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김지원 기자] 자그마치 11년, 오랜 기다림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빛난다.

원더걸스 해체 이후에도 약 1년간 별다른 음반 활동 없이 '언프리티 랩스타' 등을 통해서만 얼굴을 내보였던 유빈은 지난 5일 디지털 싱글 앨범 '도시여자'와 타이틀곡 '숙녀'를 발표하며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솔로 가수로 출격했다.

활동 경력과 인지도로는 이미 '국민 가수'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유빈이지만 솔로로는 신인이나 마찬가지. 처음 홀로서기에 나선 유빈은 "부담과 압박이 크다"며 고충을 털어놓다가도 노랫 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무대를 휩쓸었다.

유빈이 컴백 장르로 선택한 '시티팝'은 1970~80년대 유행한 도회적 팝 장르로 신디사이저, 키보드, 드럼 머신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다. 세련된 느낌과 청량한 선율을 특징으로 하는 시티팝은 최근 미국과 유럽 DJ들 사이에서 재조명 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 장르다. 

유빈의 강력 추천으로 선택하게 된 시티팝 장르인 만큼 무대는 특유의 매력을 한껏 살린 '유빈 표 레트로풍'으로 가득 채워졌다. 반짝이는 의상과 촌스러운 듯한 짙은 메이크업, 강조된 악세사리들을 찰떡같이 소화해내는 '숙녀' 무대 위 유빈의 모습은 팬들로 하여금 "역시 유빈"이라는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타이틀곡 '숙녀'는 현실적이면서 낭만적인 시대상을 반영한 2018년대 버전 시티팝이다. 분주한 도시 속 남녀의 감정을 노래함과 동시에 상대방에게 당당하게 표현을 요구하는 '도시여성'의 모습을 멋지게 그려냈다. 

그동안의 기다림이 조금도 아쉽지 않을 만큼 신선하고 파격적인 음악적 시도로 돌아온 '솔로' 유빈을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다음은 유빈과의 일문일답

- 11년 만의 첫 솔로 소감 어떤가

고대하고 고대했던 솔로 앨범인 만큼 기대되고 설렌다. 열심히 준비한만큼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고 즐겁게 내 음악을 즐겨 주시길 바란다. 

- 솔로 앨범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앨범 작업은 작년 초부터 시작했는데 첫 앨범인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어떤 곡이 좋을까, 내게 잘 맞는 것은 어떤 색일까 고민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준비 기간이 6개월이나 걸릴 만큼 완벽한 노래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그만큼 나 스스로 들었을 때도 만족스러운 노래가 완성된 것 같다. 

- 기존 래퍼 이미지가 강한데 보컬 노래를 낸 이유는

'보컬로 도전해야지'라는 생각은 아니었고 시티팝 장르를 선택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컬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됐다. 예전부터 장르를 떠나 곡의 완성도, 곡에 어울리는 컨셉과 분위기를 매우 중시해왔는데 시티팝에는 보컬이 더 잘 어울리는데 굳이 랩을 끼워 넣고 싶지 않았다. 예상치 못하게 앨범을 보컬로 채우게 되면서 보컬 선생님과 디테일 연구를 정말 열심히 했다. 1970~80년대 특유의 끝 음 처리, 감정선 등등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 시티팝 장르 어떻게 접하게 됐나

작년 초에 우연히 동네 카페에 갔다가 처음 듣게 됐다. 흘러나오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기억해뒀다가 찾아보니 '시티팝'이었다. 그 이후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즐겨 듣기도 했고 시티팝이 요즘 국내외에서 트렌디하게 떠오르고 있는 장르여서 자연스럽게 컴백 곡으로 선택하게 됐다.

- 타이틀 명 '도시여자'와 타이틀 곡 '숙녀'의 의미는

내가 바로 '도시에 사는 여성'이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직접 내 이야기를 하면서 더 많은 공감을 하고 싶었다. 여자로서 느끼는 사회의 시선, 사랑에 대한 감정들 등등을 담았다. 또 장르가 시티팝이기 때문에 좀 더 도회적인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도시' 여자라고 정하게 됐다. 

- 안무나 컨셉의 디테일한 설정은 어떻게 했나 

그 당시 활동했던 선배들의 무대나 이미지들을 많이 찾아봤다. 그분들의 퍼포먼스를 찾아보면서 영감을 받고 안무를 참고해 당시의 느낌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요즘과는 다른 몸짓이나 제스처, 더 세세하게는 마이크를 잡는 법 하나하나까지 연구했다. 아마 무대나 뮤비를 보면 그런 노력들이 많이 묻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원더걸스 때부터 복고 컨셉을 많이 해왔는데 또 복고다

원더걸스 활동을 하면서 레트로 장르를 알게 됐고 접하게 됐으니 분명히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 그 이후로 옛날 노래나 가수들에 관심이 생겼고 듣는 것이 습관이 됐다. 차이가 있다면 원더걸스 활동 때 선보였던 레트로 장르는 80년대 미국 팝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이번에는 보다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멜로디다. 시각적으로 표현하자면 원더걸스는 빨간색이고, '숙녀'는 파란색이랄까. 좀 더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이기 때문에 분명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이미지가 겹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많은 분들이 아직까지 나를 '원더걸스의 래퍼'로 많이 기억을 한다. 또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보였던 이미지 때문에 '유빈'하면 힙합 혹은 걸크러쉬를 많이 떠올리더라. 그래서 오히려 시티팝 장르를 통해 레트로를 선보이면 더 신선하게 느낄 것으로 생각했다. 또 원더걸스 활동 당시의 이미지와 연결 지어 익숙함까지 챙길 수 있지 않을까. 원더걸스로 지낸 기간만 10년이다. 그것 또한 내 일부분이고 완전히 버릴 순 없다고 생각한다.

