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김지원 기자] 배우 강동원이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6년의 기다림 끝에 완성된 영화 '인랑'은 강동원에게 위험 부담이 적지 않은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 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인랑'은 일본 애니메이션 계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동명 고전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애니메이션 원작을 영화화한 국내 다수의 작품이 실패한 예가 많은 만큼 강동원에게 '인랑'은 위험부담이 큰 시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강동원은 도전 앞에 망설임이 없었다. 

여기에는 김지운 감독을 향한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 혼돈기를 배경으로 한 심오한 세계관, 깊은 내적 갈등 속 위태롭고 외로운 길을 걷는 주인공 등 서로 비슷한 부분에서 '인랑'에 매력을 느낀 두 사람은 '애니메이션의 영화화는 실패한다'는 공식을 완벽히 깼다.

극 중 강동원은 짐승이 되기를 강요하는 임무와 그녀에게 끌리는 인간의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인공 '임중경' 역을 맡았다. 강동원은 친구였던 이와 적으로 대결하고 자신의 눈앞에서 죽은 소녀의 언니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복합적인 감정을 특유의 독보적인 뉘앙스로 구현해냈다. 

김지운 감독의 연출력과 강동원의 표현력으로 재탄생한 영화 '인랑'은 마치 애니메이션 '인랑'을 고스란히 3차원의 세계로 옮겨놓은 듯했다. 특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과 늑대와 인간 사이의 경계선을 오가는 흔들리는 눈빛 연기까지. 강동원은 이렇게 그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었던 '임중경' 역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익숙함을 거부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끊임없이 필모그래피에 다채로움을 더해가는 배우 강동원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다음은 강동원과의 일문일답

- 영화 어떻게 봤나 

원작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재밌게 봤다. 처음 제안을 받은 것은 내가 아직 군 복무 중이던 때였다. 그때부터 이미 감독님과 출연 약속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는 할까, 내년에는 할까' 하면서 기다렸던 것 같다. 그만큼 흥미가 있던 작품이기도 했고 강화복을 입고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배우로서 이런 특별한 의상을 입어볼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 제작 기간 동안 설정이 많이 바뀌었다던데 

촬영 기간만 8개월이었다. 그동안 배경뿐만 아니라 매우 많은 것들이 바뀌었는데 아무래도 가장 많이 바뀐 것이 시대적 배경이었다. 처음에는 유신 시대를 배경으로 하다가 한국전쟁 전후, 일제 강점기 시대까지 모든 경우를 다 상상해보다가 결국 '10년 후 미래'까지 가게 됐다.

- '미래'라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부담은 전혀 없었다. 10년 정도 지난다고 해서 사람이 얼마나 바뀔까 싶었다. 아무리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말하지만 그 정도의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 경제가 힘들어지고 테러가 일어난다고 해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어떤 시대든 평범한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특히 '임중경' 같은 덤덤한 인물이라면 과거든 미래든 별로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 멜로와 판타지의 구분이 애매하다

'인랑'은 원작 애니메이션부터 모호함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을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원작에서 다소 모호하게 넘어갔던 부분들을 살리려다 보니 멜로적 특성이 강화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관객마다 취향이 워낙 다른 만큼 오히려 이 부분을 좋아할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원작 '후세'와 극 중 '임중경'의 차이는

원작 속 '후세'는 워낙 말도 없고 웃지도 않고 화도 안 낸다. 감정표현을 하는 법이 거의 없다. 영화 속 '임중경' 역시 그런 원작의 성격에 최대한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원작을 좋아하는 분들을 만족 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너무 감정표현 없으면 배우로서 연기할 때 답답한 건 사실이지만 최대한 원작 느낌 살리려고 노력했다.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바뀐 부분이 많아 원작 캐릭터만큼은 살려야지 했다. 

- 캐릭터 특징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최대한 감정표현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부분에서 이 인물이 느끼는 감정이 뭘까'하는 생각 자체를 거의 안 했다. 가끔 표현이 적은 캐릭터를 만나기도 하지만 '임중경'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는 캐릭터는 거의 없다. 정말 뚝심 있다 싶었다. 관객 입장에서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좋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그만큼 엔딩 장면에서 '이 인물이 그동안 얼마나 트라우마가 심했을까' 하는 생각이 극대화되지 않을까.

