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 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을 앞두고 곳곳에서 '혐오와 차별없는 사회'를 강조하는 인권주간 행사가 한창입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이 두 가지가 만연해 있다는 거겠죠.
차윤경 기자입니다.

【기자】

4살과 6살 두 아들을 키우는 30대 여성입니다.

아이들과 밖에 나가면 행여 '맘충' 소리를 듣게 될까 눈치가 보여 마음은 위축되고 행동은 조심하게 됩니다.

[30대 주부 : '난 그냥 아기들 잘 키우고 있는데 저런 소리를 들어야 되나? 내가 벌렌가? 엄마라는 존재가 왜 벌레로 비유가 되어야 되지?' 이런 생각이 많이 들죠.]

지난 1년간 혐오 표현을 경험한 사람은 3명 중 2명 꼴.

절반 이상은 위축감과 공포를 느꼈습니다.

보수기독교계의 반동성애운동과 반다문화주의 커뮤니티가 본격화된 지 10년.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혐오 놀이'는 퀴어축제와 난민 반대, 반페미니즘 등 정치 운동으로 번졌고, 증오범죄로 이어졌습니다.

집단주의와 다양성에 대한 낮은 인식 등 사회문화적 배경과 저성장 시대의 불안, 체계적인 대응 부족 등이 혐오 확산의 원인으로 꼽히는데, 이젠 돈벌이를 위해 혐오를 조장하는 콘텐츠까지 넘쳐나고 있습니다.

[강상현 / 방송통신심의위원장(지난달 27일): 사회의 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는 혐오 표현은 지켜져야 할 표현의 자유 영역에 포함될 수 없습니다.]

내년 총선을 노리고 정치적 이익을 계산한 정치인들의 혐오 조장 발언도 급증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OBS 뉴스 차윤경입니다.

【앵커】

그럼 취재기자와 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차윤경 기자, 조금 전 리포트를 보면 '대한민국이 혐오에 갇혔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뒤에 있는 단어들이 어떤 의미인지 아시겠습니까?

【앵커】

대표적인 혐오 표현들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다 특정 집단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들입니다.

맘충은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엄마를 벌레에 비유한 표현이고요, 그 다음은 노인과 진보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 마지막은 한국인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입니다.

【앵커】

혐오 표현의 대부분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 집단을 향한 공격인데요.

【기자】

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보면 가장 많은 혐오를 경험한 집단이 전라도 등 특정 지역 출신이었습니다.

10명 중 7명에서 8명이 특정 지역 출신이란 이유로 혐오 표현을 들었다고 밝혔고요,

페미니스트라서, 여성이라서, 노인이라서, 또 성소수자거나 외국에서 온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10명 중 6명이나 7명꼴로 혐오 표현을 들어야 했습니다.

【앵커】

갈수록 상황은 심각해지는데, 사회가 무뎌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네요.

【기자】

네, 특히 청소년과 아이들이 혐오에 무뎌지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혐오 표현을 직접 사용한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어른은 10명 중 1명, 청소년은 10명 중 2명이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왜 쓰느냐고 물어봤더니 내용에 동의했기 때문이란 대답도 많았지만 남들이 쓰기 때문에, 또 재밌어서 쓴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앵커】

혐오표현 사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많다는 건데, 자신도 모르게 쓰곤 한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정 집단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을 주고 이것을 혐오 표현으로 생각하는지 아닌지를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한국 여성을 비하하거나 노인과 엄마를 벌레에 빗대는 것, 또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에 대해 절반 정도만 혐오 표현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난민과 외국인을 차별하는 표현에 대한 문제 의식은 더 낮았습니다.

【앵커】

이렇게 혐오 표현이 확산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먼저 그 이유로 집단주의적인 문화와 반공주의, 차별 반대나 평등에 대한 낮은 인식수준 등을 들고 있습니다.

또 IMF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 시대가 계속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생존에 두려움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극단주의와 극우주의로 몰린다는 분석도 있고요,

올해로 인터넷 서비스가 상용화된 지 20주년이 됐는데, 온라인의 장점이자 단점인 익명성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홍성수 /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지난달 27일): 한국 사회에서 불안과 공포의 정치가 확산되고, 이 경제적 난국 정치적 난국을 소수자를 희생양으로 만들어서 돌파하려고 하는 시도들, 책임을 더 약한 쪽에 전가하려는 논리들이 확산되면서….]

【앵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기자】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인식을 바꾸려면 교육이 중요합니다.

또 곳곳에서 혐오를 불편하게 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엔 혐오 표현과 관련해서 국가적이나 체계적인 대응이 없기 때문에 법률적인 근거를 마련해 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외국의 경우 혐오 표현 사건을 엄하게 처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독일은 '일반 평등 대우법'이 있고, 혐오 표현을 하면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을 받습니다.

개인이 아닌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죄도 적용됩니다.

캐나다도 특정 집단을 공개적으로 증오하도록 선동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을 받습니다.

영국도 평등법이 있어서 언어적으로 괴롭히지 못하도록 하는데요, 인종적인 혐오를 선동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을 선고 받습니다.

【앵커】

무조건적인 처벌은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지만, 그래도 바이러스처럼 번지는 혐오 분위기엔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차윤경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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