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김지원 기자] 최우식의 재발견이다. 지난 7년을 줄곧 착한, 혹은 순수한 소년 같은 이미지만 고수해 온 최우식은 영화 '마녀'를 통해 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변신을 꾀했다. 

'마녀'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가 발생한 그 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 영화다. 

극 중 최우식은 어느 날 갑자기 자윤 앞에 나타나는 의문의 남자 '귀공자' 역을 맡았다. 평화로웠던 자윤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귀공자' 옷을 입은 최우식은 그동안의 순수하고 밝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폭발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웃고 있는 듯 무표정한 표정과 매서운 눈빛은 등장할 때마다 성큼성큼 빠르게 구자윤의 숨통을 조이는 동시에 관객들에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최우식의 파격적인 변신은 영화 상의 적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매 장면 '구자윤' 못지않은 '귀공자'만의 존재감을 만들어내며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로써 "그동안 해보지 못한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최우식에게도 이런 분위기와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최우식 하면 떠오르는 '순수남'이라는 고착화 된 이미지는 완전히 깨부수고 또 하나의 가능성을 스스로 만들어낸 배우 최우식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들이 기대된다. 

▶ 다음은 최우식과의 일문일답

- 영화 어떻게 봤나

처음 도전하는 역할인 만큼 긴장 하고 기대하며 봤다. 걱정했던 장면이 몇 개 있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잘 나왔더라. 특히 액션 연기는 다미도 나도 '0'에서부터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항상 도망가고 맞는 역할만 하다가 처음으로 맞서 싸워야 하기도 했고 CG가 입혀질 것을 상상하면서 촬영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런데 완성된 것을 보니 액션 장면들이 굉장히 멋있게 나왔더라. CG가 3개월간의 연습 기간을 살려준 것 같다.

- 액션이 많아서 힘들지는 않았나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이 잘 안 돼서 큰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CG가 대신할 분량이 가늠이 안 되니까 부담보다는 기대가 컸다. 실제 촬영에서는 극 중 등장하는 영화의 90% 정도를 모두 배우들이 직접 소화해야 했다. 벽을 걸어가거나 가구가 날아다니는 극히 일부 장면에서만 CG가 활용됐다. 그만큼 더 리얼함을 살릴 수 있었던 것 같고 이외에 크로마키 액션이라는 기술이 사용된 장면에서는 신선함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 액션장면에서 무엇에 중점을 뒀나

귀공자는 굉장히 강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힘을 많이 쓰지 않아도 일반인 이상의 타격감이 느껴져야 한다.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도록 무표정으로 시크하게 연기해야 했다. 액션 연기 촬영을 할 때는 최대한 그 부분이 강조되도록 신경을 썼다. 만약 내 액션에 힘이 들어가면 감독님께서도 "너 지금 전혀 귀공자 같지 않다"며 현장 디렉션을 주셨다. 

- 시나리오상 귀공자는 어땠나

시나리오에 적혀있던 귀공자는 원래 더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였다. 영화에서 귀공자가 짧게 등장하는 편인데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이 같은 단편적인 모습만 보여주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장난꾸러기 이미지와 귀공자를 섞는다면 더 입체적으로 인물이 살지 않을까 싶어서 감독님과 조율을 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귀공자로서 최우식이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우식답게 변형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재밌을 것 같았다.  

- 덥수룩한 앞머리에 검정 코트 조화가 인상적이다

귀공자의 겉모습은 미팅하면서 조율한 부분이 많다. 처음에는 귀공자가 백발 캐릭터였기 때문에 가발을 착용했었는데 너무 안 어울려서 결국 포기했다. 마치 코스프레를 한 것처럼 인위적이고 누군가를 따라 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머리 색도 스타일도 전부 바꿨다. 다행이었던 건 영화상의 계절이 가을이어서 귀공자 이미지에 어울리는 코트를 착용할 수 있었다. 만약 여름이어서 반팔티 혹은 반바지를 입었다면 비웃음을 당하지 않았을까(웃음).

-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역할을 선택한 이유는

연기적인 도전을 늘 하고 싶었다. 악역을 포함해서 내가 기존에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귀공자는 이름부터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귀공자가 아닌데다가 액션은 해본 적도 없는데 귀공자는 이름도 특이하고 상상 이상으로 강한 캐릭터지 않나. 감독님 역시 최우식이라는 배우가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귀공자 역할을 연기함으로써 얻어지는 반전적인 효과를 원하셨던 것 같다.

