를 상대로 군사작전 준비를 서둘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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