- 신의주에는 왜 같이 안 갔을까 

'안 갔다'는 것보다 '못 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아마 그렇게까지 하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조직에서 나오긴 했어도 더이상 일반인으로서 살 수는 없었을 것이다. 

- 강화복 실제로 입으니 어땠나

강화복 제작비가 상상 이상으로 비싸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상의 것을 뽑아냈다. 제작하신 분도 만족해하시는 것 같았다. 나 또한 만족했다. 전투장면이 격해서 부상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강화복을 입은 상태로 액션을 하면 보호가 되기 때문에 사실 다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게 때문에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고 무엇보다 너무 추웠다. 촬영 당시 영하 20도의 한파였는데 산 한가운데 폐건물에서 격투 장면을 찍느라 다들 너무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힘들었던 것으로는 역대 출연작 중 TOP2 정도 될 것 같다. '전우치' 다음으로 '인랑'이 가장 힘들었다. 

- 액션 장면이 특히 강렬하다

멋진 액션 장면이 많다. 특히 나는 카체이스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정말 재밌었다. 대역 없이 내가 직접 했는데 힘들다기보다 재밌었다. 극 중 '한상우'가 '임중경'이 탄 차를 들이받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세게 박으라고 하셨다. 그랬더니 정말 세게 박는 바람에 무열이도 본인이 해놓고 놀라더라. 시나리오상에는 내가 탄 차가 밀려나는 정도로 설명돼있었는데 너무 세게 박는 바람에 뒤에 있는 차까지 밀려나 그 차가 뒤집히기도 했다. 

- 직접 액션을 고집하는 이유는 뭔가

자부심이라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다. 개인적인 이유보다 관객들이 봤을 때 어떻게 보이느냐가 훨씬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체격을 하고 나와 비슷한 느낌의 액션을 하고 그러면서도 나보다 더 나은 동작을 소화해내는 사람이 찾기 힘들다. 만약 있다면 당연히 대역을 할 텐데 그런 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직접 소화하는 것이다. 

- 정통 멜로에서는 거의 못 본 것 같다

장르를 따지는 편은 아니다. 다만 정통 멜로 장르에 좋은 시나리오를 받지 못한 것뿐이다.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는 내용이 좋은지를 가장 먼저 보고 나서 캐릭터를 본다. 이미 작품에서 한 번 보여줬던 역할과 너무 비슷하면 아무래도 꺼리게 된다. 그럼에도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하고 싶으면 캐릭터를 최대한 다르게 표현하려고 한다. 항상 같은 이미지만 보여주면 관객들도 식상해 할 것이고 나도 연기하면서 재미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최우선은 명확한 주제 혹은 재밌고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다. 

- 제작 욕심은 없나

우리나라 영화 문화 자체가 점점 미국처럼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배우가 직접 기획도 하고 제작도 하지 않나. 나도 그들처럼 '꼭 내가 직접 해야지' 하는 건 아니지만 내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만약 그게 어렵다면 다른 사람에게 줘야겠다는 생각 정도. 

사실 작년부터 시놉시스도 조금씩 써보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었는데 최근 미국 촬영을 시작하면서 손을 놓은 상태다. 미국 촬영 하나만으로 너무 벅차서 다른 건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 

- 미국 촬영은 어떤가

나 스스로 한계를 많이 느꼈다. 단순히 영어로 대화를 하는 수준이 아닌 감정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표현이 쉽지가 않다. 그만큼 미국 문화에 오래 노출된 시간이 쌓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미친 듯이 열심히 하는 중이다. 다만 노력은 하고 있는데 좀처럼 속도가 안 나니 한계에 자꾸 부딪히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점점 자신감이 붙어가고 있는데 과연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너무 걱정된다. 

- 미국 진출은 원래 계획이 있었던 건가

데뷔 초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항상 하던 대답이 있다. '나는 올림픽에 진출하는 것보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표현을 했다. 누군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기보다 내가 직접 미국 진출의 물꼬를 트고 싶다는 의미였다. 당시 친한 형과 항상 하던 얘기가 '우아시아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우리가 직접 해외에 진출하자' 였다. 그런데 그 꿈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도 지난 10년을 그냥 보내지는 않았구나, 뭔가 조금씩 이루어져 가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기쁘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OBS플러스 김지원 기자 zoz95@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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