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박혜영 기자] 배우 김동욱의 재발견이다. '신과함께' 개봉 직후 김동욱은 '히든카드'로 불렸다. 개봉 전 사전 홍보에서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던 그가 폭넓은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가 맡은 '수홍'과 '수홍'의 어머니가 수화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장면은 꽉 찬 감동과 여운을 남긴 명장면으로 불린다. 

'신과함께'에서 김동욱은 '자홍'이 어릴 적 집을 나간 이후 가정을 책임지는 동생 '수홍' 역할을 맡았다. '수홍'은 제대를 2주 앞두고 야간 근무 중 총기 오발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지만 그의 죽음은 철저히 은폐되고 탈영으로 처리된다. 억울한 죽음에 깊은 원한을 갖게 된 수홍은 결국 원기가 되고 이승을 넘어 저승까지 어지럽힌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수홍'을 연기한 그는 분노와 연민을 오가는 탁월한 감정 연기를 펼친다. 감히 '신과함께'의 '히든카드'다. 적재적소에 등장해 '자홍'의 재판을 방해하고 차사들이 이승과 저승을 오가게 한다. 때로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들로 때로는 저승까지 어지럽히는 원귀로 분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그런 그가 '신과함께' 2에서는 스토리라인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로 등장한다고 예고돼 벌써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군 제대 후 '신과함께'로 제대로 된 복귀의 신호탄을 쏴 올린 김동욱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다음은 김동욱과의 일문일답

- 흥행 스코어가 좋다. 소감이 어떤가

기쁘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많은 관심을 받게 돼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기도 하다. 

- 조심스러운 점은 무엇인가

가야 할 길이 멀다. 짧은 시간에 많은 관심을 두신 것도 감사하지만 이게 좀 더 오래 지속하면 좋겠다. 남아있는 홍보 일정도 많아 아직 오버 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 영화 공개 후 반응이 좋은 편이다. 2편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을 조금 덜었나

감독님이나 다른 선배님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안도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1편에서 '수홍'이라는 캐릭터를 내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게 봐주셨다. 2부에서 하정우와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캐릭터다.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영화에서 '수홍'이 등장하기 전까지 어떤 마음이었나

제가 등장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시점은 대본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함께 드라마를 쓰는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앞에서 다른 선배님들이 드라마를 잘 쌓아주셔서 '수홍'이라는 인물의 연기를 공감해주신 것 같다. 그 씬에 대한 좋은 평가가 나와 선배님들께 많이 감사했다. 개인적으로는 두려움과 걱정을 가지고 영화를 봤다. 내가 찍었던 장면이 어떻게 비칠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우려를 하면서 영화를 봤다.

'수홍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은 캐릭터이면서도 '자홍'이 쌓은 드라마에 방해되지 않고 그것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을 줘야 하는 인물이다. 분명한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잘해내지 않으면 1막에 많은 분이 쌓아온 드라마를 무너뜨릴 수 있는 부담감이 있어서 걱정했다.

- '수홍'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나

개인적으로 '수홍'이라는 인물이 절대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 포인트는 '내 삶에 대한 인정과 쿨함'이다. 자기연민에 빠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상황을 쿨하게 받아들여야 '자홍'이라는 인물이 떠난 15년간의 공백을 아들처럼 때로는 남편처럼 연기하는 게 가능했다. 

내 상황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인물이어야 나중에 원귀가 됐을 때 '원 일병'을 보고 내 죽음을 인정하고 '나는 내가 가야 될 길을 가자. 남아있는 이들도 나로 인해 고통받고 아파하고 있구나'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군대에서 '원 일병'을 보듬어주고 챙겨주는 것도 내가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물이면 힘들었을 것 같다. 

- '히든카드'다. 자부심이 있나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 반응을 전혀 예상치 못해 얼떨떨했다. 지금은 행복하고 감사하고 즐거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감독님과 선배님들께 고마운 마음이 든다. 지금은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교차한다.

- 김동욱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많다. 댓글 반응도 좋은데 특히 '대법관 씬'에 대한 칭찬이 많다.

가장 힘든 씬이었다. 준비도 가장 많이 했다. 짧은 장면이지만 등장하는 수화를 감정에 방해되지 않게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연습하는 게 필요했다. 다음 수화의 동작과 순서를 생각하는 순간 감정이 깨진다. 수화가 몸에 벤 것처럼 나올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 그 장면에서는 '자홍'이가 떠나고 강하게 살려고 했던 모습과 군대에서 후임을 돌보는 모습보다는 엄마 앞에 아이 같은 모습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더 와 닿을 것 같아서 그렇게 연기했다.

