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4기 내각을 대연정으로 구성하고 총리직을 이어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독일 사회민주당은 21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의 대연정 본협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사민당은 이날 본에서 특별 전당대회를 열어 대의원 투표를 통해 지난 12일 기민·기사 연합과 타결한 대연정 예비협상안을 승인했다.

642명의 대의원이 참가한 투표에서 과반인 36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279명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에 따라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은 이번 주 본협상을 시작해 세부적인 내용을 확정하고 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에 앞서 예비협상안의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작센안할트주(州)와 베를린, 튀링겐주 지도부는 반대 입장을 정했고, 좌파 선명성을 바탕으로 야당의 길을 주장해온 당내 청년연합인 '유소스(Jusos)'는 반대 운동을 펼쳐왔다.

다만, 반대 여론을 주도해 온 사민당 내 좌파 그룹 내에서 의원들의 60% 정도가 찬성 입장을 보여 통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져왔다.

사민당의 이번 결정으로 메르켈 총리는 재임 후 맞은 최대의 정치 위기에서 상당히 벗어나게 됐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승리했으나 '자메이카(기민·기사-자민-녹색) 연정' 협상 실패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독일 정치권도 대혼란에 빠졌다.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이 대연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재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며 압박한 끝에 사민당과의 대연정 협상을 끌어냈다.

메르켈 1기와 3기 내각에서 대연정의 소수 파트너로 참여한 사민당은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득표율로 참패한 뒤 좌파 정체성을 재정립하면서 강한 야당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재선거 압박을 받자 사민당 지도부는 당내 상당한 반발 속에서도 대연정 협상 참여로 방향을 틀었다.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는 투표 전 연설에서 "새로운 선거는 옳은 길이 아니다"며 "신자유주의는 유럽에서 종식돼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이 본협상을 진행한다고 해서 대연정이 성사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슐츠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예비협상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난민 문제와 관련해 "연간 난민 유입 상한선은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예비협상에서 연간 18∼22만 명의 난민 유입 상한선에 합의했었다.

슐츠 대표의 발언은 사민당이 난민 문제에서 사실상 재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민당은 재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아왔기 때문에 본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게다가 사민당은 본협상이 타결되더라도 45만 명의 당원들을 상대로 마지막으로 찬반을 묻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한편, 오전 11시께 열린 전대에 앞서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통합을 뒷받침하기 위해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하고, 이를 위해 양국 간의 '엘리제조약'을 55년 만에 개정하기로 했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동안 메르켈 총리는 '강한 EU'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정부가 필요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대연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9일 메르켈 총리와의 파리 회담이 끝난 뒤 사민당을 상대로 대연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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