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박혜영 기자] 하정우는 관객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 배우다.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새해 첫 천만 영화인 '신과함께'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 항쟁까지를 다룬 '1987' 두 작품에서 하정우는 관객들을 만난다. 동시에 개봉한 두 작품이 함께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데서 배우 '하정우'를 향한 관객의 신뢰와 지지가 느껴진다.

'신과함께' 또한 그렇다. 저승삼차사의 리더 '강림' 역을 맡은 그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극을 이끌어간다. 망자의 환생을 위한 7개의 재판을 책임지고 변호하는 저승 삼차사의 리더로 뛰어난 언변과 위기대처 능력을 보여준다. 어려운 저승 세계의 용어들을 자신만의 언어와 리듬감을 살려 완벽히 '저승차사'로 변신했다. 

영화 속 '강림'은 원작 웹툰 속 저승차사 '강림'과 변호사 '진기한'이 합쳐진 캐릭터다. 저승에서 '자홍'의 재판을 이끌면서 이승에 내려가 원귀 '수홍'이 일으킨 문제를 해결한다. 자칫 보면 1인 2역 같아 보일 수 있는 역할을 하정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영화 '신과함께'의 저승차사 '강림'이 존재를 만들어냈다. "저승과 이승을 오간다. 대사 톤을 찾기 어려웠다. 무조건 많이 절제하고 덜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말에서 '강림'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이 느껴진다. 

영화 'PMC' 촬영이 끝나자마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와이에서 250km를 걷고 왔다던 그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다음은 하정우와의 일문일답

- 두 작품을 동시에 개봉한다. 부담도 두 배인가

하와이 여행에서 두 작품이 일주일 차로 개봉하는 사태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이것도 나의 운명이구나 생각했다. 2017년에 세계적인 나이로 마흔이 됐다. 그것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결이 다르고 타겟층이 다른 영화다. 마지막에 감정이 폭발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눈물의 진원지가 다른 것 같다. '신과함께'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 느끼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정서에서 오는 눈물이다. 반면에 '1987'의 눈물은 감사의 눈물인 것 같다. 30년 전 사건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있어서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마음껏 영화를 찍고 영화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 '강림'과 '진기한' 캐릭터가 합쳐졌다. 포인트를 어떻게 잡았나

진짜 어려웠다. 저승에 올라가서 쓰는 대사 톤과 이승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쓰는 대사 톤이 분명히 다르다. 어떻게 합쳐서 일관성 있게 연기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이승신을 찍을 때 '1987'에서 나온 대사 톤처럼 사실주의 대사를 했다. 저승에 올라가서는 사극 톤을 했는데 되게 이상했다. 누가봐도  1인 2역 느낌이 들어서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고민했다.

중간지점을 찾았던 것 같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생각했다. 무대 미술 교수님께서 "색을 결정할 때 빨강과 파랑 사이에 고민이 되면 무조건 검정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색깔이 아리송할 때는 무조건 검정이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무조건 많이 절제하고 덜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절제하고 덜어낸 까닭에 이승에서 표현 방식이 많이 깎였다. 하지만 딱딱하더라도 그렇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덕춘'에게 이야기하는 대사톤이 내가 찾은 대사톤이다.

- 영화 속 '강림'은 어떤 인물인가

1부만 보고 '강림'이라는 인물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강림'은 1부와 2부를 통틀어서 보일일 인물이다. 2부의 시작에서 그의 이야기가 나온다.  

삼차사가 1부에서 하는 일은 '자홍'의 재판과 원귀를 잡는 것이다. 이 모습만 보고는 그들의 사생활을 볼 수 없다. 삼차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홍'의 이야기라는 말이 많은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 2부까지 보시면 1000년 전 과거부터 이들이 어떻게 차사가 됐는지, 염라대왕과의 관계는 어떤지 알 수 있다. 

1, 2편을 전체 한 편으로 놓고 보는 구조다. 1부만 놓고 봤을 때 '강림'의 캐릭터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 1, 2부가 동시 진행되는 것은 한국영화에서 처음이다

한편을 오래 찍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황해도 오래 찍었고 국가대표도 8개월 찍었다. 10개월 정도에 두 작품을 찍었으니 1타 2 피다.

2부에서는 사극이 30% 이상 들어간다. 사극 분량만 3개월을 찍었다. 굉장히 재밌다. 1부에서 '덕춘'이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과거들이 다 밝혀진다. 

- 1부와 원작이 많이 다르다. 2부도 원작과 많이 다른가

'수홍'의 재판이 시작된다. '해원맥'과 '덕춘'은 '할아버지'를 데리러 이승에 내려가다가 그 집에서 '성주신'을 만난다. '성주신'이 '해원맥'과 '강림'과 '덕춘'을 알고 있어 자연스럽게 그들의 과거 이야기를 해준다. 

저승에서는 '수홍'과 '강림'의 재판 여정이 시작된다. '수홍'의 이야기를 들으며 '강림'은 자신의 과거 트라우마를 같이 떠올리고 과거로 돌아간다. 천 년 전 과거와 '수홍'의 재판, '성주신'의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강림의 가족사부터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마지막 재판을 한다.

- 2부에서 세계관이 확장되나

그럴 수 있다. 스토리 라인이 3개로 흘러간다. 1부보다 하나의 스토리 라인이 더 생겨서 뒷받침되니까 훨씬 더 풍성하다. 1부가 쑥스러워지면 2부는 IPTV에서 봐야 한다. 그래서 개봉까지 미루며 1부에 대한 퀄리티를 올렸다. '군함도'와 '택시'를 피한 게 아니냐는 풍문도 있었으나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 시간을 가졌다고 들었다.

