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플러스=배정희 기자] 2013년 한 해 '설국열차', '관상'으로 2연타 흥행홈런을 이어온 송강호(46)가 올해 선보일 마지막 영화 '변호인'으로 3연타를 노리게 됐다.

"'변호인'은 애초부터 흥행에 대한 관점 보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 영화인가 하는 것이 크게 차지했다. 지금에서야 많이 봐주십사 하고 지방무대인사 시사회도 가지만, 처음 영화를 선택할 때는 흥행과 다른 지점에 있었다."
 
최근 송강호는 '변호인'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송강호가 주인공을 맡은 '변호인'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한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송우석(송강호 분) 세무 전문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송강호는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특별히 이 작품은 떨리고 긴장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그도 떨리게 만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시사회 끝나고 간담회 할 때 누구하나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를 안 하더라. 제작진이 부탁 한 것도 아닌데 아마 선입견을 가질까봐 암묵적인 동의가 생긴 게 아닐까. 물론 애초부터 색안경을 끼고 이 영화를 보면 색안경이 벗어지겠느냐마는 평범한 관객이라면 선입견 없이 색다른 대중영화 한편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긴장되고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마음이 생기는게 다른 영화에 비해 특별하다."
 
알려졌다시피 한 차례 '변호인' 시나리오를 거절했던 송강호가 다시 '변호인'을 택하게 된 이유는 무었이었을까.
 
"얘기가 잊히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더 강렬하게 각인됐다. 자신감이 조금씩 차올랐다. '변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미화하거나 일대기 통해 헌정의 성격을 띤다면 달라졌겠지만, 이 얘기는 우리가 살아온 1980년대에 이렇게 용기 있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구나 이런 얘기의 힘이 가장 컸다. 저는 정치적으로 선 배우가 아니라 가장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써 결코 이념적으로 선택한 게 아니다."
 
"사상 유례없는 대본리딩"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 돈 없고 가방끈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그로부터 변화되는 삶을 그린 작품이다.

7년 전 은혜를 입은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 분)의 아들 진우(임시완 분)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갈등과 위기 상황에 직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송강호는 '변호인'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다섯 번의 공판에 대해 "법정드라마가 제한된 동선에 굉장히 평면적이어서 지루할 수 있다. 1차는 이 공판의 배경과 모순된 배경 설명하는 공판이고, 2차는 변호사로서의 면목 보여주고, 3차는 인간 송우석의 따뜻한 감성, 4차는 클라이맥스, 5차는 장렬한 패배를 담았다. 리듬감 타야하기 때문에 제 스스로 리허설도 했다"고 말했다.

곽도원과 팽팽하게 대립하는 4차 공판은 단연 압권이다.

"소소한 일상 신은 다른 영화 찍어온 것처럼 편안하게 준비해갔는데 이 공판은 감정의 리듬감을 제 스스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감독과 처음 리딩하는 것조차 준비해갔다. 제 연기 방향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 리딩 조차 사상 유례없는 리딩. 밖에 있던 옆방에 있던 대표가 뛰어오고 그랬다."
 
영화 리딩은 80-90% 연기를 완성해 오는 드라마와 달리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인가'를 공유하는 자리다. 하지만 송강호는 "방향성을 보여줬다. 80까지는 만들어놨다. 그렇지 않으면 감당을 못할 것 같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가 가장 기억 남는 대사는 무엇일까. "감독 좋아하는 대사와 제가 좋아하는 대사가 다른데, 저는 4차 공판 마지막 대사 '그게 진짜 애국이야'를 좋아한다." 

"임시완, 아이돌인데도 연기 정말 잘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누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한 적 없다. 이번에는 유일하게 야단쳤다."

송강호는 극중 국밥집 아들 역을 맡은 임시완을 야단치게 된 일화도 전했다.

"곽도원과 임시완 둘이서 고문 받는 고문신을 연달아 찍어야했다. 4-5일 동안 줄기차게 고문을 당하는데 세트 지어지면 그 세트 일정 때문에 고문신을 한 번에 다 찍어야 한다. 그때까지 시완이가 굉장히 잘해왔지만 내일부터 찍는 장면이 고통스러울거다는 걸 일러줬다. 또한 실제로 그렇게 고통 받은 분들의 마음과 아픔을 이야기해야하는데 정신무장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촬영장가면 부담 느낄까봐 일부러 안 갔는데 나중에 보니 고문을 잘 받았더라. 핏줄 터지고 멍들고 난리 났더라. 곽도원은 괴로워서 잠도 못 잤다. 임시완이 말하길 '정작 나는 발 뻗고 잤는데 옆방에서 곽도원 선배가 술로 밤을 지새우셨더라'고 했다. 그만큼 누구를 때리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게 없다."
 
송강호는 인터뷰 내내 임시완의 열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이도 어리고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넓은 마음으로 제 말의 진의를 받아들여줘서 대견스러웠다. 기본적으로 좋은 배우의 자질과 앞으로 기대되는 후배다."
 
송강호는 브라운관, 스크린을 누비며 전방위적으로 연기활동을 펼치는 아이돌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잘한다. 거짓말이 아니라 만나보면 인성이나 예의범절도 바르다. 기본적으로 그렇지 않으면 가수로서도 사랑을 못받았을거다"며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드라마? 10년 전부터 제의도 안 들어와"
 
1995년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영화계에 데뷔한 송강호는 '쉬리', '반칙왕',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살인의 추억', '괴물',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반면 브라운관에서의 활동은 전무했다.

 
"일부러 드라마를 안하는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 십 년 전부터는 제의도 안 들어온다. 저 사람은 안한다고 소문이 난 것 같다. 제가 할 용의가 있다고는 말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 일은 모르는데 안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한편 지난 19일 개봉한 '변호인'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전국 811개 스크린에서 총 23만 2247명을 모아 일일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앞서 '변호인'은 18일 전야 개봉만으로 12만여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리고 있다. 누적관객수는 37만 2256명.

(사진=영화인)
 
OBS 플러스 배정희 기자 qazwsx6789@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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