다만 '마녀'를 하면서 내게 가장 큰 장애물은 부담감이었다. 이것은 내가 역할을 소화할 때의 부담감도 있지만 관객들이 나를 볼 때 느끼는 부담감도 들어있다. 대중들이 인식하는 최우식은 장난기 많은 이미지인데 이것과 너무 동떨어진 지나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너무 부담스럽게 느낄 것 같았다. 그래서 기존 귀공자 이미지와 내 이미지를 섞어 밸런스를 맞췄다. 인물의 성격과 감독님의 의도도 살리면서 스스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이미지에 변화를 시도하는 중간 과정의 단계다.

- 인물 전사가 거의 없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선과 악에 대해서 최대한 상상을 많이 했다. 자윤이는 어릴 때 도망쳐서 스스로 좋은 환경을 찾아가 가족과 친구를 만든다. 악으로 태어나 선으로 변화하는 구자윤과 달리 귀공자는 선하게 태어나 악에 물들어가는 인물이다. 그것이 귀공자가 가진 전사의 전부다. 스스로도 억눌린 스트레스와 콤플렉스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손톱을 물어뜯는다는 설정을 넣어서 그 부분을 표현하고자 했다. 귀공자라는 이름 자체도 어쩌면 인물이 가진 이미지의 반전을 위한 요소가 아니었을까. 

- 귀공자가 자윤에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귀공자의 행동에는 악의가 전혀 없다. 귀공자는 엄마와 같은 존재인 '닥터 백'에 의해 물들고 환경에 의해 악하게 자라난 인물일 뿐이다. 귀공자에게 구자윤은 친구, 라이벌 그 무엇도 아니었다. 단순히 닥터 백의 지시에 따라 '잡아야 하는 사냥감'에 불과했다. 만약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면 닥터 백이 구자윤을 쫓은 10년 동안 먼저 행동에 나섰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귀공자가 당장 자신에 내려진 명령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 '악역 최우식'이 마음에 드는지 

대중들은 아직 선한 이미지의 최우식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데뷔 후 계속해서 착한 이미지만 맡아왔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도전과 자극이 필요했다. 최근 들어 '괴물'이나 '쌈, 마이웨이'를 통해서 약간 냉정한 남자의 모습을 조금씩 보여드리기 시작했는데 굉장한 신선한 자극이 된다. 특히 '마녀' 촬영은 나 자신에게 여러모로 큰 깨달음과 도움을 줬다. 

- 새로운 이미지 변신이 무섭지는 않나

관객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긴 하다. '마녀'는 대중들에게 '나도 이런 이미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기 PR 같은 영화다. 이런 색다른 모습을 통해서 액션이나 악역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 사실 원래 이렇게 영화의 의미에 대해 계산을 한다거나 반응을 살피는 편은 아닌데 '마녀'는 특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도전적인 요소가 많아서.

- 악플이 적은 편인데

다행히 적은 편이긴 한데 배우는 평가를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단 하나의 댓글도 절대 무시할 순 없다. 또 단순한 악의적 비방이 아닌 타당하고 논리적인 지적도 가끔 있다. 그런 댓글들은 보면서도 느끼는 것이 많다. 제 3자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 아닌가. 하지만 상처를 잘 받는 타입이라서 최대한 안 보려고 하긴 한다. (웃음)

- 큰 공백기 없이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다

굉장히 다행이고 영광스런 일이지만 한편으론 부담도 된다. 지금까지 운이 좋아서 일을 쉬지 않고 할 수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이것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작품 제의가 들어오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그때마다 또 주어진 것을 해내야 한다는 큰 숙제가 되기도 한다. 점점 러브콜이 늘어나고 있고 나름대로 다작을 해 온 편인데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그동안 쌓아온 필모보다 앞으로 나올 영화들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운 좋게도 데뷔 이후 쭉 작품 활동을 하면서 다작을 하게 됐다.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들이었지만 그동안 배우 최우식으로서 열심히 달려온 만큼 인간 최우식으로서의 경험은 굉장히 적다. 내 경우 캐릭터를 만들 때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만들기보다 내가 가진 모습 중 일부를 쓰는 편이다. 지금까지 8~9년 정도 연기를 해오면서 맡았던 캐릭터들은 모두 1살부터 21살까지의 최우식이 담겼다.

앞으로 하게 될 캐릭터에서 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내가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에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잠시 휴식기를 가지거나 여행을 가는 등 나 자신을 먼저 채워야할 것 같다. 이 모든 경험들이 앞으로의 연기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앞으로는 잠시나마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인간 최우식으로서 살고 싶은 생각이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OBS플러스 김지원 기자 zoz95@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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