- CG 연기는 어땠나

역시 민망하고 창피했다. 하늘 보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가장 집중이 안 된다. 칼이 없는데 칼을 뽑고 날아가는 것 그 자체가 웃기다.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보며 많은 위로가 됐다. 

3자 입장에서는 다른 세계적인 할리우드 영화에 하나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느꼈다. 퀄리티적으로 할리우드에서 나온 영화의 많은 부분을 뛰어넘었다고 들었다. '신과함께'에서 동양적인 것을 CG로 표현하고 한국말로 말하기 때문에 낯설 수는 있다. 

'CG'에서 어마어마한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들었다. 그 과정들을 직접 봤을 때 참 놀라웠다. 작품이 끝나고 개봉까지 후반 작업 일정 속에서 감독님이 보여줬던 영상 클립과 공정을 봤을 때 놀라웠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어렵게 세트를 짓고 시대를 구현했는데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CG의 도움 받겠다 느꼈다. 

- 액션 장면은 어떻게 연기했나

'군도'를 찍으며 트레이닝을 많이 받았다. 이번에도 검술 훈련 많이 했다.

CG 액션이 어려웠다. 차태현 형이 '전우치'에서 CG 액션 연기를 했다. "지훈아 민망하지? 향기야 괜찮아. 나는 장풍도 쏘고 그랬어" 하면서 위로해줬다. 며칠 지나니 CG 액션 연기도 적응되더라

- 할리우드 영화 '라이프' 제의가 들어왔는데 김용화 감독과의 의리를 택했다. 잘한 선택인가

'신과함께'를 먼저 결정해서 어쩔 수 없었다. 의리가 아니라 도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케줄 조절해보려고 노력은 했다. 두 달만 빼주면 됐다. '신과함께'를 찍다가 중간에 '라이프'를 빨리 찍고 오겠다 했는데 도저히 세트 스케줄이 안됐다. 없었던 거로 생각했다.

- 기회가 닿는다면 할리우드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나

그렇다. 늘 생각은 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든 중국 영화든 어렸을 때처럼 거대한 신비감은 없어졌지만 상황에 맞게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하고 싶다. 마음은 늘 열려있다. 'PMC'같은 경우는 한국 자본이지만 미국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대사도 80% 이상 영어 대사다. 그 영화를 보고 좋은 제안이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

- 캐스팅 당시 김동욱은 군대에 있었다는데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다. '수홍'이 역할을 동욱이가 하면 어떨지 물어보셨다. '수홍'은 1부의 클라이맥스를 담당하고 2부의 메인 라인을 연기한다. 주연으로 극을 끌고 가는 역할은 인지도나 스타성이 아니라 연기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끝까지 의견을 관철하고 주변의 동의를 구했다. 

동욱이가 그때 당시 많이 힘들어했다. 제대를 막 하고 많이 의기소침한 시기였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국가대표' 때 김동욱의 파이팅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가웠고 든든했다. 동욱의 연기를 잘 알고 있으므로 신뢰가 간다. 너무 귀엽고 동욱의 연기가 다 동의가 된다. 

시나리오를 보고 동욱이에게 '너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두 작품이 나가면 김동욱이 재평가받고 많은 사랑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다.

지훈이는 지금도 잘 나가고 있지만 더 잘 될 것 같다. 향기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사랑스러운 친구다. 나라에서 보존해줘야 할 정도다. 상처받지 않고 건강하게 배우 생활을 오래 했으면 좋겠다.

- 공식 40세다. 조금 돌아볼 시기가 된 것 같은데 이 시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가

특별한 것은 없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기점으로 첫 주연작을 시작한 지 12년이 됐다. 이제 13년 차에 접어들었다. '미친 듯이 달려왔다'고하면 요즘엔 걷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경제적으로 슬기롭게 쉬는 타이밍을 많이 만들었다. 얼마 전 열흘이란 시간이 주어졌을 때 하와이에 가서 열흘 동안 걷자 생각했다. 

'신과함께', '1987' 등을 생각해보며 처음에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골랐고 어떻게 찍었는지 2년 동안을 돌이켜보고 짚어보면서 마음의 휴식을 취했다.

마흔이 됐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배우로서 연기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은 부분과 감독으로서 작품을 통해서 혹은 그림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다 다른 것 같다. 그 채널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정리하고 느낀 것을 표현하고 싶다.

- '신과함께' 2편이 기다려지나

2편이 더 기대된다. '강림'이라는 캐릭터 입장에서는 2편을 봐야 관객들에게 설명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2편 개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CG 작업이 곧 시작 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

- 새해 소망이 있나

어떤 작품을 찍을지 100% 결정을 못 했다. 계획을 잘 짜야겠다라는 생각한다. 세 번째 연출작이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2년이 될지 3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계획들을 재정비해서 세워야겠다고 생각한다. 

터널 이후로 1년 반 만에 새 작품이 개봉했는데 미리 찍은 작품이 네 작품 정도 되니 3개월 만이라도 쉴까 고민도 하고 있다. 배낭여행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산티아고 순례나 네팔 히말라야 등 오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1987' 무대 인사가 끝나면 천천히 생각해 볼 예정이다. 결혼정보사이트에 프로필을 넣어야 하나도 생각 중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OBS플러스 박혜영 기자 bark@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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