- 제대 후 침체돼있을 때 제안이 갔다고 들었는데 합류 과정이 어땠나

김용화 감독님이어서 합류했다. 전화 한 통화에 '당연히 해야죠'라고 말했다. 그 당시 복합적인 고민과 생각이 많았던 시기다. 감독님의 제안이 다른 고민보다 우선시 됐다. 

- 기존 작품과 많이 다르다. 감독님만 믿고 가기엔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을 텐데

그런 걱정은 안 했다. 작품 제작 과정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다시 한 번 감독님과 하정우 선배와 작품을 하게 돼 재밌고 든든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감히 감독님이 연출하고 하정우 선배가 나오는 작품을 하면서 이 작품이 될까 안될까 봐 의구심을 가질 수 없다.

대본에서 이미 인물들 간의 드라마가 재밌었고 그림은 그다음이었다. 작품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드라마와 이야기가 충분히 재밌었다.

-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제가 우려했어야 하는 부분은 아니었다. 웹툰을 좋아했던 사람이지만 대본을 보고 독립적인 작품으로 생각했다. 대본을 읽는 동안 원작 웹툰에 대한 생각은 잠시 잊었던 것 같다. 대본의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흥미 있고 재밌었다.

'수홍'이라는 인물도 작품 안에서 독립적으로 고민했다. 원작 캐릭터에서 어떤 성격을 가져와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충분히 관객들이 재밌게 보실 거라고 생각했다.

- 작품과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높아 보인다

출연을 결정한 상태로 대본을 받았지만 그런데도 신뢰가 높았다. 감독님에 대한 무한 신뢰를 하고 있었고 대본을 봤을 때도 너무 재밌었다.

- 2부에서 '수홍'의 스토리가 문을 연다. 어떤 모습을 기대하면 될까?

나도 2편이 궁금하다. 관객의 입장으로 돌아가 어떻게 만들어질지가 궁금해하고 있다.

수홍이의 '쿨함'을 볼 수 있다. '수홍'과 원일병, 박 중위와의 스토리가 2부에서 풀어진다. 1부에서 관객들이 가졌을 '박 중위는 어떻게 되는 거지? 원 일병은 용서한 건가?'라는 의문이 2부에서 해소된다.

- 자기만의 소신이 있을 것 같다

데뷔 후 지금까지 작품을 해오면서 원치 않았던 작품을 한 적은 거의 없다. 작품을 선택하고 이것을 결과물로 만들기까지 최선을 다해서 100%를 쏟아부어도 결과물이 몇 퍼센트가 나올지 관객들에게 메시지가 얼마나 전달될지 알 수 없다. 

내가 가진 것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없는 작품을 선택하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100%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고집을 부렸다. 그러한 선택이 때로는 득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실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공부가 된 것 같다.

- 이번 작품에는 어떤 것을 새롭게 배웠나

방대한 분량의 블루스크린에서 연기한 게 배우로서 너무 소중하고 뜻깊은 경험이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에 수많은 배우들 중의 한 명으로 참여했다는 게 뜻깊은 일인 것 같다. 아주 큰 공부가 됐다.

- '신과함께' 제의 전에 배우로서의 길을 고민했다고 하는데

그런 고민은 항상 많이 했다. 특정한 시기에 한 고민이 아니라 활동을 하면서 계속 돌이켜보며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이 맞나 아니라면 더 빨리 이 끈을 놓고 다른 도전을 해야 하나 계속 고민했다. 

계속해서 배우 생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다. 그러한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고민이 해소되고 에너지를 얻어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현장에서도 정말 행복할 때가 있고 정말 지옥같은 때가 있다. 다양한 것 같다.

- 촬영 현장이 지옥 같은 이유는

나 스스로 연기가 지옥 같은 때도 있고 어떤 누군가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 1차원적으로 촬영 환경이 지옥 같을 때도 있다.

- 신과함께 촬영할 때는 어땠나

굉장히 길게 촬영했다. 내로라하는 선배님들 사이에서 스스로 잘해낼 수 있을까 불안감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에 비해 너무 행복하고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촬영했다. 그래서 10개월이 넘는 촬영을 하면서도 배우들이 서로 단 한 번도 상처를 받거나 트러블없이 해내지 않았나 싶다.

- 올해를 마무리하는 소감과 신년을 맞는 소감을 말해달라

올해를 외롭지 않게 마무리해서 행복하다. 2018년은 다시 한 번 쉼 없이 달려가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굳게 마음을 먹고 다잡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OBS플러스 박혜영 기자 bark@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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