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허리케인, 폭염, 태풍, 가뭄...

지구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페인에 있는 이 레스토랑도 바로 그런 곳입니다.

【기자】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근처의 한적한 농촌.

이곳에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는 건물이 있습니다.

건물 주변은 물론, 실내도 나무와 풀이 가득해 식물원을 연상시키지만, 이곳의 정체는 레스토랑 아수르멘디입니다.

아수르멘디의 가장 큰 특징은 친환경적이라는 점.

태양열과 지열로 에너지를 얻고, 빗물을 모아 재활용합니다.

[에네코 아차 / 아수르멘디 셰프 : 18개의 시추공을 150피트 깊이로 뚫어서 지열을 얻고 있습니다. 태양열도 이용하고요.]

2014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지속 가능한 레스토랑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단지 건물 설계가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아수르멘디는 사용하는 식재료를 모두 직접 키우거나 근처 농가에서 조달합니다.

레스토랑과 지역 사회가 경제 공동체가 되어 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수르멘디가 유명해지면서 이곳과 계약한 농가들의 수익도 늘어났습니다.

[안나 마리아 야구노 / '아수르멘디' 계약 농가 : 요리사가 레시피에 사용한 걸 보고 일반 사람들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매출이 늘어났어요.]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사용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바스크 지역의 전통적인 맛과 음식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고 전통에만 얽매이는 것은 아닙니다.

아수르멘디의 셰프 에네코 아차가 추구하는 것은, 음식 재료의 질감이나 조직을 물리적이고 화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분자요리입니다.

이를 위해 요리사들과 매일 함께 공부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위한 씨앗 보관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조들이 오랜 시간 지켜온 전통과 새롭게 창조된 오늘이 음식을 통해 연결됩니다.

[벤자민 라나 / 레스토랑 평론가 : 에네코 씨에게 지속가능성은 유행도 스타일도 아닙니다. 그가 처음부터 시작한 일이고 요리의 일부분입니다. 그의 문화, 요리법, 삶을 이해하는 방식에 담겨 있죠. 바스코 고유의 방식입니다. ]

아수르멘디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넓고 쾌적한 주방입니다.

요리사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야, 음식에도 그 여유로움이 스며들 수 있다는 철학 때문입니다.

[벤자민 라나 / 레스토랑 평론가 : 에네코 씨에게 요리사의 역할은 음식을 만들거나 즐겁게 해주는 것 이상인 것 같아요. 손님들은 1시간 반 어쩌면 두 시간 동안 행복하게 식사했어요. 그는 더 나아가 사회를 돕고 싶어 합니다. ]

음식과 삶, 공동체에 대한 철학을 파는 레스토랑, 아수르멘디.

눈앞의 이익과 편안함에만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월드뉴스 김미애입니다.

<구성: 송은미 / 영상편집: 용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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