- 원더걸스 멤버들 반응은 어땠나

멋있다고 하더라. 오랜만에 컴백이니 열심히 하라고 응원도 해줬다. 티저를 보여줬을 때는 호불호가 좀 갈렸다. 확실히 원더걸스 멤버들은 내가 활동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 박진영은 뭐라고 하던가

예전에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세세한 부분까지 조언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제는 회사에 있었던 기간이 오래된 만큼 믿고 맡겨주시는 편이다. 그냥 '지금처럼만 해라', '너무 욕심부리면 오히려 전달이 잘 안 될 수도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해라'라면서 조언과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 솔로와 그룹 활동, 어떻게 다른가

그 당시엔 아무래도 멤버들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많았다. 서로 가지고 있는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음악적 차이를 보완하고 개인이 가진 색깔을 배합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반면 이번에는 오롯이 내 색깔을 살려내는 것에 중점을 두다 보니 책임감이 훨씬 커졌다. 혼자서 3분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도 생기고. 그래서 더 철저히 연습하고 더 많이 연구했다. 

- '박수칠 때 떠났다'는 원더걸스,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특별히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냥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멤버들마다 각자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이 있었고 앞으로 남은 긴 세월 동안 우리가 어떻게 또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만큼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인생과 서로의 앞날을 응원해주자며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됐다. 

- 유빈에게 원더걸스란

내 꿈을 이루게 해 준 소중한 팀이다. 원더걸스를 통해 연습생 신분에서 가수로 데뷔를 할 수 있었고 또 '텔미'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것들을 모두 이루게 해준 선물 같은 존재다. 

- 앞으로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할 예정인가

재충전의 시간은 충분히 길었다고 생각한다. 팬들도 오래 기다렸던 만큼 이번 '도시여자' 활동이 끝나고 나면 다음 앨범도 최대한 빨리 가지고 오고 싶다. 또한 음반 활동이 아니더라도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꾸준히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더이상 팬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다. 활동 열심히 해서 팬 분들에게도 '솔로가수 유빈'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싶다. 

- 가수로서 궁극적으로 되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댄스부터 시작해서 원더걸스 때 보여줬던 밴드, 이번에 도전하게 된 시티팝, 이디엠까지.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창 바쁠 때는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바쁠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주변에서 잘 챙겨주신 덕분에 무사히 활동을 잘 마쳤는데 건강이 가장 중요하니까 꼭 자기 몸을 잘 챙겼으면 좋겠다. 몸이 건강해야 그만큼 무대를 더 잘 보여줄 수 있으니까. 또 틈날 때마다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자주 듣고 또 만들어두길 바란다. 그러면 그룹 활동에도 도움이 되고 추후 자기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 '도시여자'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딱 보면 '색다르다'라고 느낄 것이다. 지금까지 선보여왔던 이미지나 제스처와는 전혀 다르고 요즘 트렌디한 음악들과도 전혀 다르게 무대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은 색다름을, 80년대를 살아온 분들은 향수를 느끼며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노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번 앨범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숙녀' 뮤비를 촬영하던 중에 갑자기 거울이 깨진 적이 있었다. 근데 그 순간 '거울이 깨지면 대박이 터진다'는 속설이 떠올랐다. 그래서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과 모여서 '이번 앨범 잘 될 거라는 조짐 아니냐'며 농담 삼아 얘기를 했었다. 특히 이번 곡은 녹음도 엄청 빨리 끝난 편이어서 사실 조금 기대가 된다. 

- 기대하는 차트 순위가 있다면

구체적인 순위까지는 생각 안 해봤다. 많은 팬분들이 기대하고 기다려주셨다는 건 알고 있지만 솔로로는 처음 활동하는 것인 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쟁쟁한 가수분들도 워낙 많아서 차트인이 힘들다는 것도 안다. 이번에는 그냥 준비한 것을 잘 보여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보는 분들도 재밌을 수 있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 

- 솔로 활동을 통해 가장 받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다음이 기대된다', '이번 노래 좋았는데 다음 노래도 빨리 듣고 싶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다.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싶은 가수의 이미지를 어필하고 싶다. 이번 '도시여자' 활동이 잘 마무리돼서 다음 앨범을 빠르게 들고나올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 솔로 활동은 처음이니 다시 신인이 된 느낌으로 각오를 다진다면

말뿐만 아니라 정말 신인이 된 마음으로 앨범 작업에 임했다. 사실 진짜 신인일 때는 너무나 꿈꿔왔던 데뷔였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그저 더 많이, 내가 가진 것을 전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다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보다 '어떻게 보여줘야 되겠다'라는 완성도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 또 오랫동안 공들여 작업한 앨범인 만큼 떨리고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OBS플러스 김지원 기자 zoz95@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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